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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 - 나는 생각 한다 그러므로 일이 일어난다
마티아스 브뢰커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알마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성공과 실패를 말하는 책이라고 하면 흔히 자기계발서를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조언하면서 성공에 가까워지는 길은 이렇다고 단언한다. 이 책 '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의 제목을 본 생각 역시 성공에 대한 내용을 다룬 흔한 자기계발서의 하나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서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넘어지지 않아본 사람이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실패에 대한 광범위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실패를 주요 주제로 한 산문집이라고 하면 그나마 적합한 표현일 것 같다.
원제도 Cogito ergo bum(생각하자마자 일이 일어난다)이고 블랙홀, 자본주의의 실패, 머피의 법칙, 마약과의 전쟁 실패처럼 온갖 사회 혹은 우주 속의 실패가 잔뜩 실려 있다. 49가지 주제의 이야기로 나타난 실패라니, 처음 3분의 1을 읽었을 때는 어이없었고 중반의 3분의 1을 읽을 때는 실소를 흘리게 되고 마지막 3분의 1을 읽을 때는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의 구글 검색창에 성공을 치면 6300 건의 검색결과가 나오고 실패를 치면 680만 건의 검색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하기야 자신의 성공을 부풀리고 떠벌리는 사람은 있어도 실패를 자랑스레 밝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새롭게 느껴졌다.
실패해보지 않고 성공할 수 없다는 말도 많이 듣고 실패에서 경험을 얻으라는 말도 많이 듣지만 정작 실패를 이렇게 광범위한 주제에서 다룬 책이 없었기 때문에 읽을 수록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 일의 속사정은 이렇구나 하고 웃게 되는 것이다.
특히 구글에서 영어로 '실패(failure)' 혹은 '참담한 실패(miserable failure)'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의 인터넷 주소가 뜬 다른 부분에서는 더욱 그랬다.
또한 화장실에 읽을 거리를 가지고 가게 하는 이유가 화장실 디자인의 실패라고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납득이 가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화장실 디자인을 잘 했으면 그것을 구경하고 있을 수 있지 굳이 읽을 거리를 가지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 외에 대규모 공사를 지칭한 하얀 코끼리의 실패나 오히려 마약경제가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 전 사회에 이익이 흩어지고 있기 때문에 마약과의 전쟁에서는 매번 실패할 수 박에 없다는 것, 전구회사에서 담합을 했고 5천시간 사용가능한 전구나 15만 시간 사용가능한 전구를 버리고 일부러 실패한 1천시간 사용가능한 전구를 선택했다는 이야기, 두통약이 두통을 야기하기 때문에 두통약을 먹는한 두통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특히 두통약이 오히려 두통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기도 했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 더 신경이 쓰였다. 전구 역시 그랬는데 그런 실패나 담합 둘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전구를 자주 갈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실패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이야기는 자기계발서에 성공을 위한 준비단계로서가 아니면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보다 성공이 아주 적은 게 아니라면 사회적 성공자가 매일 신문에 나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 사회정도가 아니라 우주 전체에 산재한 실패, 모른 체하고 있어서 흔치 않은 주제가 되어버린 실패에 대한 이야기, '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책의 말대로라면 두통약은 효과는 커녕 역효과가 더 크다는 건데 정말 저자의 말대로 내버려두고 버티는 수 밖에 방법이 없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