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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린 아이가 깨진 유리에 손을 다쳐서 깊은 상처를 입었다. 굳이 맥베스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 작은 어린 아이 몸 안 어디에 그렇게 많은 피가 있었는지 출혈량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아이는 엉엉 울고 부모는 파랗게 질린다. 산산조각이 난 액자 안의 사진에서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아이 엄마와 아이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오빠들의 발이 있었다. 오빠들의 불행한 사고 이후에 태어난 아이는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만으로 오빠들을 만날 수 있었고 사진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었다.
그 날 아이를 돌본 에디가 우연히 아이의 침대 근처에 액자를 두었고 그게 떨어지면서 박살난 유리에 아이가 다치고 만 것이다. 상처는 깊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날카로운 물체로 인한 것이어서 간단한 수술을 하고 나자 사건은 일단락 될 수 있었다. 아이의 손가락에는 평생 남을 흉터가 있겠지만 그것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에디는 그 일을 의연하게 받아들인 어린 아이, 루스 콜에게 용감하다고 말한다. 주사를 맞고 두 바늘이나 꿰맸는데 용감하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루스는 의아해한다. 용감하다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다. 에디는 루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용감하다는 것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잘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이라고 너의 용감함의 상징은 그 손가락의 흉터이니 용기가 필요할 때 손가락의 흉터를 보라는 것이다.
이 책 '일년 동안의 과부'에서는 용감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삶 속에서는 태풍이 인다. 그 태풍이 남긴 상흔이 너무 커서 그들은 그 일을 받아들이지도 잊지도 견디지도 못한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심지어 용감한 루스조차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어머니를 잊지도 용서하지도 못한다. 자신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까지도 말이다. 두 아이를 잃은 매리언과 테드 역시 그 사실을 쉽사리 극복하지 못한다. 두 아이가 살아 있을 당시에는 그리 큰 가치를 가지고 있지 못했던 사진들이 그들이 죽고 나자 집안의 모든 벽을 점령한다. 그들의 집은 두 아들의 신전인 것 마냥 죽은 아들들의 사진으로 뒤덮인다.
그 와중에 아버지인 테드는 항상 그랬듯이 바람둥이 짓을 하고 다니고 매리언은 그 사고에 그대로 생각이 묶여 웃는 법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긴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는 딸이었고 아이는 죽은 아들들의 대체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처음부터 당연한 것이었다. 누구도 다른 누군가의 대신이 될 수 없었다. 테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딸 루스를 사랑하지만 매리언은 견디지 못한다. 다시 태어난 아이는 딸이라 죽은 아들 토머스와 티모시를 대신하지도 못했고 한 번 더 아이를 사랑하는 것을 허락하고 다시 그 아이를 잃는 일이 생긴다면 결코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매리언은 아이에게서 거리를 유지한다. 엄마로써의 역할을 다하되 그녀의 아이에 대한 태도는 냉담한 것이었다.
그런 사정에도 아랑곳없이 루스는 쑥쑥 자라난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오빠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들을 그리워하고 아이다운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매리언과 테드의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었다. 계속되는 테드의 바람으로 안 그래도 그리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불행한 사고에서 테드는 매리언에게 치명적 실수를 하고 만다. 후에 에디와 루스에게 전해진 진실은 너무 잔인한 것이어서 매리언이 그대로 굳어버린 것이 놀랍지 않을 정도였다. 에디의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극복하지 못한 좀비 같은 존재인 매리언과 유명 동화작가이지만 지극히 이기적 인간인 테드는 별거에 들어간다. 두 사람은 루스를 위해서 번갈아 집에 머문다. 이혼을 염두에 두기는 했지만 어린 루스를 배려한 행동이었다. 겉으로야 그랬지만 실상은 아직 행동에 나서길 망설이고 있을 뿐이었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때를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테드는 그 와중에 조수를 한 명 들인다. 에디 오헤어라는 열여섯 살의 소년이었다. 테드가 당시 운전면허가 취소된 터라 운전사로 고용한 것이었다. 허나 테드의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었다. 에디는 예쁘장한 소년으로 죽은 아들 티모시를 닮아 있었다. 죽은 아들들에 집착하는 매리언과 부적절한 관계에 빠지길 기대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루스의 양육권은 자신에게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에디는 그런 내막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여름 아르바이트를 하러 테드 콜의 집에 들어오고 자신을 마중 온 매리언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만다. 열여섯 살 소년과 서른아홉 살의 여자의 관계는 보는 사람을 당혹하게 만든다. 매리언은 그 관계 속에서 죽은 아들을 보지만 에디는 맹목적으로 매리언에게 빠져든다. 소년은 정말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에디 오헤어의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 되고 만다.
에디 오헤어가 콜 집안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당시 네 살이었던 루스가 사십대로 접어든 이후에야 끝이 난다. 상처가 너무나 커서 결코 용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서로를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 끈은 쉽사리 끊어지지 않는 것이라 돌고 돌아서 서로는 다시 마주하게 된다. 어떤 사건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고 그로 인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의 이야기가 도미노가 하나씩 넘어가는 것처럼 물고 물리게 연결되어 있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충격적인 부분이 많기는 했지만 결국은 전부 삶에 대한 이야기라 다 읽고 난 이후에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페이지터너라는 작가의 별명에 맞게 각 장이 술술 넘어갈 만큼 흡입력이 있는 '일년 동안의 과부' 재밌게 읽었다. 수많은 사건 속에 흘러가는 콜 집안의 이야기도 특색 있었지만 책 속의 책이라고 할 수 있는 테드 콜의 동화나 매리언 콜, 루스 콜의 소설도 뒷이야기를 알고 싶을 만큼 흥미로웠던 것이 특히 좋았다.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