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치는 달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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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나 나이 많은 유부남과 바람이 나 도망가 버린 친구 준코. 각막 이식이 필요한 아들을 하나 낳고 도쿄 변두리에서 작은 라면집을 꾸리며 살고 있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주름이 잡힌 얼굴로 초라하게 살고 있는 그녀에게서 매년마다 안부를 묻는 연하장이 온다. 자신은 행복하다며, 잘 살고 있느냐고.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그녀의 `행복`이라는 말을 고등학교 친구인 그녀들은 인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궁금해한다. 준코가 행복하다니.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럼 나는. ... ?

구시로 습원을 구비져 흐르는 검은 강들처럼, 우리들 인생은 바다를 향해, 내일을 향해 흐르고 있다는 담담한 이야기가 여러 친구들의 입으로 말해지는 소설이었다. 올해의 첫 소설로 손색없는 이야기였다. 잘해보자. 2016년.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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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펄펄 내린다.

공원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5층 꼭대기 우리반 교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바래진 낙엽만 굴러다니는 공원에 눈이 펄펄 내린다.

아이들은 내 얼굴을 보다 창문밖을 보다 한다.

 

오늘의 수업을 '민주주의의 발전'

직선제를 쟁취 후 첫 선거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얼마전 돌아가신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훑어보는 시험 전 마지막 수업시간이다.

밖에 눈이 펄펄 내리는데, 당선되는 순간의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과,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손을 맞잡은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과,

온통 노란 색으로 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 사진을 차례차례 넘기다 보니

울컥울컥 한다.

나는 최대한 아이들에게 공과 과를 더불어 보여주고,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보태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어느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 그럼,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살아있는 전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뿐인 거예요?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이어서 내리는 눈만 쳐다 본다.

 

안홍근이 만든 곡. 홍혜주가 예쁜 목소리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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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군 2016-07-08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오네요~!!^^ 책도 읽지 않고, 노래도 듣지 않고... 핸펀으로 들어와서 업뎃이 안된거 처럼 보이는건지~~ 여기에 관심이 작아지신건지~ㅋㅋ 그래도 요렇게 노래 들으러 오는 사람이 있단걸 기억해주세요~ㅋ 여름이네요~!!

애쉬 2016-07-09 16:34   좋아요 0 | URL
진짜 오랫만이네요. 나날이 더워지고 있는데 잘 계시죠?? 일이 바쁘니 음악 듣는 시간이 확 적어지더라구요.
쏘군님 생각하며 저도 그동안 못들은 음악 좀 들어야겠어요. 곧 올릴게요~~~

쏘군 2016-09-0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경주에 몽니, 10Cm 공연이 있데요...ㅋㅋ 사무실 바로 앞에 한다길래....퇴근을 기다리며 애쉬님 서재구경 중입니다..ㅋㅋ 노래 또 올려주세요~~^^ 기다리고 있어요..!!!
가을이 오고 있어요...!!!
 
해방 후 3년 - 건국을 향한 최후의 결전
조한성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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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말로 해방후 3년을 읽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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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물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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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의 후속작. 오캇피키인 모시치의 사건부.
사건을 처리하는 모시치의 모습도 정감있고, 이토키치, 곤조 등 주변 인물들도 하나같이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잔뜩 궁금증을 일으켜놓고는 뚝 끝을 내버린 유부초밥집 주인장이나 영감 소년 니치도의 이야기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제철 먹거리 이야기가 솔솔 냄새를 풍기며 등장해 풍치마저 좋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워낙 옛날에 읽어놔서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데, 이렇게 따뜻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였던가 싶다. 모시치 시리즈의 맛인가 싶다가, 이것이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야기꾼의 힘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 두어 페이지 읽은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안도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에 스스로도 놀랄 정도이다. 흉흉하고도 미심쩍은 사건들을 밝혀내는 것이 오캇피키의 일이라지만, 그래도 미야베 미유키의 글이기 때문에 안심한다. 보고싶지 않은 인간의 잔혹한 부분을 보고싶지 않은 잔혹한 방식으로 보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이 이야기들의 줄기줄기에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조용히 흘러다니고 있다고. 

연재하는 잡지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더이상의 이야기는 나오고 있질 않다지만, 분명 나오겠지. 암, 나와야하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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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4층에 있는 사무실. 창가 옆인 내 자리에선 밖으로 늘어선 나무들의 머리가 알록달록 보인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빛깔들이 오묘하게 저마다 다름을 뽐내며.

저런 것들이 마음을 서글프게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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