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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살와 바크르 지음, 김능우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 한 권의 책이 하나의 세계에 비유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면 백 년 남짓한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 해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그 이야기가 유쾌한 것이라면 더없이 좋을 테지만 세상은 불공평하게 만들어져 있다. 질투에 가득 찬 목소리로 하늘을 향해 불공평함을 토로해봐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시트콤이라면 하늘에서 비나 깡통이라도 떨어져 내리련만 현실은 그저 흘러갈 뿐이다. 그 사연의 당사자가 불만이나 애통함에 가득차 있을 뿐인 것이다.

여기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 그녀들이 있는 장소는 여성 전용 교도소이고 나라는 이집트, 아랍 문화권이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는 상당한 상상력이 소비된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당연한 것이 자신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으니 그 겉이라도 이해하려고 시도해보려면 엄청난 양의 상상력이 동원되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랍 문화권에 큰 관심이 없었다. 중동 분쟁이나 하마스에 관한 강의는 들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었고 아랍 문화권에 살고 있는 여성에 대한 것도 히잡을 쓰고 구속적인 삶을 사는 여성들이란 생각을 품은 것이 전부였다. 하기야 사람이 가장 관심을 가진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니 그리 문제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 소설 '황금 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에서 묘사되는 여성들의 삶이란 지나치게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거의 보편적이고 서로 부딪히는 문명이 있다는 자체가 허구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물론 책에서 나오는 여성들은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들이니 그 지역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면이 더 많겠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채로운 것을 넘어서 충격적일 뿐이었다.

책의 제목만을 들으면 한 편의 역사소설이나 서사시가 나올 것 같지만 한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의 이름은 아지자로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실은 그녀의 어머니의 뛰어난 미모 덕분에 결점이 되지 못했다. 아지자의 어머니는 부유한 남자와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녀의 남편이 죽고 어린 딸과 남게 된 아지자의 어머니가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되면서 부터였다. 아지자의 새아버지는 아름다운 아지자의 어머니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나간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아지자의 어머니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지자 역시 어머니의 행복을 위해 새아버지에게 헌신적으로 임했다. 허나 아지자의 새아버지는 아지자를 딸이 아니라 애인으로 원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소녀였던 아지자는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몰랐고 새아버지의 충실한 애인 노릇을 한다. 두 여자와 한 남자의 결혼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적어 놓고 아무리 다시 생각을 해봐도 할 말을 '우웩'일 뿐인 역겹고 끔찍한 상황이었는데도 아지자는 그 때를 행복하고 안온한 때로 기억하고 있었다. 심각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음에도 자신이 피해자임을 모르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는 섬뜩했다. 그리고 그 소녀가 어른이 되고 후에 살인자가 되어서 여성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런 이후에도 그 소녀는 그녀가 결코 처해서는 안 되었을 끔찍한 상황을 추억인양 떠올린다. 그러면서 자신을 여신 같이 다른 사람에게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생각하면서 후에 자신이 하늘로 오를 황금 마차를 탔을 때 데리고 갈 사람들을 하나하나 고르기 시작한다. 불쌍한 여인이 망상에 빠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여러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원치 않는 관계에 빠지고 그것을 애정이라고 각인하게 된 여자 아지자의 이야기이고 나머지는 아지자가 자신의 황금 마차로 구원할 불쌍한 다른 이를 찾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드러나는 속사정을 다루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도둑질을 해야 했던 여자라든지 자신의 끔찍한 부부관계를 끝내기 위해 남편을 죽인 여자, 명예살인으로 큰 충격을 받은 소녀 등 어떤 여성의 이야기든지 읽는 사람을 충격으로 밀어 넣는다. 소설 속의 인물이라 해도 그들이 지은 죄는 죄일 뿐인데도 그들을 동정하게 되고 아지자의 망상이 현실이 되어 그들이 황금 마차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 교도소에 갇힌 여성들의 이야기라니 결코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한 번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아랍 문화권의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란 점은 좋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상식이 통하는 범위가 얼마나 좁은지 기가 막힐 때가 많았던 점은 제외하고 말이다.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아랍 문화권 여성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신문이 아니라 소설로 읽게 된 아랍 문화권 여성의 삶은 독특하다 못해 충격적인 면이 있더군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아랍 문화권에 관심이 큰 분이나 30대, 40대, 50대에 권하고 싶네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남동생은 누나를 차에 태우고 갔다. 그녀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자주 그 남동생을 안아주었고 그의 옷을 빨아주었으며, 심지어 젖도 안 나오는 자기 젖가슴을 물리기도 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며칠 동안은 어린 남동생에게 아직도 젖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는 마음에서였다. 그 며칠 밤 동안 엄마 젖을 찾으며 울어대는 동생을 보며 그녀는 마음의 평정을 잃고 괴로워했었다.
그 동생이 누나를 싣고 갔다.
(P288~P289 명예살인을 하려는 가족의 이야기)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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