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스의 살아 있는 시체들>을 리뷰해주세요.
-
-
댈러스의 살아 있는 시체들 ㅣ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2
샬레인 해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즈>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대량의 피를 사용한 남자가 나왔다. 남자는 언젠가 자신을 추적할 사람이 나올 것을 알고 오랜 기간 자신의 피를 채혈해서 모아뒀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있지만 시체가 없다면 살인사건은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장소에 사람의 목숨을 잃을 정도의 대량의 피가 있다면 경찰은 살인 사건으로보고 수사에 나서기 마련이다. 자신이 죽은 것으로 오해하게 하는 것만큼 추적자를 따돌리기 좋은 방법도 없다. 이처럼 피는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지만 가끔은 그 이상의 의미로 표현된다. 피는 생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생명의 상징을 마시고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 자들이 바로 뱀파이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조금 묘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뱀파이어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이해가 가기는 한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자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의 생명이 한정되어 있다고 하면 그런 기분은 더해진다. 그런 마당에 지금의 자신을 유지한 채로 죽지 않을 수 있는 존재에 대해서는 귀가 솔깃해진다. 물론 이야기 속의 뱀파이어는 대개 사악한 존재이니 정말 지금의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살이 썩어가고 사람의 살을 먹지 않으면 몸을 유지하기 어려운 좀비보다는 매혹적인 소재이기는 하다.
이 책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에서는 그런 뱀파이어가 세상 속으로 나온 상황을 그리고 있다. 제목 자체는 '살아있는 시체들'이라고 해서 좀비들이 댈러스를 휩쓰는 내용 같지만 이 책에서 표현되는 살아있는 시체들은 뱀파이어를 말한다. 미국 드라마 <트루 블러드>의 원작 소설인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 권에서 바이러스라는 교묘한 핑계로 세상에 편입된 뱀파이어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온갖 괴이쩍은 존재가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주인공 수키는 여전히 술집 멀롯스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멀리 갈 일이 생긴다.
전 권에서 6만 달러 횡령 사건을 조사하면서 수키의 능력이 남김없이 발휘된 터라 그 지역의 우두머리 뱀파이어인 에릭이 그녀의 능력을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히는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주요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수키를 보호하기 위해 뱀파이어 사회에 편입되어 제5구역 조사원으로 일하게 된 뱀파이어 빌과 함께 댈러스에 가서 그 지역 뱀파이어를 도우라는 명령을 한 것이다. 상당한 보수도 있기는 했지만 아무리 봐도 명령에 가까웠다. 빌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수키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남북전쟁 당시에 뱀파이어가 된 빌보다 에릭은 몇 세기나 더 오래 산 비사망자였으며 수키를 다른 뱀파이어로부터 보호하려면 호의와 관습에 기대야 했던 것이다.
결국 투덜대면서도 수키는 익숙한 본템프스를 떠나 댈러스로 향한다. 빌은 표지에 등장하는 것처럼 관에 담겨서 아누비스 항공을 통해 이송된다. 그런데 댈러스에 도착하자마자 가짜 신부가 접근해 온다. 수키를 납치하려는 시도였는데 이미 3번 뱀파이어의 피를 마셔 힘이 꽤 세진 수키는 격렬히 저항했고 마침 날이 저물어 빌이 관에서 나오자 납치범은 도망친다. 댈러스의 뱀파이어들이 부탁하려는 사건과 공항에서 수키를 납치하려는 사건은 전부 연결되어 있었다. 단지 한 사람과 한 뱀파이어가 그것을 몰랐을 뿐이었다.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은 뱀파이어를 연인으로 등장시키고 있지만 코지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키가 자신이 맞닥뜨리게 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세상이 뱀파이어가 돌아다니고 초자연적 사건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것들은 양념이라고 할 수 있다. 뱀파이어 빌조차도 무적은 아니고 다른 뱀파이어한테서 수키를 지키기에 급급하기도 하다. 거기에 우두머리 뱀파이어 에릭이나 술집 주인이며 변신 인간인 샘이 연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코지 미스터리의 특징대로 남자 주인공들은 여자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나 스웬슨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살인범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지만 프라이팬 같은 것으로 자체 해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달랐던 점은 전작 <어두워지면 일어나라>에서 연쇄살인범이 빤히 보였던 것과 달리 두 개의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범인을 알아차리는 시기가 약간 늦었다. 각각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별개의 다른 사건이었던 것이다. 굳이 말하면 <트와일라잇>보다는 애니타 블레이크 시리즈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해결사이자 특이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뱀파이어나 독특한 존재와의 연애가 양념으로 들어가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코지 미스터리와 뱀파이어 로맨스가 결합되었다는 점이 가장 특색있었어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웃는 시체'를 비롯한 애니타 블레이크 시리즈가 떠오르네요. 둘 다 특이한 능력을 가진 여주인공이 등장하고 뱀파이어나 이종족이 연애 대상으로 등장하구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
일단 소재가 뱀파이어 로맨스라서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소설도 재미있게 읽으신 분 아니면 다소 부담스러우실지도 모르거든요. 뱀파이어가 등장하지만 공포물 같은 느낌은 없어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갑자기, 터무니없게도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한결 낫군."
고드프리가 말했다. 고드프리의 목소리는 벌써 저만치 멀리서 들렸다.
"최후에 누군가 나를 위해서 울어 주다니, 누군가 그렇게 해주리라고는 기대도 안 했는데."
고드프리는 내가 안전할 거리만큼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태양이 떠올랐다.
(P225)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