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길
M. 스콧 펙 지음, 김창선 옮김 / 소나무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심리학은 많은 사람들이 다른 학문들에 비해 어느 정도 친숙함을 느끼는 학문일 것이다. 대학의 인기 교양과목 중 하나로 심리학과 관련한 과목들은 환영받고 있으며 프로이드, 자아, 초자아, 무의식, 융, 꿈, 정신분석, 방어기제 등의 단어 역시 그리 생소하지 않을 듯 하다.

최근 몇 년 전에는 한창 정신과 의사들이 대중매체에 등장하며 심리학을 생활 저변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저서 또한 꽤 여러권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러한 서적 뿐 아니라 상담 부류의 책중 대다수가 상담사례를 단순 나열한 것에 불과하거나 남의 사생활에 대한 훔쳐보기 수준에서 그쳤을 뿐 독자의 일상을 심리학이라는 거울에 비춰 반성에 보도록 이끄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 책은 정신요법자의 상담 사례와 그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우리의 정신건강을 되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더욱 성장해 나가기 위한 방책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난 책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가장 근본적인 견해이자 설명의 전제는 '인생은 고통스럽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인생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는가. 저자의 답은 고통을 회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무척 단순해 보이는 답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얼마나 정신질환적으로 고통을 회피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하고 무서운 일인지를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기대어 여실히 드러내주기에 이 대답이 결코 허술하거나 무성의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러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랑'이다. 저자는 사랑을 '상대방의 자아 확장을 바라고 도와줄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저자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설명보다 완벽하고 실제적이며 건강하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졌다고 밝히는 저자는 이와 아울러 마지막 장에서 심리학과 종교의 만남을 꾀하고 있다. 사실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을 통해 심리를 알 수 있다는 전제와 여기에서 발생한 학문 체계가 어느 정도 인간 이해에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인간을 분해시키고 환원시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가 그러하듯 말이다. 하지만 심리학과 종교를 통합해보려는 저자의 시각은 이 책에서 매우 기초적인 수준으로 다루어진다 할지라도 충분히 도전적이고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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