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지만 딱히 계기가 없어서 미뤄지고 있었는데 세상이 다시 한번 무르익어 요즘은 전 세계가 마르크스를 다시 소환하는 느낌이다. 그가 예언했던 자본주의의 몰락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해도 이미 자본주의는 그 자체의 모순점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고, 피케티나 앵거스 디턴 등 많은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올해 김수행 교수가 자본론을 한국 최초로 완역한다는 소문이 있던 차에 갑작스런 부고 소식이 들려왔고 일생을 자본론의 번역에 매진하신 그 분의 삶을 돌아보노라니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얼마전 자본론이 마무리 되어 나왔다. 완역이다보니 여섯권이나 되고 다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자신이 없어서 선뜻 구입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차에 한겨레 신문 팟캐스트 <디스팩트2>에서 헬조선에서 자본론 읽기, 줄여서 헬자기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나도 이참에 같이 읽어야지 하고 우선 자본론 1권 (상,하)을 구입하고 팟캐스트를 들어가며 읽고 있다.

김수행 교수가 모두 네차례 개역판을 내다보니 역자 서문이 네개나 되는데 아마 나혼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른 본문을 읽고 싶은 마음에 역자서문은 건너 뛰었을 것이다. 근데 #헬자기는 한 회를 역자서문에만 할애했는데 읽어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1989년 한글 초판이 나왔고, 1991년 1차 개역, 2001년 2차 개역, 2015년의 개역까지 역자 서문만 읽어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흐름이 보이는 것이다.

1989년 한글 초판 번역본을 내면서 김수행 교수는 87년 민주항쟁으로 학문과 사상의 공간이 점차로 넓어져 이 책의 출판이 가능했다고 민주영령과 민주투사 및 양심세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 책이 불후의 명작이라고 믿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최대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에 모든 정력을 쏟았다고 한다. 이때는 자본론 제 1권(상, 하)만 번역이 된 것이다.
1991년의 개역에서는 문장을 더 알기 쉽게 표현하기 위해 한자를 크게 줄이고 문장을 소설 읽듯 진행되도록 하는데 애썼다고 한다. 자본론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랬던 역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2001년의 개역에서는 한자를 완전히 제거하였고, 문장을 더욱 쉽게 풀어 썼다. 이미 이 시대에는 우리 사회가 IMF도 겪고 신자유주의의 악몽으로 서서히 진입하던 시절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면 자본주의를 어떻게 변혁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답의 하나가 분명히 자본론에 들어있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그리고 2015년에 다시 자본론이 개역되었다. 서문에도 밝혔듯이 2007 미국발 금융공황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문명 전체가 흔들리고 있고,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거대한 실업자와 빈민이 격증하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부자의 정치를 위해 국가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자본론을 다시 소환하고 꼭 읽어야만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15 개역판 서문만 읽어도 나는 너무 가슴이 끓어올라서 다시 한번 고인의 부재가 한스러워졌다. 이렇게까지 일생을 자본론을 쉽게 번역해서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데 바쳐왔다면 정말 일생에 한번은 꼭 읽어야 하지 않겠나! 집집마다 필독서로 구비해야 하지 않겠나! 자본론을 시작하신다면 이 8페이지나 되는 2015판 역자 서문을 꼭 챙겨 읽으시길 바란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죽이고도 1년동안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거부하는 현 보수정권은 언제나 집권세력은 오로지 자본가계급과 이들의 정치적 사상적 대변자들의 재산 증식과 권력 확대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체제의 기본 특징`이다. 우리가 우리 사회의 거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이용하여 모두가 함께 사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과제에 이번에 개역하는 <자본론>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한없이 빈다.
– <2015년의 개역에 부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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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2-0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행 할배가 일생을 바쳐 번역한 것이니 책장에 모셔두어야지요... 4차례에 걸쳐 개정판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이 깊다는 것이고, 한국 출판 문화에서 한 사람이 네 차례`나 개정판을 손 본 적이 있나요 ? 사실, 쓰는 것보다 다시 읽고 오타 교정하고 다시 문맥 가다듬고 이러는 게 더 눈 아픕니다...

살리미 2015-12-07 10:24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책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서문이었어요. 4차례 개역이 모두 사실은 조금이라도 더 쉽게 쓰고자 해서였는데 그 이유가 조금이라도 더 젊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에서더라고요. 저는 혹시 다 읽지 못할까 싶어서 일단 자본론 1권 상하편만 구입했는데 정말 그 정성을 봐서라도 전편 모두 책장에 모셔두어야 할 것 같아요. 이럴때 질러야지요 ㅎㅎ.

cyrus 2015-12-0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론>을 시작하기 전에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도 읽어봐도 좋습니다. ^^

살리미 2015-12-07 23:0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걸로 시작할까 했는데 그냥 확~ 질렀어요 ㅎㅎ 그러고보니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같이 봐도 좋을듯 하네요. 좋은 팁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