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말야, 사기야.
샛노란 병아리색 표지를 해서는 꼬리 말린 고양이까지 그려넣어 귀여운 척 하는데 그거 다 사기다. 한시도 유쾌하지 않은 순간이 없는 말투에 생뚱맞은 설정들, 무진장 명랑한 척 하는데 그것도 다 사기다. 이사카 코타로 사진 봤나. 가공할 동안에 풋풋한 소년 같잖어. 나보다 한참 어린 줄 알았는데, 그것도 다 사기.

사실은 분하고 서럽고 눈물나고 화나잖아.
책장 덮자마자 젠장 하고 짜증을 내고 말았다.
심각한 것일수록 가볍게 전하라는 게 작가의 뜻이라지만, 너무 방심하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웃으면서 말하지 말란 말야, 하고 화가 났으니 말이다.

한 작가의 책들을 짧은 기간동안 여러권 읽다보니 책 자체에만 집중하기가 참 힘들다. 융단폭격이라도 하듯 걱정스러울 정도로 쏟아지는 일본 소설들을 보면서 굳게 이 앙물고 다짐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이다. 스스로 객관적이 되지 않고, 이야기에 몰입하기 보다는 자꾸 멀찍이서 구경만 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름 노력한다고 하는데도 역시나 책장에 일본소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사카 코타로가 어떻더라 하는 말 하고 싶지 않은데, 이 책을 막 끝냈을 때 생각할 틈도 없이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마구잡이 투정이다.
'이사카 코타로, 당신 판관 포청천이라도 될 작정이야?'
아직도 그렇게 복수하고 싶은게 많은 거야?
왜 빨간 팬티라도 입고 온 세계의 악을 다 응징해 보시지.
아, 생각해보니 예전에 <마왕>을 만들기도 했었지.
통쾌할 때도 있지만, 가끔씩 가슴이 아파. 마음이 아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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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가슴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명반 100선에 들국화의 1집이 1위로 뽑혔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를 한참 넘겨 들국화를 알게 된 세대지만, 
음악들을 들었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실, 오늘 이 노래가 생각난 건 그것 때문은 아니다.
요즘 수업시간에 5.18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 때문인지 아이들도 어느 정도는 배경지식이 있고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어
이야기하기 좀 덜 부담스럽다.
설명을 마치고 아이들과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매년 매반마다 몇번씩을 반복해 보아도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슬픔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근현대사를 가르치면서 왜 이런 나라에 태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우린 불의에 절대로 굴하지 않는 우직한 사람들이라고.
눈앞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친구들의 모습을 절대로 잊지 않는 단단한 사람들이라고.
수풀처럼 낮게 누워 다시 또 일어나는 용기있는 사람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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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서 읽은 두번째 책이다.
이번 여행에서 2권의 책을 읽었는데, 모두 참 좋은 선택이었다.
첫번째 읽은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는
'여행에서 읽는 책으로는 미스터리가 최고지'라는 평소의 내 생각을 완전히 뒤엎은 멋진 책이었고,
두번째 읽은 <이름 없는 독>은
'여행에서 읽는 책으로는 미스터리가 최고지'라는 생각을 여실히 증명한 책이었다.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는 내게,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진진이었다.
전작 <누군가>에 비해 훨씬 짜임새있고 다이나믹해진 점도 좋았고, 주인공의 성격이 보다 명확해진 점도 좋았다.

늘 그렇듯 미미 여사의 책은 군더더기 없이 말쑥하게 빠져서
기대한 만큼의 것을 모두 충족시켜 준다.
그녀의 책을 한두권씩 더 읽을수록 역시 잘쓰는 작가다 라는 감탄을 하게 되는데,
그건 이야기하지 않고는 못배길 만큼 뚝뚝 이야기 국물이 떨어지는 이야기쟁이라거나
몸에 척척 감길 만큼 감칠맛나게 글을 쓰는 글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제자리에  빼곡히 들어차 있고, 감길 곳이 감겨져, 펼 곳은 펴져 있게 하는 장인 같다는 의미이다.
이른바 장르소설 이라고 하는 것들의 공식이나 레시피가 그녀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 듯 하다.
나는 손으로 눈으로 더듬더듬 할 뿐이지만 그녀의 눈에는 작은 현들이 모두 보이는 듯 멋지게 연주를 한다.
게다가 더욱 고마운 것은 그녀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채도록 사려깊은 배려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들에서 나는 그녀가 왠지 기술자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위에서 장인이라는 말을 쓴 것도 그런 뜻이고.
예술적 경지에 도달한 장인.

그러나 가끔은 투박하고 치기어려도 가슴 터질듯 두근거리는 그녀를 만나보고 싶다.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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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소년의 재발견.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아드리아해를 천천히 가르며 지났던, 그 배 위에서 들었다.
심심한 듯했던 그네들의 목소리가 가슴에 파도가 되어 부딪혀온다.
함께 읽던 <어둠의 속도>도 조금씩조금씩 나를 적셔 눈을 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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