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놀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
-
혼자놀기 -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강미영 지음, 천혜정 사진 / 비아북 / 2008년 11월
평점 :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살아간다. 군중 속의 고독을 굳이 떠올려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인생을 살다가 죽는다.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해서 목적지가 같은 것이 아니듯이 누군가가 함께 태어나 함께 죽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심지어 쌍둥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외로움을 두려워한다.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생물이고 타인 속의 자신도 자신의 일부이기에 그 점은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이 세상 속의 '혼자'라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삶 속의 진짜 즐거움을 찾아내기 힘들 수가 있다.
항상 누군가가 함께 해야만 즐거울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일어나서 '자아 찾기' 여행이라도 나서야 할 판이다. 하기야 자아라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그런 것을 찾을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사람에게는 자아 찾기라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그렇게 자아가 강한 사람은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는 순간의 진짜 즐거움을 알 수 있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을 해도 사람들은 혼자가 되는 것을 거북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잠깐의 침묵을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시도한다. 발작이 일어난 것 마냥 눌러대는 문자 메시지 일수도 있고 영화관에서조차 다물지 못하고 떠들어대는 입일 수도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혼자 밥을 먹는 일이다. 사람의 삶을 유지하려면 영양분 섭취가 필수다. 결국 밥을 먹지 않고 생을 유지하기는 어렵고 사람들이 밥을 먹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누군가 밥을 먹는데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는 경우가 있다. 바로 누군가가 혼자 밥을 먹을 때의 일이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무슨 죄 짓는 것도 아닌데 주변 사람들은 빤히 그 사람을 쳐다보고 그 사람도 은근히 멋쩍어 한다. 그런 불편이 싫어서 밥 먹을 때만 되면 그렇게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불러서 먹고 싶지 않은 종류의 음식을 먹는 일을 감수하거나 아예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날은 이런 일도 있었다. 듣고 싶은 과목이 있어서 혼자 강의를 듣게 된 터라 강의가 끝나고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친구가 왠지 혼자 키득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연유를 묻자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점심을 혼자 먹는데 주변 사람들이 전부 자신을 힐끔거리더라는 것이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이상했는지 계속 자신을 힐끔거리는데 자신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아서 그 사람들을 관찰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도리어 주변 사람들이 무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고 한다. 거기에 갑자기 웬 모르는 아가씨가 말을 걸었다고 한다. 자기가 혼자 먹으려니 너무 무안해서 그런데 같이 앉아서 먹으면 안 되겠냐고, 마침 책도 안 가져와서 더 곤란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혹시 거절당해서 혼자 먹게 될 까봐 안절부절 못하면서 말이다.
전혀 낯모르는 타인에게 같이 밥을 먹어달라고 청할 만큼 혼자 밥 먹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시대라니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은 점점 개인주의화 되는데도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작아지지만 보이지 않는 연결로 인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결된 세상이 되었다는 말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지만 지나친 연결로 인해서 혼자 있는 것도 즐기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 같아서 어째 떨떠름한 기분이 되었다. 식당 운영하는 입장에서야 혼자 밥 먹으러 오는 손님이 그리 달갑지 않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 책 '혼자 놀기'는 그리 새로울 것은 없는 책이다. 오히려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이 놀라운 면이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혼자 노는' 시간을 어색해하게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지나치게 일상적이지만 혼자가 어색한 사람들에게는 비일상적인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누군가가 함께 하는 일은 즐겁다. 자신이 볼 수 없는 부분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알던 사람의 모르는 부분을 찾아낼 수도 있고 잘 모르는 사람의 신선한 생각에 감탄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일 때는 더 즐겁다. 자신의 수많은 생각의 편린을 정리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모든 에너지를 자신에게 들여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신경 쓰지 않는 오직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 시간으로 인해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고 앞으로 보낼 시간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을 더 좋아할 수도 자신에게 더 실망하게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인생이라는 거대한 사건 속의 주역인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귀중하다. 사실 그냥 뒹굴 거려도 상관없다. 그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점점 잊게 되는 허나 잊게 되면 크게 후회할 혼자 노는 시간의 즐거움을 되새겨 주는 '혼자 놀기' 나쁘지는 않았다. 이 책이 자신이 홀로 보내는 시각에 대해 생각할 단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자신이 혼자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그것 외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제 혼자 보내는 시간을 껄끄럽게 생각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혼자 보내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자신에게 좀 더 선물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괜찮을 것 같네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남들이 뭐라던 나만의 사생활이 있고 나만의 행동양식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을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꺼내놓지는 못하더라도 내 방에서만큼은, 한 달에 한 번쯤은 모든 걸 탁 풀어놓은 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P121)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