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주무시는가요, 당신.

오늘은 그냥 하얀 종이 위에,
하얀, 그래서 깔끔스런 당신 닮은 종이라 생각하며 몇 자 건네요.
실은 그 보다 내가 잠이 오질 않아 그러나봐요.

몇 번을 봤죠, 몇 번을 만났죠.
그치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런 당신.

당신의 손끝이 내 살끝을 닿고
당신의 숨결이 내 살결에 닿기도 전에
난 이미 당신의 사람인 걸요.

다시 맑은 날에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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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11-03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어수선해서 여흔님이 글 남긴걸 이제사 확인하네요...잘 계시죠....^^

김여흔 2004-11-03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인테리어를 새로 했네요.
님도 잘 지내시는 거죠?
이제 추워지려나봐요, 비도 왔으니,
그래도 여기 저기 막바지 단풍이 마음을 여유롭게 하니 좋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님.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과거와 우리가 모르는 미래 사이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그래서 언제나 불안한 것이다.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중간.
......
... 나는 내가 아는 과거와 내가 모르는 미래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구나. 그것은 불안했지만, 적어도 어제보다 불안하지는 않았어. 아마 내일이 되면 불안은 조금 더 줄어들겠지. 아는 것이 조금쯤은 더 많아질 테니까. 그래서 노인들은 불안하지 않은 걸까. 그래서 그 젊었던 날은 온통 불안의 그림자로 싸여져 있었을까.

[황경신, 모두에게 해피엔딩, pp.44]

 

[2004.10.05-08]

얄밉게도 가을하늘은 연일 티없이 푸르고 맑기만 하다.

벌써 며칠째 방바닥을 뒹구르며 몸앓이로 동동거리면서도 한쪽 머리에선 여행하긴 참 좋겠다고 능청부리고 있다. 몇 시간을 잠들었을까, 저녁 무렵의 햇살이 커튼 사이를 지날 즈음 잠시 눈을 떳다가 다시 깨어나니 한밤중이다.

아침부터 휴대폰이 울어댄다. 어제도 난리더니 이럴땐 평소 연락도 없던 인간들도 거들어대면서 귀찮게 한다. 이런 걸 머피의 법칙이라고 해야 하나. 통화할 힘도 없지만 전자음인 벨소리가 아픈 몸을 더 아프게 찌르는 듯하다. 벨소리를 바꿔야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수면에 빠진다.

어찌된 일일까. 이렇게 오래도록 아파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된 일일까.

또 휴대폰이 작은 방의 정적을 깬다. 일 때문이리라. 회의가 잡혀있고, 출장이 잡혀있고, 보내야 할 메일, 통화해야 할 일, 젠장 두통까지 오는가 보다. 맘 놓고 아프지도 못하다니. 그래도 축제기간이라 강의 준비할 필요가 없으니 다행이지. 빨리 움직이고 싶어진다.

아픈 것이 아프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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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10-11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흔님, 이 좋은 가을 날에 아프시다뇨?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셔서 짧은 가을 여행이라도 다녀오실수 있길 바랍니다.

stella.K 2004-10-1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어서 다시 건강해지시길...^^

superfrog 2004-10-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 일이신가요..
 


지난 날에 나는 모든 시간을 모두 어겼다. 한 번 어긋나기 시작하자 가차없이 무너져 내리는 시간의 푸른 죽음 앞에서 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울었다. 어긋난 시간 저쪽에 너는 서 있었고 그건 모두 나의 잘못이었다.

과거는, 가끔 그렇게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만 남겨두곤 해. 이를테면 풍경같은 것. 사람은 사라지고 풍경만 남는 거야.
......

소원 같은 건, 어른이 되면서 모두 버렸어.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 그건 너무 깊은 상실을 가져다준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처음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던 것들은 언제가 나를 스쳐 지나가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황경신, 모두에게 해피엔딩, pp.31-32]

 



 

 

 

 

 

 

 

 

 

[2004.10.03]

지난 달 초, 어느 날 저녁 무렵의 노을과 달, 그리고 다음 날의 동트는 모습을 담았던 사진들을 정리했다.



 

 

 

 

 

 

 

 

 

한가위가 지나버리고, 이젠 제법 쌀쌀한 기운이 살갗을 매만진다. 해마다 이쯤이면 알지 못할 미열에 시달리곤 한다. 또 한해를 정리하게 되는 계절이 섬뜩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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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0-0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시네요. 님이 담은 가을 풍경 좋기도 하고, 고즈넉하기도 하네요. 예. 정말 그러네요. 곧 한 해를 정리해야 하는 계절이 오겠군요. 마지막까지 좋은 결실 있으시길...^^

superfrog 2004-10-03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한해를 정리하게 되는 계절이 섬뜩하기만 하다...
애써 잊고 있었는데.. 님이 상기시켜서.. 흠흠..
여흔님, 오랫만에 뵈어요. 반갑습니다, 잘지내신거죠? 동트는 풍경이 왠지 모르게 못내 가슴아파옵니다..

 




이런 날에,
난,
당신의 숨소리 오시는 듯
가만히, 멍하니.

사랑해
가만히
멍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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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9-2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Laika 2004-09-2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만히 멍하니 여흔님의 비오는 창가를 바라봅니다...

비로그인 2004-09-2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흔 님의 창가에 가을비가 내리는군요...
 


창을 사랑하며 | pp.111-113

「창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서 좋다
......

창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간
창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르고 ... 김현승 | 창」


버스나 기차를 탔을 때, 어쩌다 창가에 앉게 되면 여행이 더욱 즐거워진다. 차창으로 보이는 산, 들, 강, 집, 사란들 모두가 새롭고 반갑고 정답다. 살았 있는 사람만이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즐거워할 수 있음도 더욱 새롭게 느껴본다. ... 오늘은 창가에서 한장의 엽서를 쓴다.


2004. 09. 01 15:00

올해 초,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팔고 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처음엔 요금도 몰라 기사에게 눈총도 받고, 덜컹거리고, 기다림에 익숙치 않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등하교 시간의 버스는 그야말로 만원이었지만 지금의 시골버스는 몇 되지도 않는 좌석이 채 차지도 않을 뿐더러 승객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책도 읽고 수첩도 긁적이고 버스에 올라 창가에 앉아 먼 산을, 먼 하늘을 바라보며 지나는 바람에 살결을 적셔본다.
가을날의 창밖, 어쩜 저리도 고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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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4-09-0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날의 창밖, 어쩜 저리도 고울까.
가슴이 저려오느것 같은데요.

Laika 2004-09-0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일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서울의 길은 다 건물들만 보여서....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의 창이 그립네요...^^

잉크냄새 2004-09-01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창밖으로 내다본 풍경중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섬진강변을 따라 달리던 시끌벅적한 시골 버스에서 바라보던 늦겨울의 섬진강변과
청량리발 강릉행 야간열차를 타고 지나던 태백 부근의 탄광촌에서 눈덩이를 던지며 따라오던 산골소년들의 모습입니다.^^

프레이야 2004-09-0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차창 밖 바라보기를 좋아해요. 아직 한낮엔 덥지만 가을하늘이 안겨드는 걸 뿌리칠 수 없어요.^^

2004-09-06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7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