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어디계신가요  


                                글. 김미선




아버지, 
참 그립습니다. 살아오며 정말 많이도 글 장난 말장난 했었습니다.
이제 그일 조차도 제게 버거움이 되는지 지치기도 합니다. 오후부터
이른 겨울비가 곱게 내립니다. 비는 수직으로 내리는데 온 뜰 안을
휘젓는 솔 나무는 가는 빗줄기에 제 향과 더불어 며칠 전 뜰에 가져다 둔
소국 향 가득 싣고 창틈으로 들어와 촉촉한 간지러움으로 코끝을 기웃거립니다.

정작에 느끼고 싶은 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 느껴보려 해도 어디에도 아버지 향은 찾을 수
없습니다. 지난번 한국 방문길에 아버지 유품 상자를 열어 늘 가슴
가까이 간직하셨던 손 때 묻은 가죽 지갑을 가지고 왔습니다.

오며가며 책상 위에 놓여 진 손 때 묻은 지갑을 만져보곤 합니다.
가끔 가슴에 대어 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늘 가실 때 그 모습으로
남아 늘 마음에 작은 이야기 방 만들어 계시는데 요즘 저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제 마음 길을 잃고 때로는 정신없이 헤매기도 합니다. 

며칠 전 아버지 생신이 지났습니다.
생신날 아침이면 늘 동네 분들 초대하여 마음을 나누셨던 아버지!    
인적 드문 산모퉁이 돌아서면 괜스레 가슴이 휑하게 뚫린 것 같은
허름한 동산들이 생각납니다. 살아계실 때도 범부이시던 아버지는
초라하지만 결코 부끄럽지 않으신 집에 계십니다. 아버지 집을 찾던
날 아버지의 뜰에만 하얀 국화꽃 한 아름 두기 민망하여 생면부지의
이웃집 뜰에도 아버지 마음으로 한 송이씩 나누어 놓고 돌아왔습니다.
그날 저는 ‘예측불허’라는 글을 쓰며 우걱우걱 내 삶을 씹어 먹었지요.

이제 아버지를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살다보면 점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퇴색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 미련한 생각임을 깨닫게 됩니다. 다시는 글로써 아파하지 말자하며
감추었던 글 무덤을 가을비가 톡톡 튕겨 내고 그리움의 샘물이 출렁이더니만
결국 한숨과 눈물이 터져버려 견딜 수 없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아버지 음성이 귓전에 부서집니다.
어쩌면 우주공간 어디쯤 무한 공간을 지나면 교신할 수
있는 세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잠시 눈을 감고 빗소리에
내 마음을 기울이며 솔 향에 마음 맡겨봅니다.


아버지, 거기어디 계신가요.



 

[  작가코리아의 새벽편지 2004. 11.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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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1-12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왜 눈물나게 이런 페이퍼 올리는 겁니까?......흑...

물만두 2004-11-1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님 이러시면... 만순이가 지금 아버지 겨울 잠바 사온다고 했는데... 흑... 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