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을 사냥하는 자들 ㅣ 그리폰 북스 4
바버라 햄블리 지음, 이지선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밤을 사냥하는 자들은 일단 표지와 제목으로 사람의 시선을 붙잡는다. 빅토리아 시대를 상징하듯 파리한 가스등 아래의 어둠을 보여주는 표지는 나도 모르게 책으로 손을 뻗게 만들었다. 또한 밤을 사냥하는 자들이란 제목의 의문은 뱀파이어가 나오는 소설이란 점에서 어느 정도 누그러들었다.
마침 드라큘라에 대한 책을 다 읽은 터라 뱀파이어에 대해 다룬 책이라는 점이 흥미를 자극했다. 뱀파이어를 괴물 내지 돌연변이로 다룬 책도 꽤 있지만 이 책은 그 어둠 속에 도사린 다른 생명체 내지 시대에 맞춰 살아가는 불사의 존재로 뱀파이어를 다룬다. 각각 인간 같은 특징을 가지고 후회하기도 하며 심지어 살해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뱀파이어의 연쇄 살인에서 시작한 책은 애셔 교수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뱀파이어가 아닌 인간인 애셔 교수는 전직 첩보원으로, 현재는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에 파묻혀 편안한 여생을 살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이 연쇄 살인을 해결할 열쇠가 되리라 판단한 뱀파이어 이시드로에 의해 그는 사건에 끌어들여진다. 그것도 반강제적으로. 얼마든지 집에 침입하고 최면을 걸 수 있으며 뛰어난 완력을 가진 불사의 존재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해치겠다고 협박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일단은 아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 애셔 교수였지만 사건이 끝나면 그의 목숨을 보장할 수 있으리라는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살아서 스페인 귀족이었던 이시드로는 자신의 지위와 권리에 따른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지만 애셔 교수 입장에서는 그 역시 동료가 아닌 뱀파이어였을 뿐이었다. 고용인으로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이시드로의 말만을 희망으로 삼을 수 없었던 애셔는 나름의 수사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존 역시 모색한다.
하지만 수사를 계속할수록 사건은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인간을 수사에 끌어들인 것 역시 이시드로의 독단이었음이 드러나 그의 목숨은 경각에 달한다. 뱀파이어 살해자와 뱀파이어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는 애셔. 그리고 그의 아내에게 닥쳐오는 위협. 그에게 믿을 것이라고는 자신과 그를 고용한 이시드로 뿐인데...
뱀파이어와 인간이라는 특이한 콤비가 이루어진다. 그것은 뱀파이어 연쇄살인을 해결하기 위함이었으며, 양쪽에서 가해지는 위협이 스릴과 속도감을 더한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이 지적호기심을 자극하고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뱀파이어라는 소재에 흥미가 있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괜찮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