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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큰 기쁨이다. 하지만 매운맛이라는 감각이 사실은 통증이듯이 자극을 계속 받는 삶은 어떤 의미로는 피곤하다. 그래서 염세주의자들은 삶은 끊임없는 고통이라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죽음이 구원일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공포를 구원으로 여길 만큼 지친 사람들이라니 묘하기는 하다. 허나 막상 죽음을 앞둔 순간에 소크라테스처럼 초연하게 독배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괴테처럼 죽기 전에  '더 많은 빛을'이라는 말을 해보고도 싶고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이 믿는 진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차서 죽음에 초연할 수 있으면 싶지만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면 그저 머릿속에 생각만 많은 사람일 뿐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것을 강요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나니 치열하게 살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다. 좀 더 치열하게 살았다면 온갖 쓸데없는 고민으로 머리가 아플 일도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뜨끔할 일도 없을 것 같다. 이 책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는 제목만으로도 사람을 움찔하게 한다. 일단 반 농담으로 그리고 실상은 한탄으로 자신은 유죄구나 하는 말을 하게하고 마음속으로는 짜증을 내면서 책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책의 작가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세밀한 감각으로 그려내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다. 도발적인 제목과 다르게 내용은 어디까지나 그녀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따뜻하게 주변을 돌아보는 시선을 담고 있다. 그녀는 특유의 필치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언제부턴가 자기계발서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문구가 하나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살지 말고 지금 행복해지라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방법에는 많은 것이 있겠지만 타인과의 관계도 큰 몫을 차지한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어떤 여자가 요정을 만난다. 요정은 그녀에게 단 한 가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여자는 소원을 말하는데 그 소원은 바로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후 여자는 마을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으로 알려졌고 그녀가 죽기 전 다른 사람들은 행복의 비밀을 묻는다. 여자는 웃으면서 행복의 비밀은 다른 사람들이 항상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눈을 감는다. 행복이라던가 사랑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잡으려면 타인에게 상처를 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전부를 던져야 할 때가 많다. 삶 속의 많은 일들을 그저 무의미한 자극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미련한 일이 없겠지만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해서는 온전히 사랑하기도 사랑받기도 그로 인해 행복해지기도 어려운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상처입지 않을 정도만 사랑했고 사랑받았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랬기에 행복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그제야 약간은 거슬렸던 제목이 조금씩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어떤 일에 자신을 전부 던지지 않으면 그 소망을 이루기 어려운 일이 많다. 성공적 결과를 얻었더라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 일에 치열하게 임하지 않았다면 후회가 남는다. 남들은 몰라도 자신은 아는 것이다. 치열하게 살 것을 그리고 온 마음을 다 바쳐서 사랑할 것을 충고하는 첫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의 젊은 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녀가 상처 입은 사람들을 차분하게 보듬는 내용의 드라마를 쓸 수 있게 된 여태까지의 인생이 책장과 함께 흘러간다. 돌아가신 이후에는 너무나 사랑했지만 애증도 없지 않았던 부모님과의 관계부터 드라마를 쓰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다른 사람의 인생과 글에 대해서 들여다보는 일은 익숙한 동시에 낯설고 편안하면서 동시에 불편한 일이었다. 너무 많은 것이 흘러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이야기도 이야기였지만 가장 묘했던 것은 글이 따뜻함을 풀어낼수록 노희경이라는 작가의 날카로움이 도드라지는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섬세한 감성이라고 해야 할 지 글 한 줄 한 줄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예민함은 이 책 전반에 기묘한 감흥을 느끼게 했다. 물론 한 권으로 한 사람을 다 읽을 수는 없다. 사람만큼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것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허나 이 책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품고 있는 동시에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이는 작가의 에세이라 더 좋았다. 다만 좀 더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이 책을 볼 때마다 찔리는 마음을 거둘 수 없을 것 같다.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알고 난 이후 연탄재를 발로 찰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말이다.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삶에 그리고 사랑에 치열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게 하더군요. 겨울에 어울리는 감성적인 에세이라는 점이 더 좋았구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에세이가 떠오르네요. 여성 작가가 쓴 감성적 에세이인데다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수 들은 내용이어서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20, 30대 여성에게 권하고 싶네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도록 보고 싶어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P14)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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