“널 못 박다니” “저 땜에 불이익은”


△ 서울 대광고 류상태 교목실장은 예배를 거부하다 퇴학당한 제자 강의석군과 학교 밖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김남일 기자

  관련기사

  • “종교자유보장” 1인시위 학생 제적에 비난 쏟아져
  • “강요하는 종교는 사랑이 아니다”
  • 청소년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하라!

  • 예배거부 제적학생과 교목실장 ‘학교밖’ 참교육

    [5판] ‘퇴학’당한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얼굴엔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자책과 힘든 결정을 내린 ‘어린 제자’에 대한 대견함이 번갈아 지나갔다. 제자 역시 학교를 상대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스승이 내민 손이 한없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11일 저녁,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보게 하는 예배를 거부하다 제적당한 강의석(18·서울 대광고3)군과 강군의 스승인 대광고 교목실장 류상태 목사가 한자리에 앉았다. 지난 9일 강군이 기말고사를 치르다 퇴교당한 뒤로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자리다.

    류 목사는 강군이 제적된 지난 9일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강군을 제적 처리한 것은 헌법 정신을 위배한 것일 뿐 아니라 학교가 그토록 내세우는 설립 이념과 목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라며 학교의 제적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터였다.

    강군은 스승을 보자마자, “이번 일로 학교에서 불이익은 없었는지” 걱정부터 하고 나섰다. 류 목사도 강군의 까칠해진 얼굴을 보고 제자의 건강이 걱정된 듯 “밥은 잘 먹느냐”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학교에서 종교 과목을 가르치는 류 목사는 강군이 자신과 상의 없이 ‘일을 터뜨린 것’을 못내 아쉬워 했지만, “의석이가 결코 경솔하게 나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하는 절차와 방법은 잘못됐지만 종교의 자유라는 정당성은 의석이 손에 있다”며 강군의 태도를 옹호했다. 하지만 “학생 선택권이 없는 학교 역시 피해자일 수 있다”며, “종교 학교라는 큰 틀 안에서 조금씩 개선점을 찾아보자”며 강군의 이해를 구했다.

    강군도 스승의 애정어린 충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헌법에서 보장된 종교의 자유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강군은 “학교 선택권이 없는 학생들에게 원하지 않는 종교의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는 자신의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학생들의 권리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실이 아닌 곳에서 만난 스승과 제자는 서로 생각을 자유롭게 주고받았다. 류 목사는 “내 제자가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면 모른 척했을 것”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목사로서 “기독교라는 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그만큼 ‘나서기’ 어려운 결정이었던 셈이다.

    류 목사는 대화 중간중간 “학교가 받아준다면 …”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학교가 품어주지 못한 제자에 대한 애정이 큰 탓이었다. 강군 역시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자리’가 마련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제적을 당한 처지이지만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강의석 군 제적 처리 잘못되었습니다

    강의석 군을 결국 제적처리한 것은 헌법의 정신을 위배한 것일 뿐 아니라 대광고등학교가 그토록 내세우는 대광고 설립 이념과 목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입니다.

    대광의 설립 이념과 목적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참사람을 만드는 것이지, 기독교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에 근거하여 특정 종교의식과 교육 프로그램을 강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 당국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존엄한 사랑과 우주적 구원의 가치를 땅에 떨어뜨려 다시 한번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

    대광고등학교의 교목실장으로서, 그리고 한국의 개신교 목사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스럽습니다.

    학교 당국은 이 잘못된 처사를 즉시 바로 잡아야 합니다.

    교목실장 류상태

    지금 교장님과 전혀 대화가 되지 않아 이 곳에서 말씀드립니다.

    왜 이렇게 계속 악수를 두고 계십니까? 강하기만 하면 부러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모르십니까?

    우리 학교와 한국 개신교 전체가 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실 것입니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 강의석 군을 품어주는 것입니다.

     

    “종교자유” 제적생 지원 확산

     

    시민단체 무효소 준비
    최순영의원 조사 나서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예배를 거부하다 제적된 강의석(18)군을 지원하고, 학교 현장에서 종교의 자유를 쟁취하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10일 강군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 대학로를 찾아 ‘청소년 종교자유를 위한 서명’에 동참하고, 학교의 종교 교육과 종교 활동에 대한 본격적인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학생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라’는 성명을 내고, “종교계 사립학교에 대한 실태조사”를 약속했다.

    최 의원은 “자율적인 종교 활동과 종교 과목 복수개설에 대한 지침이 있음에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당연한 듯’ 어기고 있다”며 “이에 대한 보완과 함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종교 재단 학교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미 서울시교육청에 종교 과목 편성 지침과 학교별 종교 활동 자료를 요구하고, 지침 위반 사례 조사에 들어갔다.

    청소년공동체 ‘희망’,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강의석 학생 부당 징계 저지와 학내 종교 자유를 위한 연대회의’는 강군 제적처분 무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기독교 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도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문제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강군은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학내 종교 자유’를 요구하는 진정을 내고, 17일에는 ‘청소년 인권과 종교 자유를 위한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almas 2004-07-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개별적인 사안의 해결에 그칠 게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내 종교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