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그래픽 노블)>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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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운 것은 반 정도는 신선함 때문이다. 새로운 내용이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터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게 되었다. 영화가 개봉하면서 유행을 탄 것인지 지나치게 많이 나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함에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여러 번 읽는 것은 꽤 즐거운 편이었다.
제목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지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게 거꾸로 흘러간다. 마크 트웨인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은 가장 먼저 오고, 최악의 순간은 나중에 온다는 말이 이 단편이 나오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어느 독자는 사상 최대의 허풍이라면서 비난하기도 했지만 시간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만 거꾸로 가는 시간 속에 살게 된 남자의 이야기라니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소재였다. 다만 소설은 풍자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영화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했다는 차이점이 있었을 뿐이다.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단편이었는데 심지어 세피아 색으로 칠해진 그래픽 노블이라니 솔직히 반가웠다. 자신의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과 그림을 그대로 보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주름이 가득하지만 일반적 아기의 체구인 벤자민 버튼이 태어나고 버려진다. 반면 원작에서는 벤자민의 키가 아버지 로저 버튼 보다 큰 것으로 되어 있다. 그것을 그냥 상상했을 때와 아기들이 쓸만한 요람 속에 있는 벤자민 버튼의 그림을 직접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아버지보다 큰 키와 발밑에 닿을 것 같은 수염을 가지고 태어난 벤자민 버튼은 로저 버튼이 병원에 도착하자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 '아버지'인 로저 버튼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벤자민의 어린 시절 대부분을 고집으로 가득 찬 표정을 보여준 로저 버튼의 모습은 납득이 갈만도 했다. 지역유지인 자신의 큰 아들이 80세 노인의 체구로 태어났다면 그럴 만도 했던 것이다. 고집으로 가득 찬 로저 버튼은 벤자민을 데려가지만 자신의 육아방식을 고수한다. 그것은 자신의 아들이 약간 특이할 뿐이지 또래와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아기' 벤자민이 시가를 피다가 걸렸을 때 그다지 혼내지 못한다. 그런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약간 미안해하기도 하고 최대한 달래주려 아버지가 강요한 딸랑이를 무료한 표정으로 흔들면서 지나가는 벤자민의 표정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후 벤자민은 점점 젊어진다. 제목 그대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기 때문이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가 젊어지다 못해 어려지기 시작하자 주위 사람들이 그를 비난한다는 것이다. 벤자민의 시간의 방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에게도 시간은 불가항력인데 사람들은 그가 튀어 보이기 위해서 시간을 멈추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것만으로도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보낼 수밖에 없던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는 색다른 것 그 이상이었다. 그래픽 노블로 봐서 더 특별했던 점도 있었다. 그리고 책의 반 분량의 그래픽 노블이 끝나면 원문이 수록되어 있어서 비교하면서 다시 읽는 것도 즐거웠다. 글이 어떤 식의 장면으로 그려져 있었는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평범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나누기 위한 기준이라지만 역시 평범하다는 것이 가장 나을지도 모른다. 색다른 인생은 흥분될지도 모르지만 고난도 그만큼 가득하니까 말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새로운 느낌의 벤자민 버튼을 접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문학동네 것이 떠오르네요.
같은 작가가 쓴 다른 단편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점이 좋더군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이나 영화를 접한 사람 혹은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소재를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누구나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므두셀라라고 부르던지"
(P30, 늙은 모습으로 태어난 아들에게 빈정거리는 말)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