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의 나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아사의 나라
유홍종 지음 / 문예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소설 <적절한 균형>의 등장인물은 저마다의 꿈을 품고 도시로 와서 뼈가 부서져라 일한다. 하지만 그들이 꾸는 꿈은 국가와 시대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상담시간에 담임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일제 강점기로 돌아간다면 독립운동을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아이들은 대개 독립운동을 하겠다 답했다. 애국심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국가라는 거대한 상황에 눌리면 개인의 인생은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 <아사의 나라>는 가야의 왕녀 아사와 사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요새 한참 인기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면 가야계 인물들은 안 됐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몸 바쳐 헌신했지만 충성심을 끊임없이 의심받고 여왕이 잘 해줘도 80년 핍박의 세월 때문에 쉽사리 그것을 믿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아사와 사비 역시 신라에게 흡수 통합된 다라국 왕족의 후손으로 망국의 슬픔을 안고 산다. 그나마 신라와 한때 힘겨루기를 했던 대가야의 왕족도 아니고 신라에 통합되는 것을 선택한 김유신 쪽의 금관가야 세력도 아닌 터라 신라 안에서 그들의 지위는 미미한 것이었다.

더구나 삼국시대는 신라, 백제, 고구려가 힘을 겨루던 시기고 다라국의 기반인 대야주의 대야성을 배경으로 연이어 전투가 벌어진다. 정확하게는 농구공 던지듯이 백제의 점령지가 되었다가 신라의 점령지가 되고는 했다. 그런 상황에서 왕족이기는 하나 신라의 귀족보다 못한 상태였던 아사는 불교에 귀의하는 것을 꿈꿀 수밖에 없었다. 망국의 왕녀로 그녀의 앞날은 지극히 불투명했던 것이다. 오빠처럼 생각한 다라국 장수 진술래는 나라의 부흥을 꿈꾸고 신라에 반기를 들 생각을 하고 있었고 다라국 왕족들은 신라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그때 아사에게 운명의 상대가 찾아온다. 신라의 장수이자 후에 삼국통일의 주역이 될 설오유였다. 두 사람은 신라의 장수와 가야의 왕녀라는 위치를 넘어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전선으로의 보강을 위해 대야성에 주둔하고 있던 신라군이 떠나자 백제군이 밀려들고 아사는 볼모로 잡혀가고 만다. 이미 국가와 시대에 의해 뒤틀리고 있던 가야 왕녀 아사의 인생이 격류에 휩쓸리게 된 것이다. 아사는 고국으로의 탈출을 꿈꾸지만 격류에 휩쓸린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휘둘리고 만다.

사실 가야 왕녀 아사의 사랑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사가 책략에 능하고 주변 정세에 관심을 크게 기울이는 것으로 나와서 사랑 이야기보다는 삼국의 흐름에 주목하게 될 때가 많았다. 선덕여왕이 어떻게 통치를 하고 김춘추의 사위가 성주로 있던 대야성이 어떻게 빼앗겼는지 여왕에게 패전의 책임을 물으려 난을 일으켰던 비담의 최후까지 신라 역사를 말하는 부분이 꽤 있었던 것이다. 백제 역시 아사가 볼모가 되고 사비가 백제 땅에서 살게 되면서 백제의 의자왕이 어떻게 나라와 함께 몰락의 길을 걷는지가 묘사되어 있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은 아사의 나라로 되어 있지만 아사와 그녀의 딸 사비의 삶을 1,2부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망국의 설움을 느끼는 가야 왕녀 두 사람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번번이 잃고 마는 두 모녀의 이야기를 삼국 시대의 역사와 함께 읽는 즐거움이 남달랐다. 다만 신라의 입장이 아닌 가야의 입장으로 읽으니 그들을 침략자로 보게 되어 기분이 좀 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씁쓸했던 점은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이기 이전에 나라를 잃고 부서지고 만 개인의 인생사로 보여서 서글펐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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