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조새 파킹하는 소리.


어느날 뜬금없이 프리즌 브레이크가 보고 싶더라. 이 미드의 고전중의 고전 명작중의 명작(시즌 2까지만)을 처음접한 건 2008년이었다. 회사의 누군가에게 이 드라마가 들어있는 외장하드를 받아 온 충무공은 만사를 작파하고 정신없이 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둘째를 임신중이었고, 첫째를 돌보느라 정신 없을 때라 오며 가며 충무공이 보는 걸 같이 보다 말다 했었다. 그때는 이게 뭐가 그리 재미있나, 그저 주인공 남자는 참도 잘생겼구나. 하고 말았는데 그때로부터 다시 7년이 지난 지금, 그해에 태어난 둘째놈이 초등학교를 들어가고도 2달이 지나 문득 그 드라마가 보고 싶어졌다. 고민할 게 뭐 있나. p2p 사이트에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4개, 총 81편을 다운로드 받았다. 

그리고... 한 열흘 미쳤다. 하하하하하하. 

요즘 프리즌 브레이크 보고 있어, 했더니 누군가 그러더라. 

"시조새 파킹하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그 시조새, 방금 파킹 끝내고 시동 껐다. ^_^


2. 그를 왜 죽여야만 했을까?


문득문득 느끼는 거지만, 미국은 슈퍼 히어로를 참 좋아한다.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소설이나 뭐든지. 프리즌 브레이크의 슈퍼 히어로는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다. 배트맨 같은 엄청난 재력도 없고, 슈퍼맨 같이 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고 헐크같은 근육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남자는 완벽한 외모와 측량할 수 없는 지능으로 슈퍼 히어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뇌가 섹시한 남자를 좋아하는 나는 그에게 열광했지만 시즌 3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좀 짜증이 났다. 이것드라~ 니들 뇌는 장식이냐? 스스로 생각 좀 해, 석호필한테 그만 물어봐!!! 싶었달까. 

그는 그의 뇌를, 그의 능력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 의해 끝도 없이 끌려다닌다. 시즌 1에서 정말 탈옥시키고 싶지 않았던 테오도르 백웰과 같은 인물도 어쩔수 없이 탈옥을 시켜놓고, 그가 저지르는 죄들에 대해 연대의 책임을 느끼는 섬세한 감성과 정의감을 가진 이 남자는, 그러나 연인과 조카를 구하기 위해 누군지도 모를 남자를 또다시 탈옥시켜야 한다. 

시즌 3에서 마이클은 굳이 제임스 휘슬러에 대해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알아보려 했다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주변에 굴러다니는 흔한 정보와 정보원들을 그는 애써 외면한다. 아마도 모르고 싶었을 거다. 거대악 집단 '컴퍼니'에서 구해내고 싶어하는 남자가 좋은 사람일 리가 없다. 백웰의 탈옥을 도운 것과 같은 일은 또 하고 싶지 않지만 그를 구하지 않으면 연인과 조카를 구하지 못한다. 내가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같은 지점이다. 정의고 나발이고 내 연인이 먼저~ 라는 바로 그 지점. 

시즌 1,2 에서부터 사람들은 마이클만 쳐다본다. 그의 입이 열려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이제 뭘 할까? 마이클? 이쪽으로 갈까? 저쪽으로 갈까? 죽을까? 살까? 숨을 쉴까? 말까?..... 시즌 1,2까지는 사람들의 그런 면이 이해되고 수긍이 간다. 그가 모두 준비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시즌 3가 되면, 이 근육맨 형이 말이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생한데 물으러 온다. 마이클, 뭘 할까? 아... 놔.... 생각 좀 하세요... 스스로도. 마이클의 옆에 있으면 사람들은 점점 생각하는 법을 잊게 되는 것 같다. 

그는 그래서 죽어야만 했을 거다. 그가 살아 있는 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그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 테니까. 그의 죽음이 그의 가족과 연인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된다. 그가 죽는다는 결말을 알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지만 그렇지 않았다해도, 시즌 3쯤 가면 그의 죽음을 예감하게 된달까. 이 똘똘한 남자는 뇌종양을 스스로 발생시켜서라도 죽었을 거다, 아마. 


3. 난 스트레이트가 좋은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은 뭔가, 음, 매우 전형적인 미남이다.... 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 말의 뒤에 근데 왜 충무공과 결혼을 했니? 라는 질문이 붙었던 건 슬픈 비밀이다. ㅠ.ㅠ)

내가 좋아하는 얼굴은 리키 마틴이다. 그는 대놓고 게이다. (그래도 대리모를 통해 그 아름다운 유전자를 지구에 남겨준 건 참으로 고맙구려, 마틴씨. 헐헐.) 이 라인에 웬트워스 밀러를 추가한다. (밀러씨, 마틴한테 가서 대리모 섭외 방법이라도 물어 봐. 좀좀. 지구 미모의 평균을 높여보자고.)

한국 배우중에는 차승원과 이민호가 좋다. 난 느끼한 외모가 좋드라. 

뭐, 뭐가 되었건 예쁜 걸 보는 건 좋으니까. 차승원은 이제 좀 늙었지만 과거 그의 미모와 기럭지는 과연 발군이었다. 아하하하하하.

아참. 조지 클루니도 무진장 좋아한다. 여자랑 결혼해 줘서 감사해요~ 조지.


4. 충고는 듣는 편이 좋다.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의 짧은 글을 읽었다.

뒷편이 궁금해 보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편만 보세요. 안 그러면 후회하실 겁니다. 라는.

그게 무슨 소릴까 했다. 열흘도 안되는 시간동안 프리즌 브레이크를 다 보고 나니 그 말이 확 와 닿더라. 후회된다. 하루 한편만 볼 걸. 

예전에 미드 로스트가 한참 인기있을 때, 그런 말이 유행했다. '로스트 안 본 뇌 삽니다.' 또는 '로스트를 아직 보지 않은 당신이 부럽습니다.' 아아. 그 말이 이렇게 절실하게 이해 될 줄이야.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 삽니다." 


5. 잘생긴 남자가 나오는 또 다른 미드 추천 받아용~ 반드시 주인공이 "잘!" 생겨야 합니다!!! 막 셜록 이런거 추천하면서 보다보면 쥔공이 잘생겨 보여요~ 이런말 하면 미워할 겁니다. 진짜예용~ 프리즌 브레이크 보는 내내 드라마 스토리를 따라가는 즐거움이 절반이면 석호필 얼굴보는 즐거움이 나머지 절반이었다. 시즌이 점점 진행될수록 그의 얼굴과 몸이 후덕해 지는 걸 보는 건 좀 슬펐지만. 어이 밀러씨, 거 다이어트 좀 하지? 웨이트도 좀 하고. 응?


6. 습관


예전에 말이지, 내가 드라마를 무진장 좋아하면서,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이유는 매일 또는 매주 같은 시간에 드라마를 보기 위해 동일한 시간에 TV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싫어서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요즘은 VOD 덕분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만큼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어 이제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는 말을 못하겠다. ㅎㅎㅎ 이건 자카르타 시절 생긴 버릇이다. 거기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드라마는 VOD로 봐야 했으니까. 재미있을 것 같은 드라마가 나오면 아껴뒀다가 완결까지 난 다음 한방에 확 땡겨 보는, 요 재미 아주 쏠쏠하다. 

그래도 프리즌 브레이크는... ㅠ.ㅠ 여전히 저는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를 사고 있습니다. 네네.로스트 안 본 뇌 가지고 있으니 교환 가능합니다. ^________________^


7. 슬슬 돌아가야지.


그래, 이제 슬슬 돌아올 때가 됐다. 일 좀 하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lanca 2015-05-0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왜 이리 뜸하셨나 했더니 석호필에게 가 있으셨던 거군요. 둘째가 벌써 초등학교를!! 조지클루니 부인은 조지클루니 답더라고요. 잘 살 것 같아요. 마치 아는 사람처럼 ㅋㅋ저는 아직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입니다.

아시마 2015-05-18 18: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석호필을 거쳐 장그래하고도 다시한번 인사하고 왔어요.

미생도 참 잘 만든 드라마예요. ㅎㅎ 직장 생활을 안해본 저로서는 판타지 읽듯 읽었던 만화라 드라마도 재미있더군요.

조지 클루니 옹은 잘 살겠지요. 그분 와이프가 우리랑 동갑이던데. 그분도 그 잘난 유전자 얼른 남겨주셔야죠. 아. 난 이런거만 관심있어. ㅎㅎㅎ 둘이 닮은 사람들이 잘 산다니 잘 살겠죠 뭐. ㅎㅎㅎ 나도 막 친구인 척.

프리즌 브레이크를 아직 안 본 뇌라니, 부럽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5-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듯 올듯 안오셨던 아시마님. 한 번 글 툭, 던져놓고 또 오래 안오시고.. 이젠 자주 오시는겁니까? 네?

아시마 2015-05-18 18:48   좋아요 0 | URL
자주 올 겁니다, 네네네네네. ^^

요새는 커뮤니티에서 노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