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케옵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토탈 케옵스 - 마르세유 3부작 1부
장 클로드 이쪼 지음, 강주헌 옮김 / 아르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대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살인이나 범죄같은 비일상적인 상황을 독특한 소재를 통해 긴장감있게 풀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부터 살인은 실제 사람이 죽어 나간 일이라기보다 하나의 퍼즐을 풀기 위한 조건으로 격하된다. 그러지 않고서는 추리소설은 한없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그걸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감정 이입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추리소설의 역사가 오래되면서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할 만큼 웬만한 소재를 다 쓴 이후로는 다양하게 소재를 뒤튼 추리 소설이 등장하게 되었다.

탐정을 내세웠으나 화자가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거나 아예 살인자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것 그리고 이 책 <토탈 케옵스>처럼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짙은 어둠 속에서 피해자에 대한 감정이입을 격하게 시키는 종류의 것 바로 그렇다. 이 책의 배경은 마르세유의 뒷골목이라고 할 수 있다. 목구멍 안 쪽 깊숙하게 뒷골목의 냄새가 배어버린 거리의 아이들이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 그 곳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자가 돌아온 이유는 단 하나 친구의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남자는 친구의 복수를 계획하고 정보통에게 범행을 지시한 자를 찾는다. 원수는 폭력조직의 중간보스였고 범행 계획은 전부 세워져 있었다. 이 시점에서는 앞도 뒤도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뚝뚝 끊기는 문체, 사람의 생각을 베어낸 것 같은 혼란스러운 시각까지 당혹스러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남자의 등장과 복수는 사건을 시작하는 하나의 총알에 불과했다. 남자는 복수를 성공하나 너무 맞춘 듯 나타난 경찰의 총에 사살되고 만다. 남자가 비무장이었음에도 그러했다.

그리고 이어 경찰 한 명이 사건 현장을 찾는다. 변두리 경찰로 좌천되어 주요 사건을 맞는 형사들에게 좌시되고 있으나 분명 형사로서의 능력은 뛰어난 수사관 파비오 몬탈레였다. 몬탈레는 죽은 남자, 일명 우고라고 불렸던 자신의 친구의 죽음으로 잠에서 깨어난다. 어디부턴가 길을 잘못 들어 갈라지고 만 친구 사이였다. 범죄자와 경찰의 장벽이 있었고 그 길을 빙빙 돌다보니 자신 역시 한직에 밀려난 경찰 신세였다. 하지만 한 친구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돌아온 친구가 누군가의 총탄으로 이용되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몬탈레는 사건에 깊숙하게 개입하기로 한다.

아니 오히려 늦은 감이 있었다. 실패한 범죄에서 시작되었던 이야기는 마르세유의 혼란 속에서 점점 그 깊이를 더한다. 프랑스의 필립 말로 같은 몬탈레는 죽음의 위협을 당해 엉망이 되기도 하고 자신을 피난처로 이용하는 마리 루라는 창녀를 돕기도 한다. 그 와중에 사랑했으나 차마 사랑한다고 다가가지 못했던 소녀의 죽음을 목도하게 되기도 한다.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끈질기게 사건을 추적하고 사건의 중심으로 한 걸음씩 다가간다.

처음 전개는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강했다. 옛 기억이 교차하면서 제목대로 혼란스러울 때도 많았고 여러 가지 사건이 하나로 모여들고 그 사건 속에 다투는 세력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긴장이 한 번에 터져 나갈 때 통쾌한 느낌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울 수 없는 씁쓸함이 남았던 것은 인종의 전시장처럼 되어 있는 마르세유의 어두운 이면을 비추는 모습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낭만적이기보다는 차가운 현실에 가까운 묘사로 인해서 도시의 어둠이 지워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다음 권이 기대되는 추리소설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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