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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만세 1
앨리슨 피어슨 지음, 김민희 옮김 / 화니북스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케이트 레디는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다. 이쯤 되면 그녀의 인생이 어떨지는 보지 않아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자신의 일에 열중하지 않으면-즉, 이리저리 출장 다니고 늦게까지 야근하지 않으면-경쟁에서 밀린다. 그렇다고 아이의 발표회나 애가 아플 때 옆에 있지 못하면 그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어느 쪽이나 소중하기는 마찬가지. 그녀의 시계는 째깍째깍 잘도 가지만, 그녀의 시간은 늘 모자란다. 언제나 바쁘고 언제나 피곤한데도 아직도 할 일과 기억할 일들은 계속 그녀에게 쏟아져 내린다. 차별을 받아도 참아야 하고 불합리한데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여기서 슬기롭게는 조용히 삼킨다의 다른 말이다.
그녀의 인생을 같이 보다보면 우습지만 그냥 웃을 수만은 없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출근하려는 엄마에게 달라붙는 아이를 피해 달려나가는 케이트. 보모에게 불만투성이지만 잔소리도 못하고 오히려 보모 폴라에게 돈을 더 집어준다. 자신이 없는 동안 아이들을 봐줄 폴라가 좋은 엄마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온갖 일에 중심에 서야 하는 케이트. 할 역할이 너무 많아 노이로제에 걸려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여자라는 이유로 붙는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그것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때로는 부딪히며 지나가는 케이트의 일상은 재밌기도 안쓰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