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를 무척 좋아한다. 이책을 읽은 후 책을 바라보는 안목도 접하는 책들의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비슷한 류의 장정일의 <독서 일기>는 너무 싫어한다. 이책들을 읽고난 이후 난 장정일의 책은 절대 안 읽는다. 그 이유는 김현의 글에는 문학에 대한 그리고 그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행간에 묻어 나온다. 하지만 10여년 전 그당시 장정일의 글에는 애정은 커녕 나는 이만큼 잘 아는데 애들은 뭘 몰라서 이러구 있는 거야 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나만의 느낌이었고 그가 지금쯤은 나이도 먹고 연륜도 쌓여 훌륭한 글들을 남기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에 대한 내 감상은 바뀌지 않는다.

어제부터 몇몇 글을 읽고 마음이 불편했다. 또 내가 그에 대한 글을 쓰면서 발을 담근 걸 후회한다. 어쩌면 다들 그냥 넘기고 말 해프닝이 큰 이슈가 돼 버린 느낌이다.

먼저 문제제기를 하신 분들의 가장 큰 이슈는 중복 리뷰의 문제가 아니다. 중목 리뷰를 통한 인터넷 공간에서, 특히 서점이란 공간에서 정보와 서점의 당근을 독점하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고 책이라는 신성한 대상마저도 '자본'의 논리가 판치게 되는 현실을 개탄하는 외침이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땐 칼을 잘못 겨누었다. 님들께서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독점을 비판하시기에 이쪽 동네는 그게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님들께서 비유하신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이나 여타 문제들도 산적해 있는 우리 현실에서 너무 낮은 체급에서 승부를 벌이시는 느낌이다. 사회의 모순과 자본과 권력의 독점에 의한 횡포를 비판하시기 위해선 문제의 본질을 먼저 보셨으면 한다. 님들께서 야유하시는 몇푼의 상금이나 땡스투를 위해 여기 리뷰를 쓰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잘못인가? 그게 문제라면 그런 식으로 시장을 조성하는 서점들이나 출판사들에 먼저 책임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15년전쯤 학교 앞에서 집회가 열리고 공방전이 벌어지면 학생들과 전경들이 사로 무슨 원수진 사람들 같아 보였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이나 집회에 참가한 이들의 싸움 대상은 애꿎은 전경들이 아니라 그들을 방패막이로 쓰는 권력이 아니었을까?

부디 님들도 사회의 정의와 권력에 독점에 저항하고 싶으시다면 논리도 약하고 땡스투 몇십원 몇백원에 연연하는 힘없는 서민들이 아니라 그러한 체제와 시스템을 만드는 자본을 먼저 비판해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비판을 위해서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우선해야 할 것은 시퍼렇게 날이 선 논리가 아니라 우리가 땅을 딛고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굳이 성경 말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당신과 유사한 취미를 가진 또래에 대한 애정조차 없는데 어떻게 이 땅에 정의가 흘러 넘치게 할 수 있을까?

처음 님들의 글을 읽으며 나도 내게 뭐 잘못한게 있진 않나 하고 많이 고민했었다. 그래서 님들께서 가이드하신대로 리뷰의 글머리에 "이글은 제가 어느 서점에서 산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아니면 "이글은 제가 어느 서점의 이벤트중 해당 출판사에서 공짜로 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하고 명시할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 구매 패턴을 돌아보니 난 누구의 리뷰를 보고 책을 사는 일은 거의 없다. 여기저기 뒤저기다가 맘에 드는 책을 선택한다. 그리고 땡스투를 할경우엔-이것도 님들이 비판을 하신다면 달게 듣겠다.- 리뷰가 아니라 그분들의 페이퍼 등을 통해 가슴 따스한 맘이 있다고 판단되는 분의 글이 있으면 꾹 누르고 만다.

그럼 내가 받는 돈은 어떡하냐고? 사실 공돈이란 생각에 욕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난 나름 열심히 일하는 회사원이라 집사람의 눈치를 받지만 담배도 안피우고 요즘은 후배들 술사주던 돈 조금 줄여서 책을 산다. 난 글솜씨가 없어 이주의 리뷰 어디에서건 한번도 뽑혀본 적 없고 달인도 초창기 신기해서 서재 들락거리며 3번쯤 뽑힌 것 말고는 내가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 어디에도 받아본 적이 없다. 땡스투가 얼마나 되는지 찾아봤더니 내가 준 것이건 받은 것이건 다 합해서 3만원쯤 된다. 집사람 표현으론 내가 알라딘에  Yes24에 퍼 부은 돈에 비하면 아직은 새발에 피다. 혹시 내가 받은 땡스투가 이땅의 문화시장을 자본화로 더럽혔고 내가 이바닥의 권력을 누렸다면 얘기하시라. 여러분께 비판받았던 고위 공직자들처럼 나도 이걸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니. 어렵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은 도움을 줄 기금이나 지역 도서관운동 하시는 분들 후원할 방법을 찾고 있었으니. 혹시 아시는데 있으시면 연락을 주시라.

그리고 사실 난 허접 리뷰로 서재의 달인이 돼서 상금을 타시는 분들에 대해서도 관대하게 생각하고 산다. 기껏해야 1주일에 5천원이다. 그거 모아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바닥에서 책사고 CD 사는 정도일 것이다. 그것도 몇주를 모아서. 이곳엔 학생들이라 부모님께서 주시는 용돈 아끼고 모아서 책을 사는 이들도 많을 듯해서 그런 형편의 학생들이 부자인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장학금 받는 걸로 생각해서다.

마지막으로 혹시 기회가 돼서 내가 사는 수원 주변을 저녁에 지나칠 일이 있으시면 연락하시라. 방명록이나 댓글에 연락처 남기셔서 인연이 되면 소주 한병과 삼겹살 1인분은 대접할 용의가 있다. 물론 땡스투로 치부한 돈이 아니라 내가 피땀흘려 받은 월급에서 나온 돈으로.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이땅의 정의를 위해 열띤 토론도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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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1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정치인과의 비교는 너무했어요.

marine 2007-01-13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허접 리뷰 올려서 서재의 달인 5천원 타신 거 관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딱 님의 생각처럼요 그런데 이상한 건 알라딘에서 이런 리뷰나 ttb 리뷰어들이 적립금 받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민감하게 반응하시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그런 것에 민감하다면 중복리뷰 역시 민감해야 할 사안 같은데 둘의 태도가 틀리니 좀 의아합니다

마늘빵 2007-01-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갑자기 수원가고 싶어지는데요. ^^

키노 2007-01-13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두 수원 자주 가는데.. ^^;;

antitheme 2007-01-1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단 평일에 오시는 분들에 한해섭니다. 주말엔 가급적 가족들에게 올인합니다.

이리스 2007-01-1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저는 삼겹살 2인분요.. ㅠ.ㅜ

antitheme 2007-01-1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까지 오시면 싼집있습니다. 1인분에 만족하시는 분들은 그나마 조금 분위기 있는 곳 2인분 이상 필요하신 분들은 분위기는 포기하고 가격으로 승부하는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런 말나온 김에 이 광풍이 가시고 나면 번개나 해서 서로 발전적인 방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네요.
한달에 소주 5병 삼겹살 10인분 내에서는 제가 물쓰듯이 쓰겠습니다. 물론 멤버는 다섯분이상 모이신다는 조건에서..그이상 쓰면 저 책 못 사 봅니다.

마늘빵 2007-01-1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평일에 시간 많습니다. 므흣. 한번 벙개 모임을 하고 님께서는 노래방을 쏘심이 어떨지요. 오프모임 나간지도 오래됐다. 지금껏 한 10분 정도 봤는데. 개인적으로든, 단체로든.

마늘빵 2007-01-1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잠잠해지면 벙개공지 하십시오. 무조건 나가겠습니다. 이번주 목욜 빼고.

마태우스 2007-01-13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글 읽으니 수원가고 싶어지네요. 하지만 저 역시 삼겹살 2인분은 먹어야 간에 기별이 갑니다. 땡스투 한 것까지 다 동원하셔서 2인분 사주세요!

딸기 2007-01-1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너무 훌륭한 글입니다!

antitheme 2007-01-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 2인분 가능합니다. 빨리 참석 여부를 알려주세요.
딸기님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