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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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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하디의 단편 <오그라든 팔>에는 주술에 얽히고 만 두 여인이 등장한다. 두 여인은 연적 관계에 놓여 있고 누가 주술을 시작하고 실제 마녀인 것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연인을 빼앗긴 쪽의 여인이 자다가 실제와 같은 꿈을 꾼다. 자신을 죽이려는 몽마를 물리치는 꿈이었다. 그런데 연적에게 몽마에게 입혔던 상처가 그대로 나타나고 연적의 팔은 추하게 오그라들고 만다. 옛 연인의 신부인 연적은 주술사를 찾아가 자신의 병의 원인을 밝히려 한다. 이때 누가 마녀고, 주술은 누가 시작한 것일까.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원인에 따른 결과가 당연시되지 않던 사회에서는 원인을 엉뚱한 쪽에서 찾고 만다. 사람의 병은 그 사람이 죄악을 범했기에 내려진 천벌이 아니라 병균부터 감염까지 이유는 수만 가지가 될 수 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뉴잉글랜드 식민지 시대에서는 사람의 병을 신의 분노로 받아들였고 그 원인을 주술에서 찾았다. 토머스 하디의 단편과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딸이 아프자 마녀라는 소문이 있는 치료사를 부른 남자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어 딸이 죽자 남자는 치료사를 마녀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문제는 십년 후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소녀떼에 의해서 사건이 더 부풀려지고 무고한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죽이는 마녀사냥으로 번졌다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현재에 살고 있는 주인공 코니는 자신의 박사논문 소재를 마녀사냥에 몰려 죽은 딜리버런스 데인이라는 여성에게서 찾는다. 구술시험을 통과한 후 어머니의 부탁에 따라 학교 근처에 있는 외할머니 집을 정리하러 간 코니는 그 집에서 묘한 기운을 느낀다.

집을 청소하다 발견한 성경에서 떨어진 열쇠와 딜리버런스 데인이라는 이름, 역사학자인 그녀는 호기심이 동해서 그 이름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한다. 조사는 식민지 시대의 마녀 사냥과 사라진 책에 대한 것으로 넘어간다. 여기까지는 팩션에서 흔히 나올만한 전개지만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마녀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은 호기심으로 그 이후에는 독특한 소재의 박사논문과제로 여기던 딜리버런스 데인의 흔적 찾기는 코니가 상상할 수 없던 부분에까지 도달하고 만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고 마녀라는 이름의 위협을 받는 딜리버런스 데인과 박사논문에 박차를 가하라면서 장학생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지도교수의 위협을 받는 코니의 입장이 묘하게 맞물려 들어간다. 더욱이 주술을 건 마녀는 딜리버런스 데인이 아니지만 그녀 자신이 마녀이자 치료사라는 것은 맞고 과학을 믿는 현대인인 코니의 삶에 마녀의 주술이 끼어들어온다는 것이 묘한 감흥을 남겼다.

자신에게 피해를 주던 안 주던 마녀라는 이름으로 선량한 사람을 끌어내렸던 사람들이 우리네 무당을 보면 어떻게 말할까 궁금하기도 했던 책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마지막에 두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며 마무리를 짓는 이야기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팩션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닌데 두툼한 분량이 얇게만 느껴질 정도로 흡입력 있는 책이라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마녀가 실제로 존재했다고 해도 마녀사냥에 대한 핑계는 되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의미로는 어둠이 사라진 현대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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