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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강의 - 혼돈의 시대에 장자를 읽다
전호근 지음 / 동녘 / 2015년 1월
평점 :
#장자 내편중 제 3편 양생주(養生主)와 제 4편 인간세(人間世) 정리.
장자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삶, 생명이다. 무조건 오래 살아 천수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삶에 집착하지 않고 죽음에 초월하여 자기에게 주어진 생명을 잘 가꾸어가는 것이 장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인 듯 하다.
그러다보니 이 대목은 유학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수양'을 목표로 하는 유학에서는 때로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며 삶과 올바름을 함께 지킬 수 없다면 삶을 버리고 올바름을 택해야 한다고 하기때문이다.
주희도 <양생주설>에서 '노장의 학술은 의리의 당부는 따지지 않고 단지 그 사이에 의지하여 자기 몸을 온전히 보전하고 재앙을 피할 생각만 한다'며 장자의 인생관을 격렬히 비판한다. 분명 장자의 사적인 생존을 도모하는 태도는 주희가 보기에는 현실에 무기력한 지식인의 태도로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주희가 장자를 무조건 비판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고 전반적으로는 높이 평가했다. "후세의 불교에 나오는 좋은 말은 모두 장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장자는 도체(道體)를 알았던 사람이라고 제자들에게 평가하기도 했다.
양생주편에서 장자는 소잡는 백정 포정의 이야기와 권력자에 의해 다리가 잘린 우사, 노자를 조문하는 진일이라는 인물을 빌어 양생을 이야기한다. 양생은 태어날 때가 되면 태어나고 죽을 때가 되면 죽는 생사의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지 장생불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삶에 집착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장자에게 삶을 방해하는 것들은 모두 피해야 할 대상이다. 권력을 추구하거나 지식을 쌓는 것도 그 목적이 전도되어 양생을 방해한다면 악인 것이다.
<인간세>편에서 장자는 나도 살고 남도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어찌보면 얄팍한 처세술 같아서 비판 받을 수도 있지만 공맹처럼 천하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하는 거대담론이 아니라 인간 세상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자신을 보존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 점이 현대에 장자가 환영받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예를 들어 장자는 충신 관용봉이나 비간이 명예를 따르다가 죽음을 당했고 백이와 숙제가 지조를 지키다가 굶어 죽은 것도 비판을 하는데 장자의 입장에서 보면 삶을 해친 것이기 때문이다. 유학자들은 기회주의라고 비판 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장자는 그런 사람을 내세워 생명을 경시하는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구조적 기만성을 폭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민중총궐기때 물대포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백남기 농민의 경우 장자가 볼 때 양생을 못한 경우다. 즉 장자가 만약 '백남기는 삶을 해칠 수 있는 그런 자리에 나가지 말아야했다'라는 의미로 말한다는 것은 장자식의 돌려차기 기법으로 '공권력을 사용해서라도, 소수의 희생을 가져오더라도 질서를 바로잡겠다'라고 말하는 생명경시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개인의 생명이 존중되지 못하고 개인보다 국가라는 개념을 더 강조하여 모두가 하나처럼 움직이길 원하는 이 정권에서 장자를 읽으며 가장 가슴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명말 청초의 사상가 왕부지가 "이 편은 난세를 넘어 스스로를 보존하고 남을 보전하는 묘술을 추구한 것이니 군자가 깊이 취할 점이 있다"고 한 말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