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군화>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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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군화 ㅣ 잭 런던 걸작선 3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세상에 단 하나의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권력'일 것이다. 맹자에게 반박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지만 순자의 성악설은 대체로 맞다. 아이들이라고 그저 순수하지는 않다. 자신이 가진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 한도에서 모든 일을 다한다. 인위적인 '교육'을 가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가끔 기사도가 우습다는 생각을 한다. 욕망을 누르기 위한 표면상의 강한 억압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멋진 것도 사실이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만약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저 선하다면 왜 세상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을까. 사회구조상의 문제점? 아니면 음모론에 적합하게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세력 때문일까? 답은 아마도 사람은 단 하나의 진리를 탐하고 그것에 매달리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 권력을 탐하고 그것을 휘두르고 가지고 있기 위해 매달린다. 결과적으로 권력을 잡은 소수만이 모든 것을 갖는다. 그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인류가 나타나고 기록이 남기 시작한 이래 계속 그래왔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는 사상가들은 어찌 생각할지 몰라도 부의 편중이나 권력 같은 것은 보통의 소시민에게는 관심사가 아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조리하더라도 그렇다.
그런 부조리함에 의문을 제기하고 단 하나의 진리를 빼앗으려 하는 사람을 '혁명가'라고 부른다. 굳이 분류하자면 무수히 많은 양떼 중에 하나이고 '혁명가'도 어차피 '권력의 핵심'으로 변질될 거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혁명가는 그리 달가운 부류는 아니다. 기반에 정착해서 위로 올라가려는 양의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권력의 구조를 뒤집고 뒤흔드는 혁명가는 눈의 가시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권력의 최상위층의 입장에서는 눈의 가시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방해하는 자이므로 척결 대상 1순위일 것이다.
그런 혁명가 어니스트 에버하드의 일대기가 바로 이 책 '강철군화'다. 일단 형식은 소설이지만 20세기 초의 비참한 상황을 고발하고 있는데다가 어느 정도 예상이 맞는 터라 단순한 소설로 보기는 어렵다. '늑대개'의 잭 런던이 쓴 작품이지만 '늑대개'만 생각하고 읽기에는 느낌이 상이한 책이었다. 정치사상사를 이해하게 하는 소설이라는 평이 있던데 그것이 더 적합한 설명이었다. 형식 자체는 27세기에 사회주의 시대의 역사가가 어니스트 에버하드라는 혁명가의 일대기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자본가에게 부가 집중된 상황에서 노동자 계급에게는 분노가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어니스트 에버하드라는 혁명가가 있었다. 유명한 과학자의 딸인 에이비스는 그에게 깊은 감명을 받는다. 혁명가에게 흔히 있는 카리스마에 현혹된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가씨에게 상류층이 아닌 혁명가는 큰 충격을 준다. 그녀는 그에게 이끌리고 그의 유도에 따라 점차 혁명의 물길에 빠져든다. 문제는 지식인인 에이비스의 아버지도 그에게 큰 흥미를 보였다는 점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두 사람이 교제하는 것을 방해하지도 않았고 도리어 어니스트가 권력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 논쟁할 기회를 준다. 이 일은 문제를 가져오고 에이비스의 아버지는 휴가를 갈 것을 권유받는다. 그것을 거부하고 혁신적인 책을 출간하자 권력자들은 그들을 적극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다.
줄거리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지만 논쟁의 틈에서 쏟아지는 사상들과 미래를 예상한 전개가 놀라운 책이었다. 그것이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고 가장 큰 단점이기도 했다. 소설로 이해하는 정치사상은 흥미롭지만 소설을 단순한 소설로는 읽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덕분의 소설다운 즐거움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강철군화에 비유되는 권력층과 분쟁이라든지 20세기 초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그대로 보는 것 같이 묘사해둔 것은 인상적이었다. 어느 만화가가 중세 관련 자료를 보면 그 기아와 질병으로 인해 머리가 아프다고 표현했었다. 그런데 20세기조차 별로 다른 것 같지 않다. 지금도 그리 다르다고는 못하겠다. 언제나 그렇듯 권력을 잡은 소수가 모든 것을 다 가지기 때문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소설을 통해 손쉽게 정치 사상을 읽을 수 있고 20세기 초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정치 사상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6센트라오, 아가씨." 할머니는 바느질을 계속하면서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속도는 느렸지만 바느질을 멈추는 법이 없었다. 할머니는 '바느질하다'는 동사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P209)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