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왔더니 알라딘이 또 떠들썩하구나..
그동안 계획에도 없는 수술을 하게 되서 일주일 가량 입원을 했고, 그 탓에 서재를 돌보지 못했다. 
유투브 동영상 퍼가기가 좀 불편해진 것도 이유이고, 변변하게 들은 음악이 없던 것도 서재를 방치한 이유 중 하나이다.
입원을 한 덕에 책을 몇권 읽었지만, 퇴원 후에는 또 책은 읽다말다 하고 있다. 
밀린 일도 해야 하고, 몸 추스리며 아이들도 보느라.
아직 이렇다할 음악을 정하지 못해서 서재에 글 올릴 엄두가 안 났는데, 도서정가제 관련으로 궁금한 게 많아 참지 못하고 페이퍼를 열였다.

알라딘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생뚱맞은 방법으로 반대서명을 받겠다고 나선거지? 
처음에 이메일 받았을 때는 그야말로 뭥미? 하는 느낌이었다. 앞뒤 설명도 없이 두어줄 글쓰고는 서명해달라니.
독자가 어쩌구 했지만, 누가 봐도 지네들 이익이 걸린 문제를 가지고, 마치 나라라도 구하는 것처럼.
서재에 올라오는 글들 보면서 도서정가제가 뭔지 슬슬 알아가는 중인데, 내가 볼 땐 도서정가제가 되어도 장기적으론 유통회사인 인터넷서점들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거 같던데. 알라딘은 왜 그런 거지?
큰 타격을 입는 거라고 해도 이해가 안가는 건 마찬가지. 그 법안이 그렇게 인터넷서점에 큰 악영향을 준다면 업계 1,2위인 회사들은 왜 가만히 있지? 그 회사들도 가만히 있는데 왜 알라딘 혼자 나서서 그렇게 무리를 하는 거냐?
정말 도통 모르겠네.
뭐 그렇게 시급한 문제라고, 그렇게 성급하게, 억지스럽게 서명을 받았니? 찬반 의견 다 듣는 걸로 그렇게 꼬리를 빨리 내릴 거였으면, 좀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지. 내가 알던 알라딘은 그 정도 상식은 있는 거 같았는데...
두둥... 여기서 잠시 음모론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알라딘을 움직이는....^^

몇몇 출판사들이 알라딘이 직거래를 끊는다는 기사를 보곤, 알라디너의 한 사람으로서 무지 서운하고 열받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고객을 무기로 삼아 반대서명 받은 알라딘이나, 독자를 볼모로 책공급을 끊은 출판사나 뭐 다를 게 있나 싶기도 하고. 
어쨌거나 유통업체 앞에서 출판사는 약자니까, 공격은 적이 가장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거지 하고 수긍하면서도, 둘 다에게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도서정가제에 관해서는, 
도서정가제가 되면 동네서점의 어려움을 비롯한 출판시장의 불황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안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이 법의 취지는 출판 유통에 끼어있는 여러 문제를 바로잡자는 것이지, 출판 시장의 다른 대부분와는 큰 연관성이 없다. 간접적으로 돌고돌다 보면 독자에게 이득이 올 지도 모르지만, 일단 그건 직접적인 목적이 아니다.
내 입장에선, 책값 일이천원 오르내린다고 해서 살 책 안사는 사람은 아니므로, 일단은 찬성이다.
하지만, 출판사들은 이 법안 통과된다고 모든 게 해결된다고는 생각하지 마시길. 
난 여전히 알라딘에서 책을 살 거니까.
좋은 책 많이 만들어주시길. 책장에 쌓아두고 두고두고 보면서 기분 좋아지도록.
그리고, 알라딘도 정신 좀 차려라. 내가 여기서 책 산다고 너 하자는대로 다 할 것 같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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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2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출판사들은 모두 '물밑'에서 애써요. 그러나, 작은 출판사들 애쓰는 모습을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에서 다루는 일은 거의 없어요. 큰 출판사들이 파주에서 벌이는 잔치나 건물을 놓고 이런 기사 저런 소개가 있을 뿐이지요.

큰 출판사는 워낙 출간종수가 많아, 어차피 오래된 책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쉬 절판시키니까, 구간할인을 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아요. 작은 출판사는 오래된 책이든 새로 내는 책이든 모두 애틋하기 때문에 구간할인을 해 주고픈 마음이 거의 없어요. 인터넷책방 구간할인 반값으로 왕창 깎으려 하면 작은 출판사로서는 애써 낸 책을 차라리 절판시키는 길로 가고 마는데, 큰 출판사에서와는 느낌이 아주 다르지요.

큰 출판사가 보여주는 모습과 작은 출판사가 품는 마음은 사뭇 달라요. 이런 이야기를 신문에서 옳게 다룰 수 있자면 지면 몇 쪽은 털어야 할 텐데, 그렇게 하는 신문이 없고, 잡지도 여러 쪽을 털어 찬찬히 다루어 주지 않아요.

알라딘이나 인터파크 같은 인터넷책방도 모두 소매상이니, 이들 책방이 모두 도매상에서 책을 가져다 쓰게 하면... 아무런 문제도 말도 탈도 없으리라 느껴요. 출판사는 도매상한테만 책을 주고, 소매상은 도매상에서만 책을 갖다 쓰도록 하는 얼거리... 지난날에는 기본이었으나, 이제는 아련한 꿈과 같은 소리입니다...

애쉬 2013-01-25 12:12   좋아요 0 | URL
인터넷서점도 도매상을 거치는 구조는 이번 법안과는 상관없는 거지요? 출판계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정말 많네요. 둘러보면 볼수록이요.
주변에 출판기획 하는 지인들이 많아서 고충과 애정도 익히 알고 있고, 남편도 관련 일로 먹고살 일을 꾸려가는 중이니, 저도 이렇게 강건너 불보듯 할 수 만은 없는 입장인데요, 알라딘 서재가 뭔지 알라딘에 대한 엄마마음 같은 애정도 또 상당해서,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가 좀 힘들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말 자본주의는 비인간적이구나 하고 통탄을 할 뿐입니다. 책은 나에게 이미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나도 그들에게 소비자 이상의 의미로 대우받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려운 거죠? 자본의 힘 앞에선. 이래저래 안타깝네요.

oren 2013-01-2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왜 이렇게 유별나게 '도서정가제 강화'를 반대하나 저도 늘 궁금했는데, (주)알라딘 커뮤니케이션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봤더니 '궁금증'이 다소나마 풀리는 것 같아요.

인터넷 서점이 '할인 판매'라는 무기를 통해 '유통 권력'을 장악함에 따라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결국 대형서점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되고,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온갖 '살 길'을 찾게 되고, 그게 결국은 출판사들의 온갖 편법과 아울러 '책값 인상'으로도 이어졌을 수 있다고 보여져요. '생태계 파괴'의 무서운 현실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아요.
* * *


애쉬 2013-01-25 14:08   좋아요 0 | URL
사실 전 저런 숫자봐도 잘 모르긴하는데. 요컨대 전년대비 31억이나 감소했다는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가 출판사에서 담당한 몫이라는 거죠? 온갖 할인과 이벤트 명목으로. 잘 이해한거 맞나요? 근데 저런 수익구조가 알라딘만의 일인가요? 부동의 업계1위와 알라딘의 사돈이라는 그 이웃집도 비슷할텐데 그쪽은 왜 가만히 있지요?
어차피 정가제가 되면 저 부분의 지출은 당연히 알라딘 스스로 줄일테고,그럼 그게 이런 독박을 자초할 정도로 큰일일까 싶어요. 저 혼자만의 착각인가.... 여튼 잘 모르겠습니다.

oren 2013-01-25 14:32   좋아요 0 | URL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여러 글들을 읽어보면 대형서점들의 횡포에 가까운 '홍보비 떠넘기기'가 만연해 있다는 걸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봐요.

다른 대형서점들은 속으로는 끙끙 앓더라도 대놓고 '도서정가제 강화 반대'를 요구할 만큼 절박하지 않거나 혹은 낯이 두껍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알라딘만 '독박'을 감수하고 나서는 또다른 이유는 아마도 '알라딘 중고서점'과도 관련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잘은 모르겠지만요.

편집자 2013-01-2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쉬님 위에 쓰신 댓글 보고 울 뻔했어요.

애쉬 2013-01-25 14:13   좋아요 0 | URL
같이 울어주심 감사하죠^^
사실 어제 합리적인 남편씨와 이문제를 얘기하다가 살짝 울었거든요. 바보같이 속이 상하더라구요. ^^
책에 애정을 쏟는 편집자님들이 좀더 살기 좋아지면 책에 애정을 쏟는 독자들도 좀더 살갑게 봐주시겠죠? 유통업체한테까지 그걸 기대하는 거 무리겠죠?

감은빛 2013-01-25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는 왜 유독 알라딘만 나섰을까? 그게 궁금하던 참입니다.
뭔가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이유가 있을 듯 한데 말이죠.
궁금해서 다른 온라인서점들에 슬쩍 물어봤는데,
그들은 전혀 앞에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이더라구요.
더군다나 출판사들이 출고정지까지 통보한 상황에서,
이제 알라딘은 완전한 외톨이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다만 알라디너들은 이제 알라딘에 더욱 힘을 실어줄 명분을 얻었고,
실제로 그런 글들이 더 많이 올라오고 있네요.

애쉬 2013-01-26 13: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죠? 논의가.
정작 알라딘은 쏙빠진 상황에서. 알라딘은 참 신기해요. 이토록 애정어린 알라디너들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예요. 하긴 알라딘의 가장큰 약점이자 강점이 그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