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거미줄 창비아동문고 51
E.B.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경 옮김 / 창비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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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샬롯은 돼지 윌버에게 '대단한, 눈부신, 겸손한'이란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나는 이 동화에 '건강한, 유쾌한, 따뜻한'이란 단어를 선사하고 싶다.

먼저 이 동화는 건강하다. 서양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동물인 거미와 태어나자마자 죽을 목숨이었던,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돼지가 동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독자들의 편견을 변화시키고 이들 주인공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전형적인 농가를 배경으로 농촌 사람들의 매우 평범해보이지만 지극히 활기찬 삶을 그리고 있고,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헛간의 모습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 역시 이 작품에서 생명력과 건강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이 동화는 유쾌함을 지녔다. 거미가 글자를 써 친구를 구한다는 독특한 발상에서부터 꼭 인간같은 헛간 동물들의 성격 묘사, 그리고 돼지의 일일계획표!!!(윌버는 정말 유쾌한 돼지다) 등등 글 구석구석이 유머로 가득차 있다. 특히 이 유머는 허무맹랑하거나 단발적인 웃음에 끝나지 않고 철저히 사실성의 바탕 위에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지고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힘이 된다. 돼지 윌버를 아끼고 길러주던 펀이 정작 윌버가 상을 받을 때는 남자친구에게 빠져버리고 개구장이로 밉살스럽게만 나오던 에이브리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상황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의 주제이자,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따뜻함에 있다. 보잘 것 없는 친구를 위해 목숨이 위급한 상황까지 마다하지 않는 샬롯과 헛간 식구들이 윌버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배려하는 모습은 어린이들에게 진정한 우정의 소중함을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가장 마지막에 윌버가 샬롯이 가장 좋은 친구였음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작가가 그 이유를 '진실한 마음의 친구이면서 훌륭한 재주를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다.

사실 윌버가 현명한 거미 샬롯의 도움을 그토록 극진히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친구이고, 그게 바로 진정한 우정'이기 때문이다. 윌버가 어떤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윌버는 우정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았을 뿐 사실 대단하지도 눈부시지도 않은 돼지 아닌가. 하지만 작가는 샬롯의 진실한 우정과 함께 그의 '훌륭함'을 굳이 상기시키는 것이다. 굳이 따지고 볼 때 어쩌면 이는 이율배반적인 정의일지도 모른다.

샬롯이 휼륭한 재주를 지녔기에 휼륭한 친구라는 점은 사실이고 윌버가 새끼 거미들을 위해 기울여온 희생이 윌버 역시 훌륭해졌음을 드러내고는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메시지는 '단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희생을 마다않는' 그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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