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과 나, 따로 또 같이
벼랑 위의 사랑
-클림트의 그림 "키스"를 보다
꽃밭이다 찬란한 햇살과 따스한
바람이 빚어낸 바닥에서 꽃이 된
남자의 황금빛 가슴 속에 묻혀 시간을 잊은
여자의 몸에서도 황금 잎사귀가 돋고
찰나의 시간에도 덩굴은 자라는데
여자의 발끝이 벼랑 끝에 걸려 있다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와 여자의 눈은 감겨 있고
벼랑 위의 키스는 끝나지 않는다
사랑은 벼랑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듯
벼랑은 사랑을 위해 존재한다는 듯
사랑은 필사적이고 벼랑은 완강하다
살아가는 일이 벼랑이라면 모든
사랑은 벼랑 끝에서만 핀다 지금
안전한 자여 안전한 사랑은 완전하지 않다
저 심연을 보아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벼랑 끝에서 벼랑을 잊은 채 우리는
이 순간 영원이다 말하는
저 백척간두의,
- 김해자(1961∼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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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별나고,
그리하여 행복한 나날들.
나는 잠시 잊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다가올, 스스로 움켜쥐고 말아야 할 달콤한 치열함을.
숨죽이며 기웃대는 바람님도 시샘할
당신의 입김으로 불어넣어
새살 돋는 나의 봄옷.
이제 내 마음의 촉수는
당신, 그 약속에 키스하다.
2005. 03. 11 김여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