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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어둠의 전기 1 - 퇴마사는 벼랑 끝에
모리오카 히로유키 지음, 쿠사카 유우야 그림, 김승현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남들과 다르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세계의 그림자를 보는 사람은 배척받기 마련이다. 보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허공을 향하는 시선은 불안 요소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의 퇴마물의 주인공 주위를 떠도는 것은 고독과 경원시 정도이다. 어디까지나 보통은 그렇다.
그런데 이 ‘달과 어둠의 전기’는 그 일반적 부류에 들어가지 않는다. 표지에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고 있는 군복을 입은 남자, 즉 이 책의 주인공인 타카오의 주변을 맴도는 것은 가난과 조롱이다. 그는 분명 퇴마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고 눈에 보이게 퇴마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사기꾼으로 몰리기 일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퇴마하는 방식은 오로지 완력뿐, 다른 것은 없다. 눈에 보이게 굿을 한다거나 멋들어진 주문 한방으로 제령이 가능하면 좋으련만 이것도 타카오의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방식은 영을 실체화해서 실컷 때려주고 맞기 싫으면 제령장소에서 나가라는 것이어서 영혼이 성불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 앞에 결과물을 내밀 수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실컷 맞은 영혼은 그를 죽어라 미워하기 마련이고 압도적으로 강하지도 못한 타카오는 유령과의 드잡이질로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기 마련이다. 눈에 보이게 제령할 수 없으니 엄숙한 분위기로 사람을 압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잘 봐줘야 불량청소년정도이니 의뢰마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한 건의 의뢰. 비싸게 주고 산 저택이 유령이 계속 모여들어서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의뢰인은 타카오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의뢰비도 제령이 성공하지 않는 한 받을 수 없지만, 그는 노숙을 피하고자 무작정 의뢰를 받아들이고 유령저택에 조사를 핑계로 냉큼 눌러앉는다. 그런데 사태는 점점 험악하게만 혹은 이상하게만 움직이는데...
심각한 퇴마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가벼운 느낌의 소설이다. 하지만 가벼운 분위기가 좋고 완력만으로도 퇴마하는 주인공이 이색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번쯤 읽어도 괜찮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