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눈 - 3단계 문지아이들 11
다니엘 페낙 지음, 최윤정 옮김, 자크 페랑데즈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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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나크. 어떤 작가일까. 이 단 한편의 작품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그의 작가적 역량에 대해 새삼 놀랄 뿐이다. 앞으로 곧 번역된 작품 전부를 읽게 되겠지.

외국 아동문학 작품을 읽을 때마다 거의 충격적으로 느끼는 점은 그들의 아동문학이 한국 아동문학이 지닌 뻔한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아동문학'이라 할 때 언뜻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들, 작품들, 그것이 아동문학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외국 작품들이 웅변해준다. 물론 이 책 역시 '프랑스 아동문학의 대표작'이라 이름붙여져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까지 번역되어 읽힐 경우 일단은 그 작품성이나 대중성이 대단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늑대와 소년, 즉 동물과 인간이 서로 교감하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 그런데 이들의 상처는 모두 인간의 '인간성'이 지닌 그림자에서 발생한 것이다. 늑대와 소년은 '하나의 눈'으로 상상처받은 영혼들의 만남을 시작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하나의 눈을 뜨게 된다. 이렇듯 뛰어난 주제의식을 충분히 뒷받침해주는것은 톡톡 튀는 문장, 약간의 냉소속에 진실을 포함하는 유머, 상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것을 읽어내는 것으로 전개되는 탄탄탄하고 상상력 넘치는 구성 등이다.

모든 뛰어난 예술작품은 작품 창작에 있어 한 차원 높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고 창작해야 한다는 용기를 준다. 특히 구성, 소재, 문체 모두 한정되고 마는 것으로 생각되는 아동문학에 있어 훌륭한 모범이 될만한 아동문학 작품은 예술과 문학과 마찬가지로 아동문학에 있어서도 끝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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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리몬드 공주의 목걸이 동화는 내 친구 14
매리 드 모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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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읽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가 공주, 왕자를 꿈꾸어 봤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공주는 늘 착하고, 아름답고, 지혜로우며 모든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행복하게 산다. 그리고 이러한 공주상은 아름다움=착함이라는 등식을 은근히 세뇌시켜 놓았다.

하지만 이 동화책에 나오는 공주들은 그런 등식을 깡그리 깨어놓는다. 첫째 이야기의 공주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잔인하고, 둘째 공주는 저주의 영향으로 심장조차 갖고 있지 않다. 공주류의 동화책을 비판한 책들을 보아왔지만 새로운 '이야기' 형식은 그동안 우리가 지녔던 '공주신화'를 여실히 깨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새로운 공주 이야기의 모델의 창조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 옛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는 눈이 필요하겠다. 옛이야기의 문학성과 교훈성을 충분히 원용하고 요즘 아이들에게 맞게끔 재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음악을 하는 두 남녀의 처절한 사랑을 그린 마지막 동화를 우리 이야기 '몽유도원도'를 떠올리게 했다. 몽유도원도가 더 문학적이고 낭만적이고 사회비판 시각이 녹아있고 애절하긴 하지만.

참고로, 영화 '프린스&프린세스'의 이야기들이 동화를 각색한 것이라고 들었는데 영화의 첫째 에피소드의 원작이 바로 피오리몬드 공주의 목걸이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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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길
M. 스콧 펙 지음, 김창선 옮김 / 소나무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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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많은 사람들이 다른 학문들에 비해 어느 정도 친숙함을 느끼는 학문일 것이다. 대학의 인기 교양과목 중 하나로 심리학과 관련한 과목들은 환영받고 있으며 프로이드, 자아, 초자아, 무의식, 융, 꿈, 정신분석, 방어기제 등의 단어 역시 그리 생소하지 않을 듯 하다.

최근 몇 년 전에는 한창 정신과 의사들이 대중매체에 등장하며 심리학을 생활 저변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저서 또한 꽤 여러권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러한 서적 뿐 아니라 상담 부류의 책중 대다수가 상담사례를 단순 나열한 것에 불과하거나 남의 사생활에 대한 훔쳐보기 수준에서 그쳤을 뿐 독자의 일상을 심리학이라는 거울에 비춰 반성에 보도록 이끄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 책은 정신요법자의 상담 사례와 그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우리의 정신건강을 되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더욱 성장해 나가기 위한 방책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난 책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가장 근본적인 견해이자 설명의 전제는 '인생은 고통스럽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인생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는가. 저자의 답은 고통을 회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무척 단순해 보이는 답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얼마나 정신질환적으로 고통을 회피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하고 무서운 일인지를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기대어 여실히 드러내주기에 이 대답이 결코 허술하거나 무성의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러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랑'이다. 저자는 사랑을 '상대방의 자아 확장을 바라고 도와줄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저자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설명보다 완벽하고 실제적이며 건강하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졌다고 밝히는 저자는 이와 아울러 마지막 장에서 심리학과 종교의 만남을 꾀하고 있다. 사실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을 통해 심리를 알 수 있다는 전제와 여기에서 발생한 학문 체계가 어느 정도 인간 이해에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인간을 분해시키고 환원시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가 그러하듯 말이다. 하지만 심리학과 종교를 통합해보려는 저자의 시각은 이 책에서 매우 기초적인 수준으로 다루어진다 할지라도 충분히 도전적이고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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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거미줄 창비아동문고 51
E.B.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경 옮김 / 창비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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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샬롯은 돼지 윌버에게 '대단한, 눈부신, 겸손한'이란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나는 이 동화에 '건강한, 유쾌한, 따뜻한'이란 단어를 선사하고 싶다.

먼저 이 동화는 건강하다. 서양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동물인 거미와 태어나자마자 죽을 목숨이었던,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돼지가 동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독자들의 편견을 변화시키고 이들 주인공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전형적인 농가를 배경으로 농촌 사람들의 매우 평범해보이지만 지극히 활기찬 삶을 그리고 있고,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헛간의 모습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 역시 이 작품에서 생명력과 건강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이 동화는 유쾌함을 지녔다. 거미가 글자를 써 친구를 구한다는 독특한 발상에서부터 꼭 인간같은 헛간 동물들의 성격 묘사, 그리고 돼지의 일일계획표!!!(윌버는 정말 유쾌한 돼지다) 등등 글 구석구석이 유머로 가득차 있다. 특히 이 유머는 허무맹랑하거나 단발적인 웃음에 끝나지 않고 철저히 사실성의 바탕 위에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지고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힘이 된다. 돼지 윌버를 아끼고 길러주던 펀이 정작 윌버가 상을 받을 때는 남자친구에게 빠져버리고 개구장이로 밉살스럽게만 나오던 에이브리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상황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의 주제이자,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따뜻함에 있다. 보잘 것 없는 친구를 위해 목숨이 위급한 상황까지 마다하지 않는 샬롯과 헛간 식구들이 윌버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배려하는 모습은 어린이들에게 진정한 우정의 소중함을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가장 마지막에 윌버가 샬롯이 가장 좋은 친구였음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작가가 그 이유를 '진실한 마음의 친구이면서 훌륭한 재주를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다.

사실 윌버가 현명한 거미 샬롯의 도움을 그토록 극진히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친구이고, 그게 바로 진정한 우정'이기 때문이다. 윌버가 어떤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윌버는 우정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았을 뿐 사실 대단하지도 눈부시지도 않은 돼지 아닌가. 하지만 작가는 샬롯의 진실한 우정과 함께 그의 '훌륭함'을 굳이 상기시키는 것이다. 굳이 따지고 볼 때 어쩌면 이는 이율배반적인 정의일지도 모른다.

샬롯이 휼륭한 재주를 지녔기에 휼륭한 친구라는 점은 사실이고 윌버가 새끼 거미들을 위해 기울여온 희생이 윌버 역시 훌륭해졌음을 드러내고는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메시지는 '단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희생을 마다않는' 그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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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이윤기 외 대담 / 민음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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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의 방패도, 화려한 말잔치나 지성의 향연도 아니었다. 세계의 문학과 민음사의 정치적 성향은 차치하고라도 어떠한 지성적, 감성적 울림도 주지 못했다.

많은 독자들의 평가와 리뷰기사 때문에 책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이자 막강한 문화권력이라 할만한 이들을 대담자로 선정하고 두 인물을 적절한 주제 아래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지 않았는가. 더군다나 우리 시대의 사유와 글이 우리 삶을 화석화시키는 현실을 개선해보고자 한다는 취지 아래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이 어떤 울림도 주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은 대담이라는 형식에 있다. 이 책이 각광받았던 중요한 까닭이고, 무엇보다 신선했던 책의 탄생 이유에 바로 그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기획자들도 '성공적인 대담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 현실에 너무 만용을 부린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했다'고 밝힌 바 있듯 기획력은 돋보였지만 이를 찬찬히 엮어나가는 실무역량에 있어 어려운 점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작 대담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주제는 첨예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개개인의 단편적인 견해-누구나 그 정도쯤은 잘 알고 있는, 더이상 새로울 것도 깊이있을 것도 없는-의 나열에 그치고 말았다. 대부분의 대담이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대담자의 과거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할애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주제의식과 기획의도는 사라졌다. 함인희씨와 이숙경씨의 대담이 가장 혹평을 받은 부분은 이러한 이유가 너무 단편적으로 드러났다는데 있을 뿐 다른 대담 역시 대동소이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담 역시 편집과정이 필요했고 글에 드러내지는 않더라도 사회자의 냉철한 진행이 있었어야 했다. 대담자들에게 대담의 목적을 명확히 상기시키고 기획자의 의도대로 맞추어줄 것을 보다 대담하게 요구했어야 했다. 두세시간 정도 만나서 두 사람 얘기시키고 녹음하고 그대로 정리한 것으로 기획의도와 주제의식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을까.

아쉬움에서 우러나는 질책이다. 좀더 잘 했으면... 기획의도는 신선했고 사람들 반응도 좋은 편인 듯 하다. 단 하나, 책의 가치가 과대포장된 것이 불만이고 그러했던 시스템이 착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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