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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리프로를 좋아한다. 물론 요리책도 좋아한다. 가끔은 소설책 읽듯 요리책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의외로 많더라.)


반면 나는 예능프로를 싫어한다. 내 주변에는 다른 건 안봐요. 무한도전만 봐요. 하는 사람들도 참 많고, 내 딸은 1박2일과 아빠 어디가를 좋아하고, 내 남편은 아빠를 부탁해와 힐링캠프를 좋아하는데, 나는 그런 예능프로들이 다 별로다. 싫다기 보다는 재미가 없다. 연예인들의 잡다한 일상다반사를 보는 게 별로 재미가 없다고 지금까지는 생각해 왔는데 요즘은 문득, 싫은 사람을 봐야 하니 싫은 거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가장 이해 못할 부류의 사람은 싫어하는 연예인의 기사를 굳이굳이 찾아 읽고 거기에 악플까지 달아주는 정열이니까. 아니, 싫은 사람 이야기를 굳이 왜 보며, 그 싫은 사람에게 욕까지 하는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싫은 사람 보면 스트레스 받지 않나. 아니면 츤데레라 싫다싫다 하면서 사실은 좋아하는 거였나?


내가 좋아하는 건 드라마와, 개그 콘서트 류의 프로그램과, 드라마와 드라마다. 사실은 다큐 3일 류의 프로와 전문가가 나와서 블라블라 떠드는 프로그램도 좋아한다. ㅎㅎ 


배우나 연예인에 대한 호는 강하지만 불호는 별로 강한 편이 아니고,(좋아하는 사람은 꺄악~ 하고 나머지는 관심이 없다.) 드라마에서는 배우를 보지 않고 배역을 보는 편이라. 


그런 내 눈에 우연히 띈 프로가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다. (사족이지만, 종편에 대한 거부감은 결국은 이렇게 사라져가나보다. 나에게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호오. 김성주와 정형돈이 이렇게 괜찮은 콤비가 될 줄 몰랐다. 샘킴은 그 선하고 순해보이는 미소때문에 워낙 좋아했던 셰프고(파스타의 영향도 무시 못함. ㅎ), 최현석의 허세는 우와, 허세도 저렇게 귀여울수가. 였고. 어머나. 저 프로에는 싫은 사람이 하나도 없네? 했다. 박준우도 마세코 덕분에 좋아하던 캐릭터였고, 어라... 내가 김풍을 좋게 보는 날이 올 줄이야. 김풍도 귀엽더라. 홍석천도 관심없다가 좋아하게 되었고, 미카엘은 뭐, 괜찮던데?


대결프로임에도 누가 이겨도 흥겨워서 좋았다. 누가 별을 따든 누가 이겨도 누가 져도 웃기고 재미있고 좋았다. 좋았다. 좋았다 좋았다. 


사실 이 글은 지난주에 써야지 마음 먹고 있었는데... 


여러부운~! 드디어 제가 예능을 시간 맞춰 보기 시작했어요오오오오~!! (관심없다~ 라는 대답이 어디서 들리는군. ㅠ.ㅠ) 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아아. 나의 유일한 예능을 누군가 한명이 난입해 망치고 있다.


이쯤되면, 무한도전 식스맨 논란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때 나는 전혀 이해를 못했다. 누가 들어오든 말든 뭐, 어쩌라고. 난 장동민이 싫은 만큼 기존 멤버중의 누군가도 싫었거든?) 아. 그러고 보니 몇년 전, 정말 열광해서 보던 "나는 가수다" 도 누군가의 난입으로 쌩까기 시작했었구나. 내가. 


나의 예능을 부탁해. 라고 외치고 싶어지누나. 누가 좀, 걔좀 살짝 들어서 내다 버려줘~


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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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0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그는 맹? ㅎㅎ (저는 이 프로를 한두번인가밖에 안봐서 잘은 모르지만 짐작해봅니다)

마녀고양이 2015-06-1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아시마님....
누가 난입해서 망치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증말이지, 이번에 이미지 쇄신을 위해 만들었던 딸기사과 롤케익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저도 만들겠더라구요. 에휴... 요즘은 편안하게 맛난 음식 만드는 코너가 젤 잼난데, 거기에 정치가 끼어드는 것은 보고 싶지 않더군요.
 

1. 시조새 파킹하는 소리.


어느날 뜬금없이 프리즌 브레이크가 보고 싶더라. 이 미드의 고전중의 고전 명작중의 명작(시즌 2까지만)을 처음접한 건 2008년이었다. 회사의 누군가에게 이 드라마가 들어있는 외장하드를 받아 온 충무공은 만사를 작파하고 정신없이 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둘째를 임신중이었고, 첫째를 돌보느라 정신 없을 때라 오며 가며 충무공이 보는 걸 같이 보다 말다 했었다. 그때는 이게 뭐가 그리 재미있나, 그저 주인공 남자는 참도 잘생겼구나. 하고 말았는데 그때로부터 다시 7년이 지난 지금, 그해에 태어난 둘째놈이 초등학교를 들어가고도 2달이 지나 문득 그 드라마가 보고 싶어졌다. 고민할 게 뭐 있나. p2p 사이트에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4개, 총 81편을 다운로드 받았다. 

그리고... 한 열흘 미쳤다. 하하하하하하. 

요즘 프리즌 브레이크 보고 있어, 했더니 누군가 그러더라. 

"시조새 파킹하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그 시조새, 방금 파킹 끝내고 시동 껐다. ^_^


2. 그를 왜 죽여야만 했을까?


문득문득 느끼는 거지만, 미국은 슈퍼 히어로를 참 좋아한다.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소설이나 뭐든지. 프리즌 브레이크의 슈퍼 히어로는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다. 배트맨 같은 엄청난 재력도 없고, 슈퍼맨 같이 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고 헐크같은 근육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남자는 완벽한 외모와 측량할 수 없는 지능으로 슈퍼 히어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뇌가 섹시한 남자를 좋아하는 나는 그에게 열광했지만 시즌 3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좀 짜증이 났다. 이것드라~ 니들 뇌는 장식이냐? 스스로 생각 좀 해, 석호필한테 그만 물어봐!!! 싶었달까. 

그는 그의 뇌를, 그의 능력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 의해 끝도 없이 끌려다닌다. 시즌 1에서 정말 탈옥시키고 싶지 않았던 테오도르 백웰과 같은 인물도 어쩔수 없이 탈옥을 시켜놓고, 그가 저지르는 죄들에 대해 연대의 책임을 느끼는 섬세한 감성과 정의감을 가진 이 남자는, 그러나 연인과 조카를 구하기 위해 누군지도 모를 남자를 또다시 탈옥시켜야 한다. 

시즌 3에서 마이클은 굳이 제임스 휘슬러에 대해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알아보려 했다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주변에 굴러다니는 흔한 정보와 정보원들을 그는 애써 외면한다. 아마도 모르고 싶었을 거다. 거대악 집단 '컴퍼니'에서 구해내고 싶어하는 남자가 좋은 사람일 리가 없다. 백웰의 탈옥을 도운 것과 같은 일은 또 하고 싶지 않지만 그를 구하지 않으면 연인과 조카를 구하지 못한다. 내가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같은 지점이다. 정의고 나발이고 내 연인이 먼저~ 라는 바로 그 지점. 

시즌 1,2 에서부터 사람들은 마이클만 쳐다본다. 그의 입이 열려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이제 뭘 할까? 마이클? 이쪽으로 갈까? 저쪽으로 갈까? 죽을까? 살까? 숨을 쉴까? 말까?..... 시즌 1,2까지는 사람들의 그런 면이 이해되고 수긍이 간다. 그가 모두 준비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시즌 3가 되면, 이 근육맨 형이 말이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생한데 물으러 온다. 마이클, 뭘 할까? 아... 놔.... 생각 좀 하세요... 스스로도. 마이클의 옆에 있으면 사람들은 점점 생각하는 법을 잊게 되는 것 같다. 

그는 그래서 죽어야만 했을 거다. 그가 살아 있는 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그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 테니까. 그의 죽음이 그의 가족과 연인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된다. 그가 죽는다는 결말을 알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지만 그렇지 않았다해도, 시즌 3쯤 가면 그의 죽음을 예감하게 된달까. 이 똘똘한 남자는 뇌종양을 스스로 발생시켜서라도 죽었을 거다, 아마. 


3. 난 스트레이트가 좋은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은 뭔가, 음, 매우 전형적인 미남이다.... 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 말의 뒤에 근데 왜 충무공과 결혼을 했니? 라는 질문이 붙었던 건 슬픈 비밀이다. ㅠ.ㅠ)

내가 좋아하는 얼굴은 리키 마틴이다. 그는 대놓고 게이다. (그래도 대리모를 통해 그 아름다운 유전자를 지구에 남겨준 건 참으로 고맙구려, 마틴씨. 헐헐.) 이 라인에 웬트워스 밀러를 추가한다. (밀러씨, 마틴한테 가서 대리모 섭외 방법이라도 물어 봐. 좀좀. 지구 미모의 평균을 높여보자고.)

한국 배우중에는 차승원과 이민호가 좋다. 난 느끼한 외모가 좋드라. 

뭐, 뭐가 되었건 예쁜 걸 보는 건 좋으니까. 차승원은 이제 좀 늙었지만 과거 그의 미모와 기럭지는 과연 발군이었다. 아하하하하하.

아참. 조지 클루니도 무진장 좋아한다. 여자랑 결혼해 줘서 감사해요~ 조지.


4. 충고는 듣는 편이 좋다.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의 짧은 글을 읽었다.

뒷편이 궁금해 보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편만 보세요. 안 그러면 후회하실 겁니다. 라는.

그게 무슨 소릴까 했다. 열흘도 안되는 시간동안 프리즌 브레이크를 다 보고 나니 그 말이 확 와 닿더라. 후회된다. 하루 한편만 볼 걸. 

예전에 미드 로스트가 한참 인기있을 때, 그런 말이 유행했다. '로스트 안 본 뇌 삽니다.' 또는 '로스트를 아직 보지 않은 당신이 부럽습니다.' 아아. 그 말이 이렇게 절실하게 이해 될 줄이야.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 삽니다." 


5. 잘생긴 남자가 나오는 또 다른 미드 추천 받아용~ 반드시 주인공이 "잘!" 생겨야 합니다!!! 막 셜록 이런거 추천하면서 보다보면 쥔공이 잘생겨 보여요~ 이런말 하면 미워할 겁니다. 진짜예용~ 프리즌 브레이크 보는 내내 드라마 스토리를 따라가는 즐거움이 절반이면 석호필 얼굴보는 즐거움이 나머지 절반이었다. 시즌이 점점 진행될수록 그의 얼굴과 몸이 후덕해 지는 걸 보는 건 좀 슬펐지만. 어이 밀러씨, 거 다이어트 좀 하지? 웨이트도 좀 하고. 응?


6. 습관


예전에 말이지, 내가 드라마를 무진장 좋아하면서,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이유는 매일 또는 매주 같은 시간에 드라마를 보기 위해 동일한 시간에 TV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싫어서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요즘은 VOD 덕분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만큼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어 이제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는 말을 못하겠다. ㅎㅎㅎ 이건 자카르타 시절 생긴 버릇이다. 거기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드라마는 VOD로 봐야 했으니까. 재미있을 것 같은 드라마가 나오면 아껴뒀다가 완결까지 난 다음 한방에 확 땡겨 보는, 요 재미 아주 쏠쏠하다. 

그래도 프리즌 브레이크는... ㅠ.ㅠ 여전히 저는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를 사고 있습니다. 네네.로스트 안 본 뇌 가지고 있으니 교환 가능합니다. ^________________^


7. 슬슬 돌아가야지.


그래, 이제 슬슬 돌아올 때가 됐다. 일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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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5-0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왜 이리 뜸하셨나 했더니 석호필에게 가 있으셨던 거군요. 둘째가 벌써 초등학교를!! 조지클루니 부인은 조지클루니 답더라고요. 잘 살 것 같아요. 마치 아는 사람처럼 ㅋㅋ저는 아직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입니다.

아시마 2015-05-18 18: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석호필을 거쳐 장그래하고도 다시한번 인사하고 왔어요.

미생도 참 잘 만든 드라마예요. ㅎㅎ 직장 생활을 안해본 저로서는 판타지 읽듯 읽었던 만화라 드라마도 재미있더군요.

조지 클루니 옹은 잘 살겠지요. 그분 와이프가 우리랑 동갑이던데. 그분도 그 잘난 유전자 얼른 남겨주셔야죠. 아. 난 이런거만 관심있어. ㅎㅎㅎ 둘이 닮은 사람들이 잘 산다니 잘 살겠죠 뭐. ㅎㅎㅎ 나도 막 친구인 척.

프리즌 브레이크를 아직 안 본 뇌라니, 부럽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5-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듯 올듯 안오셨던 아시마님. 한 번 글 툭, 던져놓고 또 오래 안오시고.. 이젠 자주 오시는겁니까? 네?

아시마 2015-05-18 18:48   좋아요 0 | URL
자주 올 겁니다, 네네네네네. ^^

요새는 커뮤니티에서 노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ㅎㅎㅎㅎ
 

1. 폴라북스의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충무공의 회사에서는 자기 개발비라는 명목으로 연간 일정금액을 지원해 주는데, 그 돈은 책 구입이라든가, 기타 등등의 항목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알라딘에 충무공의 계정을 만들어 두고 종종 충무공 계정으로 책을 구입한다. 얼마전 다락방의 꽃들도 그 돈으로 구입을 했다. 거 참, 회사에 제목을 제출하기는 참 거시기 한 책이었는데 말이다. 흠흠. (애들 동화책이나 학습지, 문제집은 못산다 또.)

그 폴라북스에서 다락방의 꽃들을 구입하면, 추첨으로 뭔가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던 모양이다. 내가 기억할 리는 없고. 여튼, 아이폰에 충무공의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 놓은 걸 그대로 뒀던터라, 알라딘에 접속하니 공지가 떴다. 나 폴라북스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려 열권의 책을 받게 되었단다, 올레~!

당첨자에게 이미 개별 공지가 갔을 거라길래, 충무공에게 물었더니 시크하게 대답해 주신다. 

'스팸인지 알았지.'

헐.


2. 해인이가 입학을 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초딩 둘을 둔 엄마~


3. 영동대교를 아시나요?


지난 여름에 귀국하여 작년 하반기 6개월동안, 나는 일주일에 사흘, 하루에 영동대교 두번 넘어다니는 여자였다. 다인의 영어학원 때문에. 헐헐.

그리고 올 3월부터 나는 일주일에 이틀, 하루에 영동대교 여섯번 넘는 여자가 되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ㅠ.ㅠ


4. 식기세척기


나는 사람들을 불러서 밥 해 먹이는 것을 즐긴다. 예정되어 있던 손님이나 예정되어 있지 않은 손님이나 언제 어느 타임에 찾아와도 어떻게든 한상 차려서 먹일 수 있다. 문제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집안일이 설거지라는 거지;;;;;;;;;;;;;;

내가 대학에 다닐때, 친정에는 무려 여덟명의 식구가 바글바글 모여 살았다. 결혼해서 애 낳은 언니가 육아 문제로 친정에 합가해 살 고 있을 때였다. 엄청난 설거지 양에, 엄마는 언니에게도 설거지를 할 것을 종용했지만, 언니는 엄마에게 그때 막 일반에게 퍼져 상용화되기 시작하던 식기 세척기를 사다 안겼다. 동양매직 거였다. 서너번 사용해 본 엄마는 곧 그 식기세척기를 마른 식재료 보관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훗날 분가하면서 그 식기세척기는 언니의 집으로 이사를 가 여전히 식재료 보관함으로 활동하셨다. 훗.

자카르타에 가기 직전 1년간 살았던 아파트에는 식기세척기가 빌트인으로 딸려있었다. 엄마의 본을 받아 당면 미역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잘 썼다. 음하하하하하하...

자카르타에서는 설거지를 해 주는 메이드가 있었고, 

귀국해서 한동안 설거지를 열심히 했는데, 책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손목이 나갔다(어디로?). 원래 갓난 애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손목이 나간다는데, 나는 애 키우는 내내 손목 통증을 겪은 적이 없었다. 무려 천기저귀를 써서 애들을 키웠음에도! 그러다 이 집에와서 책을 꽂다가 손목의 고질적인 통증을 겪게 된 것이다. ㅎㅎ 사서 일을 하고 있는 동서를 둔 언니의 표현에 의하면, 도서관 사서의 고질적인 직업병이라나. 

손목은 나을 듯 나을 듯 낫지 않았다. 쓰지 않으면 괜찮다가 좀 과한 설거지를 한 날이면 또 파스를 붙이고, 집안 손걸레질을 좀 거하게 한 날 또 파스를 찾았다. 아너스 물걸레 청소기를 샀고,

드디어 빌트인 된 식기세척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 이거슨 신세계~!

도대체, 이 좋은 것을 나는 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것인가. 왜 얘를 식재료 보관함으로 전락시켰던 것인가. 식기 세척기가 중간에 고장나 사흘간 사용하지 못하던 동안, 충무공과 아이들은 나의 눈치를 봤다. 멘붕도 그런 멘붕이 또 있을까. 부엌이 엉망진창. 대체, 식기세척기가 없는 동안엔 밥을 어떻게 해 먹었던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 세탁기가 상용화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도 이랬겠지. 후후.


5. 그릇


나는 꽤 오랜 자취 생활 이후 결혼을 했기에 혼수 장만을 할 때 부엌살림을 따로 사지 않았다. 쓰던 그릇들을 그냥 이고 지고 가서 살림을 했다. 보다 못한 엄마가 한식기 10인조를 사주신게 전부였다. 짝도 안맞는 그릇들을 오래도 썼다. 

인도네시아에는 각종 도자기 회사의 공장이 있다. 덕분에 거기서는 몇몇 명품 브랜드의 그릇을 싸게 살 수 있었다. 로스트란트 몬아미나 스웨디시 그레이스, 웨지우드와 로얄알버트를 막컵으로 쓰는 이것이 리얼 럭셔뤼~! 그릇을 후질러서 친정이며 친구며 닥치는대로 나눠줬는데도 그릇은 많~이 남았다. 여전히 많~이. 더구나 내가 귀국하기 직전 인도네시아의 한국도자기 공장에서 창고 물품을 대 방출하는 세일을 했다. 내 한식기를 모두 바꾸는 것으로도 모자라, 언니의 한식기를 죄다 바꿔주었고, 엄마의 오래된 살림도 교체했다. 

남들은 김치냉장고를 넣는 자리에 그릇장을 짜넣었다. 엄마는 질색을 했지만, 10년 전 혼수로 샀던 양문형 디오스 냉장고를 자카르타에 버리고 한국와서 새로 양문형 냉장고를 샀는데, 외부는 똑같은데 내부가 광활하게 넓었다. 뭐가 끝도 없이 들어가는데 김치냉장고까지야 필요있나. 그릇장을 짜 넣어 그릇을 차곡차곡 챙겨넣었다. 

자카르타에서 컨테이너가 도착해, 짐을 정리해 넣을 때, 부엌일을 도와주러 오신 이삿짐 센터의 아주머니에게 제가 그릇이 좀 많아요. 했더니 네~ 건성으로 대답하시다가 나중에는 잔소리를 하시더라. 싸다고 이렇게 많이 사오면 어째요....;;;; 네네네. 그거 세 집으로 나눠 갈 그릇이었답니다. 

자카르타에서 짐이 오고 난 다음에 그릇을 죄다 풀어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뽁뽁이를 구입해 그릇을 포장해서 화물택배를 불러 열박스 넘는 그릇을 창원으로 보내고도, 추석에 내려갈 때 또 그릇을 둘둘 말아 여기저기 갖다 앵기고, 1월에 친정 식구들이 집들이겸 놀러와 또 한박스 분량의 그릇을 싸가지고 가고 그리고도 남아서 설에 또 시댁에 갈 그릇을 포장하고 있었더니 충무공이 묻더라. 도대체 그릇을 얼마나 사 온거냐고. 근엄한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첩에게는 아직도 열두개의 그릇이 남아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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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5-03-0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식기세척기를 미역과 파스타 면 등을 넣어놓는 용도로 사용 중이랍니다.

이사하시느라 고생하셨네요,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셨으니 큰 이사였겠어요. 그래도 귀국하신 것 축하드려요, 영동대교 6번씩 왔다갔다 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아 보이는데... ^^ 이사, 저도 책 때문에 엄두가 안나요, 정리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뭐라 하실까 싶어서요. ㅋㅋ

아시마 2015-03-09 14: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식기 세척기는 초기 진입장벽이 좀 높은 가전 같아요. 근데 써 보면 세탁기 없이는 못사는 것과 비슷하게 될지도 ㅎㅎ
저는 책... 이삿짐 센터 분들이 정리 하겠다는 거 못하게 했어요. 책이 좀 많았어야죠. 책장도 미처 못 산 상태였고요. 처음엔 넣을 수 있는데까진 넣어드리겠다 하던 분들이 끝도 없이 나오는 책박스에 질려 그냥 서재 한가운데 책박스들 다 쌓아두고 그냥 가셨어요. 그거 혼자 정리 하느라 손목이 맛이 갔지요 ㅋ

붉은돼지 2015-03-09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당첨 축하드려요^^
저도 몇년 전에 이벤트에 당첨되어 타셴 화가시리즈 10권 받았는데 기분 좋드라구요ㅋㅋ 그 뒤론 감감 무소식 ㅠㅠ
 

인도네시아에 나와서도 한동안 알라딘 플래티넘을 유지했었다. 받는 방법이야 다양하다. 출장자 편에 받기도 하고, 친정에 모아놨다가 누가 이삿짐을 싼다 그러면 그 편에 부탁하기도 하고, 누군가 한국에 다니러 갔다 오는 길에 가져다 주기도 하고.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을 땐 알라딘 해외배송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알라딘 해외배송은 안할거다.  

물론 알라딘의 문제는 아니다. 알라딘의 해외배송 시스템은 꽤 편리하고 요금도 개인이 발송하는 것보다야 조금 저렴하다. 문제는 인도네시아에 있다. 아무런 원칙도 규칙도 없고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이 나라. 알라딘에서 도합 예닐곱번을 주문했다. 매번 물건의 금액은 50-100 달러 선이었고, 처음 몇번은 문제가 없거나 있어도 납득 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였다. 예를 들면, 이미 한국에서 배송료를 다 지불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나라 우체국에서 잡아둔 채 한화로 치면 1-2천원의 배송료를 요구하는 수준의 어이없지만 애교로 봐 줄 수도 있을 정도.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얼마전 남편 회사에서도 회사로 물건을 발송하고 (DHL) 나도 알라딘에서 DHL로 발송 주문을 넣었다. 내용물은 한치 틀림 없이 똑같았다. 둘다 비슷한 가격의 책이었고, 둘다 똑같이 책 외에 사소한 물건이 들어있었다. 알라딘에서 보낸 것에는 얼마전 알라딘의 사은품이었던 여행용 백이 들어있었고, 남편 회사에서 발송한 것에도 책과 원단 한마(90cmX120cm)가 들어있었다. 알라딘에서 집으로 발송한 것은 아무 문제없이 집까지 잘 도착했고, 회사에서 회사로 발송한 것은 무려 한화 3만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물렸다. 같은 날 발송해 같은 날 도착한 물건이었다.   

헐. 이건 뭐지. 아마 회사에서 회사로 보낸 물건이라 그런가보다, 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집으로만 보내자, 했다. 다음 주문을 넣었다. 알라딘에서 집으로, 그나마 조금 싼 EMS로 주문을 넣었다. 물건 가액은 120 달러가 조금 넘었나보다.  

같은 날 옆집 사는 언니와 같이 물건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언니는 150 달러라고 물건 가액을 써 넣은 박스였고, 나는 120 달러라고 써 놓은 박스였으나, 그 언니는 세금을 물지 않았고 나는 한화 5만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물었다.  

헐. 그래, EMS라 그랬나보다. 나름 우체국은 국가 기업이니, 이놈의 나라는 정부가 썩을대로 썩었으니까, (옆집 언니는 왜 세금을 내지 않았을까?) 그럼 그나마 사기업이고 국제적인 기업인 DHL을 비싸더라도 이용해주마. 했다.  

다시 알라딘에 주문을 넣었다. 집으로 발송, DHL 이용. 물건 가액은 하나는 70달러 하나는 90 달러.  

풋. 70 달러 물건은 50달러 세금, 90 달러 물건은 55달러 세금을 매겼다.  

알라딘에 전화를 하고, 한국 DHL에 전화를 하고 인도네시아 DHL에 전화를 했다.  

알라딘에서는 이런 컴플레인은 처음이란다. 전혀 모르는 사실이란다. 이런 일이 있으니 공지에 올려달라 말했다. 인도네시아로는 웬만하면 보내지 마세요! 그렇게.  

한국 DHL에서는 알고 있단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항상 일어나는 일이란다. 심지어 입던 옷이라 목깃에 때가 꼬질꼬질 묻어서 간 옷 조차 세금을 물린 경우를 본 적이 있단다.(전 세계적으로 중고물건에는 세금 안물린다.) 

인도네시아 DHL에 전화를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살 수 있는 물건을 해외에서 사서 들여왔기때문에 세금을 메긴 거라고 했다. 니네 한국말 책도 만들어내니 했더니 우물쭈물, 바로 말을 바꾼다. 라이센스가 없기 때문이란다. 무슨 라이센스? 물으니 대답을 못한다. 인도네시아 거주 외국인이 자국의 책을 받으려면 라이센스가 있어야 된다는 말이니? 그랬더니 바로 그렇단다. 그 라이센스 어디에 가서 받니? 했더니 대답 못한다. -_-;;; 

두번째 물건은 못받는다 했다. 열받은 남편 님하, 그 책 새로 사 줄테니 걍 버린셈 치란다. 그래 그러마, 했다.  

 

 

 

 

 

 

ㅠ.ㅠ 

 

 

 

 

한국에 살때, 기분이 꿀꿀해지면 책을 샀다. 책을 주문하고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도착한 책을 읽는 순간들의 즐거움이 나를 지탱했다. 그걸 아는 남편은 가끔, 내가 정말 우울해 보일 때 책 사줄까? 묻곤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 나라에 산다는 게 너무 힘들어 투정을 부리면, 남편은 한번씩 책 사줄까? 출장자 있는데. 했다.  

헌데 이 나라에서는 책을 사는 것이 더 스트레스다.  

dhl 과 싸우고 패닉 상태로 누워서 오늘도 하루키의 먼북소리를 꺼냈다.  

 

 

하루키가 이탈리아에 체류하며 쓴 이 책에는 <이탈리아의 몇가지 얼굴>이라는 챕터가 있고, 그 안에 <이탈리아의 우편 사정>이라는 챕터가 있다. 그 챕터는 이렇게 시작한다.  

만약 이탈리아란 나라의 특징을 40자 이내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나는 "수상이 매년 바뀌고,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며 식사를 하고, 우편 제도가 극단적으로 뒤진 나라."라고 답할 것이다.
p.377 

그리고 많은 페이지를 이탈리아의 우편 제도에 대한 놀라움을 토로하는데 할애한 하루키는 "아무튼 이 나라의 공공 기관은 치명적으로 번잡하고 비능률적이고 불친절하고 관료적이다. 그런데다 자잘한 규제가 많고 그런 규제가 또 반년마다 제멋대로 바뀌니 거의 아무도 규제 따위 기억하지 못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런 연유로 도처에 제도적 블랙홀이 생긴다. (p.380)"라고 말한다. 그리고 영리한 하루키는 "하나 그런 일로 화를 냈다가는 이탈리아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p.381)"고도 잘라 말한다. 왜나하면 "매일이 이런 일의 반복(p.381)"이기 때문에.  

그리고 또다시, "내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감탄하는 것은, 그들이 이런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을 조금도 개선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p.382)"라는 진지한 감탄까지 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 한 줄은 그지없이 인상적이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이런 일을 써본들, 어차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p.386)"라고.  

내가 이 책을 읽은 2009년 무렵에 하루키의 이 이야기는 재미있는 우스개였다. 지금 나는, 하루키의 분노와 체념 뒤에 오는 그 허탈한 심리를 너무나 절절히 이해한다. 이건 정말이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테니까. 아, 정말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만 이해하는 존재로구나.  

하루키의 책으로도 도저히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가 없을 때는 움베르토 에코 아저씨의 책을 꺼낸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석학(아 이 식상한 표현이라니.)이신 이 분, 정말 끝내주는 소설가이자 기호학자인 이 분 말이다. 이분이 어느날 암스테르담을 지나오다 운전면허증을 도둑맞으셨단다. 그리고 그 도둑맞은 운전면허증을 이탈리아에서 재발급 받기 위해 겪으신 일들을 글로 남겼다. 이름하여 

<도둑맞은 운전 면허증을 재발급받는 방법>챕터다. 이건 도저히 요약도 안되고, 어디를 뽑아낼 수도 없다. 배를 잡고 깔깔깔 웃을 수 밖에 없는 코메딘데, 이 깔깔깔 웃는 코메디가 읽는 사람에게만 그렇다는 걸 이제야 나는 안다. 그간 웃었던 일들이 너무 미안해지는 거 있지. 이 일련의 일들에 대해 이 뛰어난 두뇌를 가지신 분은 이렇게 요약을 해 낸다. "한마디로 말해 불법의 대량화 또는 합법의 허구화(p.81)"라고.  

이 나라에 살려면 한국으로치면 외국인 등록증 같은 걸 받아야 한다(이름은 KITAS다). 이건 여권과 함께 항상 소지하고 있어야 하고 매년 갱신해야 하며, 심지어 이민 당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집으로 불심 검문을 나와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당해본 적은 없지만, 꽤 흔한일이다.) 이 중요한 것이 말이다. 크하하, 나는 지금 없다. 일년에 절반은 내가 가지고 있지를 못한다. 절반이 뭐야. 2/3 정도는 이 나라 정부에서 들고 있는 것 같다. 꼭 가지고 있으라고, 안가지고 있으면 안된다고, 벌금을 물린다고 추방을 하겠다고 난리지만 실제로는, 아니, 줘야 가지고 있지. 나는 매년 7월에 이 거주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데 5월경에 이민국 브로커를 통해 이민국에 여권과 끼따스를 비롯한 부속 서류들을 넘겼다. 그리고 7월도 지나서 8월에(푸하핫!) 이민국에 가서 갱신을 하기는 했다(뭐, 이 갱신 과정으로 이 나라에 불법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걸러낼 수 있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자 갱신을 하기는 했는데, 아직도 여권과 끼따스와 기타 등등의 서류는 10월이 된 지금까지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 있는지는? 누가 알라나. 아마 브로커는 알겠지.  

이민국에 가보면 이민국 직원이 좀 있고, 외국인이 있고, 그 이민국 직원 전부와 갱신을 위해 와 있는 외국인 전부를 합한 수의 세배쯤 되는 브로커들이 있다. 서류에 사인하라는 말조차, 눈 앞의 외국인에게 하지 않고 바로 옆의 브로커에게 한다. 나름대로는 이 나라의 고용창출이라나. 푸하하하하핫. 하긴 뭐, 이 나라는 도로는 좁고(10년째 도로는 확충되지 않고, 자동차는 10배가 늘었다.) 교통 체증은 심화되니 도로를 건설하는 게 아니라 3 in 1 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는 무조건 3명 이상이 타고 있어야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자 조끼(joki)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도로 근처에 손가락 하나를 내밀고 하릴없이 서 있는 사람들. 말하자면, 한국에 예전에 남산 터널이 3명 이상이라야 무료 통과할 수 있다는 제도를 만들었을 때 전설처럼 들려오던 그 앞에 서서 차를 타고 같이 터널을 지나주는 알바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똑같은 거다. 그게 정상적인 직업이 되고(장인자리가 사윗감에게 "자네 직업이 뭔가?" 하면 "네, 저는 조끼 일을 합니다." 가 되는) 나름 고용창출을 했단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아아 웃고 있어도~ 나는 눈물이 난다~~~

하루키 말대로 "어차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고, 에코의 말대로 "불법의 대량화 또는 합법의 허구화" 인 것이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남편이 DHL과 통화를 다시 했다. ㅠ.ㅠ 남편은 그 책을 폐기처분하라 말했다. 아아아아아아아. ㅠ.ㅠ 내가 이 그지같은 나라에 왜 날 끌고 왔냐고, 나는 도저히 못산다고 발작을(종종 일으킨다. -_-;;) 할 조짐이 보이자 미리 선수를 친다. "새로 사 주께! 똑같은 거 사서 출장자 편에 받아다 주께!!!" 아. 마음에 좀 안정이 온다. 

마지막으로 은희경의 책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 아니 모든 인간이 가진 개인성을 다양함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그리고 배려하는 사회는 규칙이 많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p.244

규제가 많은 것, 좋게 보자면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사는 이민의 나라이기 때문에 필요하겠지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함게 살자면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불만을 최소화하려면 규칙과 규제가 많아질 수밖에요. 사회의 우선 가치는 물론 공정함fair이고 말이죠. (걸핏하면 소송, 그러니 변호사가 그리도 많고...)
p.250 

미국은 이러하군.  

저는 이 나라에서 아직 2년 남짓 더 살아야 한다. 뜻밖에 모범생 기질이 다분하고 규칙에 어긋나는 것을 못견뎌하는 나에게 이 나라는 참 견디기 힘든 나라.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고, 법과 규칙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나라.  

ㅎㅎㅎ 운전 면허증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 나라에서는 면허를 돈을 주고 사거든요. 그리고 그것또한 갱신을 해야 하는데, 뭐 면허증이 없으면서 운전을 해도 교통 경찰에게 뜯기는 돈이 있을 때보다 세배쯤 많아진 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_-;;; (참고로,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어도 돈은 뜯긴다. 단 벌점이나 기록은 전혀 없다. 걍 돈만 주면 된다. 교통경찰하면서 돈 구하긴 참 쉽다, 이 나라는.)

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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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맘 2011-10-2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속상하셨겠어요..ㅜ,ㅜ그래도 열심히 책읽는님의 모습을 보면 제모습에 반성이 되네요..책을 편하게 살수있는이곳에 살고 있으면서도...요즘은 뭐가 그리 바쁜지 책을 못읽고 스트레스만 읽어야지 하는...ㅋㅋ직원이 한명 있었는데 어렵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시켰거든요 얼마나 서로 무등켜안고 울었는지...사실 정말 어려워서 그렇다면 할말이 있는데 그건 아니었으니까.요...한명의 직원이 그만둔 빈자리는 고스란히 제가 다 일로 전해주네요...
덕수와함께 놀시간도 괜히 피곤하다는 이유는..여튼 힘내세요...

아시마 2011-11-10 22:44   좋아요 0 | URL
열심히 읽죠. 후진국이 괜히 후진국이 아니라서 한달 이십만원 정도 되는 돈에 식모 둘을 부리고 있으니, 닉 혼비가 말했듯, 저녁 먹고 설거지 거리를 미뤄두고 책을 읽는 거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고.

근데 참... 이 나라가 싫어요. 진짜로.
 

다인은 약간, 특이한 데가 있는데, 아니 어쩌면, 정상적인 모습인지도 모르지만, 내가 볼때는 특이한 모습인데, 음, 동생에 관련된 거면 기겁을 하며 챙기려 든다. 보통은, 음음, 동생 갖다 내버려 달라든가, 뭐 그런게 정상 아닌가. -_-;;; 내가 너무 최악의 상상과 상황만을 보고 살아온 건가. 

해인을 임신해 있을 때 내가 들은 최악의 형제 이야기는, 큰애가 작은애를 너무 괴롭혀 엄마가 작은 애를 한집에서 키우지 못하고 친정인지 시댁인지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카더라 통신의 이야기도 아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나와 아주 친한 친구의, 아주 친하게 지내는 전 직장 동료의 동생 이야기였다. 둘째를 낳아 돌이 되기 직전에 시댁인지 친정인지로 보내고 4살인지 5살인지 되는 큰딸만 데리고 살고 있는 그 동생의 이야기는, 나를 겁에 질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더구나 나는 그녀보다 터울도 더 작은 아이를 낳게 될 판이었으니.  

참 이상하지. 해인을 임신해 있을 즈음에 내 귀에 들려오던 이야기는 죄다 그런 이야기였다. 이제 갓 백일 된 떡애기를 한밤중에 몰래 끌어다 현관에 내 놓고 자고 있더라는 형의 이야기, 엄마나 어른이 보고 있지 않으면 동생을 발로 뻥뻥 걷어차서 다른 사람을 기겁하게 만들었다는 옆집 아줌마의 시댁 조카 이야기.  

그래서 였을까, 피만 보지 말자, 이게 내 바램이었다.  

남들이 다들 부러워 하는, (^___________________^) 다인의 잠자리 습관은 "무서운 아저씨"에 힘입은 바 큰 데, 그는 망태 할아범과 유괴범과 괴물의 이미지가 교묘히 조합된, 말 그대로의 '무서운' 아저씨로, 밤 8시가 되면 우리집에 나타나 그 시간까지 눈을 뜨고 있는 어린 아이를 잡아가는 존재다. 다른 사람들의 집엔 이 무서운 아저씨가 없는가? 다인은 네돌이 멀지 않은 지금까지도 무서운 아저씨라는 말엔 기겁을 한다.  

그런 다인이, 세돌이 지났을 무렵, 밤 7시가 되어 잠을 자자고 방에 불을 껐는데, 동생이 자지 않고 어두운 방 안을 뱅뱅 돌며 돌아다니자, 울먹울먹 하며 말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해인아, 빨리 자. 무서운 아저씨 온단 말이야." 

그 전부터 별 해꼬지가 없는 아이이긴 했지만, 종종, 동생을 챙기는 큰애가 귀여워서 나는 부러 큰애를 겁주곤 했다. 

"해인은 안자네. 나쁜 아기네. 이제 무서운 아저씨 와서 잡아가겠네." 

그럴때마다 어김없었다. 울먹울먹하며,  

"엄마, 해인은 우리 동생이잖아. 잡아가면 안되는데. 해인아, 빨리 자. 해인아 빨리 자." 

라고 말하는 것이. 막상 다인은 무서워서 눈도 못뜨고 있으면서.   

 

애를 둘을 키우니, 둘의 성격이 참 비슷한 듯 극과 극이다. 다인은 단 한번도, 정말 단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해인은 걸핏하면 바닥에 드러누워 땡깡질이다. 드러누울때도 머리를 다칠까봐 팔꿈치로 뒤를 지탱해가며 모로 드러눕는데 어찌나 황당한지. 그러곤 눈만 말똥말똥 뜨고 쳐다본다. 자기 안고 가란다.  

한번은, 저 버릇 고쳐야지 싶어서, 그냥 두고 간다, 하고 돌아서서 한 5미터 갔더니 해인은 멀쩡한데 내 치마꼬리를 잡고 오는 다인이 기겁을 하며 자지러졌다. 해인이 데려가야 한단다. 두고 가면 안된단다. 왜냐하면 우리 동생이니까.  

엄마는 말 안듣는 저런 해인이 같은애는 키울수가 없으니 그냥 두겠다 했다. 좀 있으면 무서운 아저씨가 데리고 갈 거라고도 했다. 정 데려오고 싶거든 네가 가서 데려오라 했다. 다인은 왕왕 울면서 뛰어가 맨송맨송한 얼굴로 드러누워 땡깡질 중인 동생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등을 밀고 손을 잡아 끌며 데리고 온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게 뭔가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진짜, 큰애가, 아직 네돌도 안된 애가 말이다, 그렇게 기를 쓰고 동생을 챙기는 모습을 봐야 내 심정이 이해가 된다. 으으으으, 그 심정은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된다. 왜 윤리도덕에서 효 다음 가는 덕목으로 우애를 강조하고 있는지 알만하다. 우애란, 효의 또 다른 형태인거다.  

 

오늘, 다인이 처음으로 유치원엘 갔다.  

한국에서도 그런 교육기관에 가 본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가는 유치원이라는 데가 온통 노랑머리 칠갑에 들려오는 언어는 죄다 영어인 그런 곳이다. 한반 정원이 10명인데, 3명을 빼곤 모두 서양아이들이고, 그 3명 중에서도 다인을 제외한 2명은 영어 사용이 능숙한 아이들.  

이곳의 교육기관은 한국보다 훨씬 빨리 시작하는 편이라, 8시 15분부터 시작된 수업에 영어라곤 두어달 전부터 일주일에 두번씩 개인 레슨 선생을 붙여준 것 외엔 접해본 일이 없는 애를 밀어넣어놓고 밖에서 해인을 데리고 기다렸다. 처음엔 씩씩하게 손을 흔들고 들어갔던 다인은, 한시간이 지나 살짝 들여다 본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은 다들 제가끔 무리를 지어 각각의 선생님들과(선생님이 셋이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블럭을 만들기도 하고 있는데 혼자 한가운데 서서 울먹울먹 하며 또 다른 선생님에게 뭔가를 어필하고 있었다. 아니지, 어필도 아니었다. 선생님은 뭔가를 말을 하고, 아이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꾹꾹 누르며 고개만 흔들고 있었다.  

살그머니 교실문을 열고 다인에게 손짓을 하니, 아이는 그제야 꾹꾹 참았던 울음을 쏟아놓으며 내 품에 안겼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조금있다보니 엄마가 없더란다. 그래서 울었단다. 글쎄, 이런 심정 또한 첫 아이를 처음으로 교육기관이라는 곳에 보내본 엄마만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아닐까.  

선생님의 양해를 구하고, 해인까지 데리고 교실에 들어가 한시간쯤을 함께 있어 주었다. 그리고 나가겠다고 하니, 다인은 안된다고 나를 붙잡는다. 그런 다인을 잡고 내가 말했다.  

"그러면 해인은 어떡하지? 다인이 친구들하고 놀고 있는데 해인이 자꾸 돌아다니고 방해를 하니까, 해인은 이 교실에 있을수가 없는데, 그럼 엄마가 다인하고 여기 있으면 해인은 혼자 밖에 나가있으라고 할까? 그럼 무서운 아저씨가 와서 데리고 갈 텐데? 그래도 괜찮아?" 

울먹이던 다인은 급작스레 언니 모드의 불을 켰다. 엄마 나가있으란다. 해인이 데리고 밖에서 기다리란다. 자기 혼자 교실에서 한번 해 볼테니, 엄마는 밖에서 자기 수업 끝날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란다. 해인을 안고, 노랑머리의 물결 속에, 나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쏼라거리는 영어 속에 다인을 놓고 나왔다. 어쩔수 없다고, 지금이 아니면 내일이라도 내일이 아니면 모레라도, 언젠가는 적응해야 하는 수순인거라고.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과연 정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한시간쯤 지나서 다인은 다시 울면서 교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이번엔 울음이 좀 더 크다. 역시나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내가 다인을 안아주고 달래주고,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또다시 해인은 어쩌냐, 물었다. 이번에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유치원을 안가면, 우리집엔 인제 유모 언니가 없잖아? 다인이 유치원을 안가고 집에 있으면 엄마가 다인하고 놀아야 하는데, 그럼 해인은 어쩌지? 해인을 봐 주는 유모 언니도 없는데 해인은 그럼 재채기 나라에서 부침개 타고온 재채기 할미한테 데려가라고 할까? 찰퐁이처럼? (마술피리 어린이를 아는 사람은 이 이야기를 안다.)" 

다인은 이번에도 기겁을 하며 머리를 흔든다. 그리곤 또 씩씩하게 눈물을 싹싹 닦고 내가 한번 해 볼게, 한다. 엄마는 해인이랑 밖에서 기다려, 한다.  

그렇게 다인을 교실에 들여보내고 입맛이 쓰다. 도대체, 동생이 뭘까. 4돌도 안된 아이의 응석을 단숨에 멈추게 하는 위력적인 존재인 동생 말이다. 그 동생의 약빨이 기가 막히다는 걸 알아서 손 쉽게 동생을 내세워 이런 저런 것들을 강요하는 나라는 사람은 도대체가. 

8시 15분에 시작된 수업은 중간의 30분간의 스낵타임을 포함해 12시 45분이 되어야 마쳤고, 돌아오는 길에 다인은, 이제는 유치원에 안간단다. 자기는 5살이니까, 6살이 되면 유치원에 간단다. 원래 6살에 유치원에 가는 거란다. 그걸 또 한참을 붙잡고, 한국에서는 4살이었으니까 유치원에 안가는 거지만 원래 5살이 되면 유치원에 가는 거야, 라고 꼬드겼다. 선생님과 미리 이야기를 해서 내일 유치원에서 책 읽어 주는 시간에는 다인이 좋아하는 영어책을 읽어주기로 약속을 해 놓고, 집에 와서는 그 책을 두세번 읽어주었다. 말하자면, 유치원생에게 예습을 시킨 격이다.  

아. 나는 극성 엄마인 것일까.  

아이라는 건, 대견해지는 만큼, 엄마의 가슴을 아리게 하기도 한다. 4돌된 아이의 대견함이란, 얼마나 속으로 힘들게 힘들게 애쓴 결과일까.  

 

이런 과정을 거쳐서라도 유치원을, 그것도 한국애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곳을 굳이굳이 찾아서, 보낸 것이 맞는 것일까. 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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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8-20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궁, 다인이가 처음으로 유치원생활에 적응하려니 얼마나 낯설고 힘들까요. 그런데 저는 주로 먼스터를 활용하는데 이래도 되나 싶으면서도 점점 두려움을 주는 강도가 커지고 있어요. 재우려고요 ㅋㅋㅋ 저는 왜이리 옛날 구전동화가 무섭나 했더니 다 선조들의 지혜가 묻어 있는 거더라구요. 이 페이퍼는 둘째의 지름심을 부릅니다^^

루체오페르 2010-08-26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따님의 자매애가 예쁘네요. 평생 가길 바랍니다.^^

덕수맘 2010-09-1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아시마님 다인이 좀 있으면 적응할거에요...아마 제가 이글을 쓸때쯤이면 적응이 살짝 됐겠죠..어디서나 아이들은 금방 친해지게 되있으니까요.저는 아직 둘째가 없어서 늘 궁금하기는 했는데 우리덕수가 동생 생기면 어떡해 할까?가끔 그러거든요.엄마 동생 좀 나아줘 그럼 낳아주면 뭐하게 갖고 논다고 하더라구여. 제생각에는 같이 논다는 표현을 잘 못한게 아닐까 싶어여.가끔 동생들이 있으면 하는 생각을 하나봐여. 여튼 다인의 편한 유치원가는 모습을 늘 기도할게요..타국에서도 늘 평안하기를요...

찌야마미 2010-10-3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이글읽다가 뒷부분에서 울뻔했당 다인이의 모습이 어떤건지 알꺼 같아서....첨으로 엄마 떨어지는데가 말두 안통하니 참으로 힘들었을꺼같당 근뎅 그놈의 동생이 뭔지 참고 이겨나가야 했던 울공쥬 대단하넹....이제는 씩씩하게 잘 다니고 있겠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