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가서 읽은 두번째 책이다.
이번 여행에서 2권의 책을 읽었는데, 모두 참 좋은 선택이었다.
첫번째 읽은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는
'여행에서 읽는 책으로는 미스터리가 최고지'라는 평소의 내 생각을 완전히 뒤엎은 멋진 책이었고,
두번째 읽은 <이름 없는 독>은
'여행에서 읽는 책으로는 미스터리가 최고지'라는 생각을 여실히 증명한 책이었다.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는 내게,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진진이었다.
전작 <누군가>에 비해 훨씬 짜임새있고 다이나믹해진 점도 좋았고, 주인공의 성격이 보다 명확해진 점도 좋았다.
늘 그렇듯 미미 여사의 책은 군더더기 없이 말쑥하게 빠져서
기대한 만큼의 것을 모두 충족시켜 준다.
그녀의 책을 한두권씩 더 읽을수록 역시 잘쓰는 작가다 라는 감탄을 하게 되는데,
그건 이야기하지 않고는 못배길 만큼 뚝뚝 이야기 국물이 떨어지는 이야기쟁이라거나
몸에 척척 감길 만큼 감칠맛나게 글을 쓰는 글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제자리에 빼곡히 들어차 있고, 감길 곳이 감겨져, 펼 곳은 펴져 있게 하는 장인 같다는 의미이다.
이른바 장르소설 이라고 하는 것들의 공식이나 레시피가 그녀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 듯 하다.
나는 손으로 눈으로 더듬더듬 할 뿐이지만 그녀의 눈에는 작은 현들이 모두 보이는 듯 멋지게 연주를 한다.
게다가 더욱 고마운 것은 그녀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채도록 사려깊은 배려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들에서 나는 그녀가 왠지 기술자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위에서 장인이라는 말을 쓴 것도 그런 뜻이고.
예술적 경지에 도달한 장인.
그러나 가끔은 투박하고 치기어려도 가슴 터질듯 두근거리는 그녀를 만나보고 싶다.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