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 가?>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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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평점 :
어린 시절 외갓집에 가는 길에 크게 놀란 적이 있다. 기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러 이동 하는 참에 한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아마도 구걸을 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어린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고 내 눈높이는 마침 남자의 손의 위치에 있었다. 눈에 들어온 남자의 손에는 손가락이 2개가 남아 있었다. 손가락이 없는 손의 부분은 맨질맨질해 보였다. 뭉툭하고 퉁명스레 내놓은 손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것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이 있음을 처음 인식하게 된 날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장애인을 만나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봉사활동을 가서였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재활을 위한 곳이었는데 그 곳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하나같이 웃고 있었다. 기묘한 기분은 어느새 같이 웃는 것으로 바뀌었고 어린 시절 동안 품고 있던 두려움을 그제서야 떨쳐낼 수 있었다. 사실 장애인을 처음 만난 것은 그 때가 아니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만난 것도 역시 그 때가 아니었을 것이다. 거리를 가다보면 수많은 장애인과 스쳐지나가게 된다. 다만 개인적 교류가 없기에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무리를 지으려면 소통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 동물이었다면 타인에 대한 관심은 좀 더 희박해졌을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서 개인 간의 유대가 멀어진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소통하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잘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세상은 잘 짜여 있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좀 더 섬세한 신경을 요구하는 장애인과의 교류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만큼 무신경한 말이 누군가에게 칼날처럼 박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일이 강제로 일어났다. 인간이 자신 말고 가장 신경을 쓰는 대상인 자식이 장애아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일어났다. 이 책 '아빠, 어디 가?'에서는 두 명의 아이 매튜와 토마를 둔 장 루이 푸르니에의 일상을 담고 있다. 냉소적인 유머를 구사하는 푸르니에는 처음 매튜가 태어났을 때 당황한다.
그도 그럴 것이 완벽하게 태어난 것처럼 보이는 아이가 머리를 가누지 못했고 배가 고파도 보챌 줄 도 모르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매튜는 성장한 다음에도 아빠인 푸르니에와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다.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아버지를 두고도 글을 읽지 못하니 아빠가 낸 동화책이라고 알아볼 일이 없는 것이다. 입에서 내는 소리라고는 자동차 소리를 흉내 낸 것뿐이었다. 후에는 척추도 구부려져서 몸을 유지하기 위해 금속으로 된 보정기구를 입힌다. 씻기기 위해서 보정기구를 벗길 때마다 들어나는 몸은 날개 없는 새의 그것처럼 변형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보정기구도 척추를 지탱하지 못하자 푸르니에는 큰 아들 매튜의 수술을 결정한다. 매튜의 척추는 펴졌지만 그는 죽고 만다. 이 때 푸르니에는 이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다. 공을 던진 다음 공을 주워 달라고 부모에게 오는 것만이 소통의 길이었던 매튜가 이제 공을 주워 줄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공을 주워 달라고 의사표시를 할 때면 부모가 손을 잡고 공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니 부모의 손을 잡기 위한, 교감하기 위한 유일한 행동을 생각하면서 아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제 그에게는 가는 곳을 말해줘도 계속 '아빠, 어디 가?'냐며 묻는 토마만이 남았다. 토마는 현재 의료시설에 들어가 있는데 아빠를 알아볼 때마다 하는 말은 '아빠, 어디 가?'뿐이다. 푸르니에가 하는 답변을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그가 아버지라는 사실은 아는지 끊임없이 그에게 같은 질문을 해댄다. 두 장애아의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 선물을 받는 것과 같다고 한다. 문제는 결코 원치 않은 선물이고 집어던지고 싶은 선물이라는 것이다. 삶에 지쳐가지만 푸르니에는 자신의 냉소적 유머를 고수한다.
아들들의 머릿속에 지푸라기가 들어 있다고 하고 방에 아이들이 없자 보모에게 아이들을 창밖으로 던져 버렸느냐고 묻는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불편해 하면서도 화제가 없으면 그가 장애아의 아버지라고 말하면서 그가 그에 관한 우스갯소리를 해주길 바란다. 우울하지 않을 리가 없다. 자신의 작은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 무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웃을 권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이를 사랑할 권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책을 들고 있는 모습에 혹시라도 글을 읽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설레고 바다를 싫어해서 그것을 피할 묘수로 배가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면 그래도 잔머리를 부릴 줄 아는구나 하고 감격한다. 무겁지만 결코 슬프지 않은 따스한 이야기 '아빠 어디 가' 인상 깊게 읽었다. 이제 푸르니에는 토마에게 어디에 간다고 대답해 줄지 궁금해진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장애아를 둔 아버지의 세상 사는 이야기가
너무 무겁지 않게 그리고 가슴 따뜻하게 펼쳐진다는 점이에요.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한 것이 특징이구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같이 온 '굼벵이의 노래'의 경우
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된 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아빠 어디 가'는 장애아를 키우는 아버지가 본 세상이라면
후천적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의 시각에서 본 책이라 또 다른 느낌이네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자신이 보던 세상의 모습이 어떤 것이었나
다시 생각하는 면이 있어서 '누구나' 읽어도 좋을 것 같네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장애아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
웃으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아니다.
이런 하늘의 선물을 받으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아이구! 이러실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P43)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