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펄펄 내린다.
공원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5층 꼭대기 우리반 교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바래진 낙엽만 굴러다니는 공원에 눈이 펄펄 내린다.
아이들은 내 얼굴을 보다 창문밖을 보다 한다.
오늘의 수업을 '민주주의의 발전'
직선제를 쟁취 후 첫 선거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얼마전 돌아가신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훑어보는 시험 전 마지막 수업시간이다.
밖에 눈이 펄펄 내리는데, 당선되는 순간의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과,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손을 맞잡은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과,
온통 노란 색으로 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 사진을 차례차례 넘기다 보니
울컥울컥 한다.
나는 최대한 아이들에게 공과 과를 더불어 보여주고,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보태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어느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 그럼,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살아있는 전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뿐인 거예요?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이어서 내리는 눈만 쳐다 본다.
안홍근이 만든 곡. 홍혜주가 예쁜 목소리로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