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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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은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면서도 때로 그 상상력이 지나쳐 부담스러워진다. 상상력만 지나치면 이야기가 설득력을 잃고 그 기반까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느껴지면 그때부터 집중력까지 뚝 떨어지니 가장 읽기 고역스러운 책도 기발한 상상력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상상력이 없다면 딱딱하고 고루한 책이 되어버리니 곤란할 때가 많다. 이 책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는 그런 면에서 영리한 책이다.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상상력의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때문이다. 더욱이 팩션도 SF소설도 아니라서 다급하게 기억해야 할 것 같은 세부 정보도 없다. 또한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처럼 앞에는 서너 장 정도의 초단편이 잔뜩 실려 있는 터라 끊어 읽기도 좋은 편이다.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적절한 순간에 이야기를 끝내서 상상할 여지까지 남기니 읽기에 부담이 없으면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크넬러의 행복한 캠프 생활자들>의 경우에는 다른 것들과 달리 좀 긴 편이지만 이것 역시 장 별로 끊길 때마다 실소를 자아내서 연작으로 된 단편 소설을 읽는 기분을 주었다. 사형수가 되어 죽게 된 친구를 떠올리는 것부터 자신보다 약간 나은 친구에 대한 질투와 시기가 낳은 참극까지 주제는 다양하지만 유머러스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리게 될 때가 많았다. 냉소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웃음이 지나간 자리에 생각거리라는 앙금이 남았지만 말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의 경우에는 일상 속에서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신이 되고 싶었다고' 하면 거창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항시 정류장에서밖에 정차하지 않으며 정류장이 아니라면 따라서 얼마를 달려오든 문을 열어주지 않은 버스 운전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 버스 운전사가 어느 날 자신이 신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으며 관대함에 대해 다시 떠올리게 되어 그가 하지 않았을 법한 행동을 한다는 게 묘하게 느껴졌다.

학교에 한 아이가 오지 않고 그것이 연쇄적인 실종을 낳는다는 <알론 세미쉬의 불가사의한 실종>같이 독특한 소재는 아니지만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독특한 시각으로 재구성한 단편이라 꽤 기억에 남았다. 게다가 <라빈이 죽었다>는 단편의 경우 라빈이 살해당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뺑소니 운전자가 정작 라빈의 친구들을 경찰에 고소해 그들이 곤경에 처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지막 순간 나오는 발상의 전환에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 전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 외에도 <코르비의 여자>에서 다른 사람의 여자 친구와 연애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곤경에 처한 형제가 내린 결론이라든지 신의 분노를 신실한 태도로 견디던 사람들이 뜻밖의 일에 마주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되는 <장자의 재앙>처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아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짧은 이야기로 전개되어서 일어나는 사건 자체에 흥미를 기울이게 되는 것부터 만화경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은 시각에 책이 끝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기발한 상상력이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면 이 책의 경우에는 전자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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