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 말야, 사기야.
샛노란 병아리색 표지를 해서는 꼬리 말린 고양이까지 그려넣어 귀여운 척 하는데 그거 다 사기다. 한시도 유쾌하지 않은 순간이 없는 말투에 생뚱맞은 설정들, 무진장 명랑한 척 하는데 그것도 다 사기다. 이사카 코타로 사진 봤나. 가공할 동안에 풋풋한 소년 같잖어. 나보다 한참 어린 줄 알았는데, 그것도 다 사기.
사실은 분하고 서럽고 눈물나고 화나잖아.
책장 덮자마자 젠장 하고 짜증을 내고 말았다.
심각한 것일수록 가볍게 전하라는 게 작가의 뜻이라지만, 너무 방심하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웃으면서 말하지 말란 말야, 하고 화가 났으니 말이다.
한 작가의 책들을 짧은 기간동안 여러권 읽다보니 책 자체에만 집중하기가 참 힘들다. 융단폭격이라도 하듯 걱정스러울 정도로 쏟아지는 일본 소설들을 보면서 굳게 이 앙물고 다짐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이다. 스스로 객관적이 되지 않고, 이야기에 몰입하기 보다는 자꾸 멀찍이서 구경만 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름 노력한다고 하는데도 역시나 책장에 일본소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사카 코타로가 어떻더라 하는 말 하고 싶지 않은데, 이 책을 막 끝냈을 때 생각할 틈도 없이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마구잡이 투정이다.
'이사카 코타로, 당신 판관 포청천이라도 될 작정이야?'
아직도 그렇게 복수하고 싶은게 많은 거야?
왜 빨간 팬티라도 입고 온 세계의 악을 다 응징해 보시지.
아, 생각해보니 예전에 <마왕>을 만들기도 했었지.
통쾌할 때도 있지만, 가끔씩 가슴이 아파. 마음이 아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