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은행통장>을 리뷰해주세요.
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어린 아이에게 부모는 신과도 같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의 작은 세계가 아는 세계의 거의 전부인 아이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작은 세계에 거친 바람이 불어오면 어린 아이는 부모에게 매달리게 된다. 자신을 보호해 줄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웹툰에서 두 번째 아이를 가지면서 두 번째 아이를 갖는 것은 생을 포기할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부모로 살기로 결정한 이상 아이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는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를 보호한다. 하지만 바람은 예상보다 거세고 상대적으로 빈곤한 집 아이들은 일찍 철이 드는 편이라 부모가 가진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금방 들키는 경우가 생긴다. 자신을 지켜줄 버팀목이 사실은 그리 튼튼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 어린 아이는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아이들이 불안에 시달려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 순간 불안을 감쪽같이 없애주는 부모라면 정말 마법사 같은 존재일 것이다.

이 책 '엄마의 은행통장'은 따뜻한 가족소설이다. 노르웨이계 미국인 가족인 카트린의 집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면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이민자 가정이라서 경제적 토대가 튼튼하지 않은데다가 아이들이 계속 태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목수 일을 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었지만 들어오는 곳보다 나가는 곳이 더 많으니 힘든 면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결코 불안해하지 않는다. 엄마의 은행통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돈의 여유가 없는 동네사람들은 감히 시내에 있는 큰 은행에 출입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쓸 돈도 없는데 저축할 돈이 어디 있으며 저축할 돈이 없는데 통장이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카트린과 형제들은 엄마의 은행통장을 보물처럼 여겼다. 너무 소중해서 결코 손대고 싶지는 않지만 경제적 궁박함에 시달릴 때마다 엄마의 은행통장을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집세를 못 내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카트린의 집은 엄마의 은행통장이 있으니 문제가 없었다. 그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던 것이다. 허나 그 존재가 너무 소중해서 목돈이 필요해도 가능한 집안의 작은 은행, 즉 돈 통에서 해결하고는 했다. 작은 다그마르가 아플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카트린이 소설가가 되어 엄마에게 수표를 내민다. 엄마의 은행통장에 입금하라는 것이었다.

허나 엄마는 머뭇거리면서 수표를 바라보고 카트린에게 같이 시내에 가달라고 말한다. 카트린은 의아해한다. 입금만 하면 되는데 왜 엄마가 머뭇거리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카트린에게 엄마는 진실을 털어 놓는다. 은행통장 같은 것은 없었고 평생 은행에 발을 들여놓아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단지 돈이 없어서 아이들이 불안해할 까봐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했다.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내서 아이들을 안심시킨 엄마의 이야기, '엄마의 은행통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후 새로운 아기가 태어나기도 하고 집안의 대소사를 처리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카트린의 엄마는 마법사 같은 솜씨를 선보인다. 다투고 있던 가족을 화해시키기도 하고 돈만 밝혀서 수술을 해주지 않으려는 의사의 아내를 설득해서 남편의 수술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카트린을 인기인으로 변모시키기도 한다. 엄마가 쓴 방법은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보는 사람을 내내 감탄시키고 그녀의 마법에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감탄을 일으키는 대상이지만 가족에게 수많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굳건한 기둥이 되어주는 카트린의 엄마는 그 이상의 경탄을 품게 했다. 다른 생물에 비해서 인간은 유난히 성인이 되어서 혼자 살 수 있을 때까지의 기간이 길다. 그렇기에 아이를 키우는 일은 더 힘든 것일 것이다. 언젠가 모성애에 관한 것은 거짓된 신화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천성적으로 모성애가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고 또한 키워낸 어머니에게 어떻게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구나 마법사 같은 솜씨로 가족의 행복을 유지해 온 어머니라면 더욱 그러하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마법사 같은 엄마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가족 형편 속에서도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가 좋더군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개를 위한 스테이크'
엄마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족에 관한 이야기고
인상 깊게 본 터라 생각나는 책이네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화자가 딸인 카트린으로 되어 있어서
엄마의 입장에서보다 자식의 입장에서 더 이해하기 편한 책이었어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다섯 번이나요. 게다가 우리를 키우시느라 겪으셨던 그 수많은 일을 생각해 보면..."
"다 좋았단다."
엄마가 말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어요? 글쎄,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엄마..."
"다 좋았었어."
엄마가 단호하게 되풀이했다.
"그 모든 것이 말이야."
(P268, 카트린과 엄마의 대화)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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