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맛>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백석의 맛 - 시에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마음
소래섭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한 시인의 말이 기사화 되었다. 시험 문제를 보고 자신의 시인데도 문제의 답을 모르겠더라는 말이었다. 학창 시절에 일률적으로 시를 '공부'하기는 하지만 정작 시를 즐기는 법은 배우지 않는다. 마음으로, 가슴으로 스며드는 시가 아닌 누가 지은 시이며 그 시인은 어느 시대 누구와 어울렸고 무슨 파, 시에 담긴 심상 등 온갖 것들을 역사 연표를 외우듯이 외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덕분에 시는 멀고 딱딱한 것이 되어 버렸다. 고대 문학 작품의 태반이 시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시는 먼 것이 되어버려서 시험 점수를 위해서 암기했던 시 몇 작품만이 아른 아른 기억에 날 뿐이었다. 정작 교내에서 열린 글짓기 대회에서 쓴 글이 산문시로 오해를 사 수상을 하는 지경이었는데도 말이다. 최근 그나마 시에 대한 마음을 돌렸던 것은 언젠가 시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사는 친구의 습작 때문이었다. 시에 대한 특별한 지식도 감성도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친구가 보여준 시는 천천히 마음에 남았다.

현실이 담겨 있지만 각박하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시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마음 내키는 대로 읽고 음미하는 것이라 예전처럼 시험문제에 나올 만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읽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흘러가는 느낌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시인 백석의 이름도 그때 조금씩 흘러 들어왔다. 그런데 <백석의 맛>이란 제목은 흘러가는 것 이상의 관심을 붙잡았다. 시인 그리고 시에게 맛이라니 독특한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책 <백석의 맛>은 작품에 비해서 덜 알려진 시인 백석과 그의 작품을 다시 곱씹어보게 하는 것이었다. 최고의 모던 보이이자 유별난 지성이었던 백석의 시에는 유독 음식의 이름이 그리고 묘사가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제목에 음식의 이름을 넣은 것은 '국수'라는 작품뿐이지만 알려진 그의 시 백여 편 가운데 음식이 나오는 시가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또한 등장한 음식의 가짓수는 백여 종을 넘는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음식을 묘사하며 맛을 나타내는 형용사도 수차례 나타난다고 한다.

데뷔작부터 사투리로 이루어진 작품을 발표해서 평단을 발칵 뒤집었던 유별난 지성의 소유자 백석이 그의 작품에 음식을 계속하여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시가 현실의 반영이라면 음식은 전체와 연결된 끈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문화이자 생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시인은 수차례 음식을 말하면서 개인의 서정을 넘어 전체의 보편적 감성을 그리고 그 너머의 끈끈한 무언가를 드러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백석의 시와 작은 여담들을 곳곳에 배치하며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것은 뜨끈한 국물을 가진 음식이라든지 진장에 꼿꼿이 지진 달재 생선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일 수도 있다. 먹어서 생명을 유지하고 무언가를 먹는다는 행위로 먹힌 것에게 경의를 표하고 또 그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과정 등 이 책은 생각 거리를 도처에 늘어놓고 있다. 동시에 먹는다는 것과 시인의 감성을 함께 녹여낸 터라 조금은 생소한 백석과 그의 작품을 맛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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