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셀러브리티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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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애완동물로 개를 선택하는 사람은 자신을 향한 그 완전한 헌신이 좋다고 말하는 경우가 잦다. 하루에 단 몇 시간을 위해 하루 종일 주인을 기다리고 만난 순간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것처럼 반겨주기 때문이다. 다른 무언가한테서 그런 조건 없는 애정공세를 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기쁘다. 얼마 전 애인이 없이 홀로 지내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라는 문구를 봤다. 그럴지도 모른다.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 하고 때로 애인이 있던 사람이 이별에 슬퍼하는 것은 정말 그 사람을 잃은 것인지 사랑받는 상태에서 벗어났기 때문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특히 그 사람에게 며칠 내로 다른 애인이 생겼을 때는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에 경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무렇지도 않던 풍경도 사랑을 빠진 사람에게는 아름답고 하루가 행복해진다.

그런데 그런 단수의 존재나 한 명의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는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셀러브리티(유명인사)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런 유명인사를 추종하는 사람들이다. 유명세를 얻고 수많은 사람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받으며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돈도 마음껏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그런 욕망을 유명인사에게 대리로 투영해서 그들을 마치 신처럼 따른다. 혹은 부러워한다.

이 책 <셀러브리티>는 한때 공주님을 꿈꿔 각국의 왕자님에게 구혼 편지를 보냈지만 불발에 그치자 셀러브리티를 꿈꾸게 된 철없는 여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녀는 가십을 다루는 잡지사에서 일하며 환상을 쫓는다. 무작정 사랑받고 싶고 그런 유명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그녀를 만난다면 헛꿈 꾸지 말라고 해야 할 것 같지만 특별한 미모도 예술적 재능도 없는 그녀는 우연이 겹치면서 점차 자신이 바라던 꿈을 이루게 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가 아닌가. 바로 흔히 나오는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 흔한 소재를 흔하지 않게 하는 것은 주인공이 유명인사의 가십을 쫓는 기자이고 그녀의 일상과 유명인사의 가십을 교차하게 만든 이야기 구조 덕분이다. 그녀의 손을 잡아줄 왕자님 역할로 한류스타인 유상현이라는 남자가 등장하는데 그때 마침 여주인공은 린제이 로한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다. 차에서 잠시 내린 그를 본 것이니 그저 스쳐 지나갈 인연에 불과했지만 주인공 이현의 머릿속에 린제이 로한의 차를 일부러 들이박은 사진작가의 기사가 떠오른다. 당연히 다음 행동은 유상현의 외제차를 할부가 잔뜩 남은 자신의 차를 들이박는 것이다.

전체적 이야기는 어처구니없다면 어처구니없고 쓴웃음이나 헛웃음을 흘리게 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적재적소에 끼어들고 연적이 등장했을 때는 제니퍼 애니스톤과 안젤리나 졸리의 일화를 떠올리는 등 실제 유명인사의 가십과 절묘하게 엮어내는 터라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반짝반짝할 정도는 아니지만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전개시킬 줄 아는 영리한 칙릿인 <셀러브리티> 묘한 느낌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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