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전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범죄 시사물을 잘 봐왔습니다. 요즘에는 프로파일링 관련 프로그램이 많더군요. [버터] 이 소설도 일본에서 있었던 '꽃뱀 살인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추리소설입니다. 2009년도에 발생했던 살인 사건 피의자 기지마 가나에는 30대 여성이었습니다. 이 여성의 연쇄 살인 사건이 보도되면서 사람들은 그녀의 외모에 놀라움을 표합니다. 우리가 아는 꽃뱀의 전형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살인 사건의 본질보다는 그녀의 외모와 정조관념을 비하하기에 이릅니다. 피해자 남성들은 기지마 가나에에게 적게는 3천만원 많게는 7억 원의 돈을 주었다고 합니다.


기지마 가나에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대중은 왜 그녀의 죄보다 외모에 더 관심을 가지고 비하했을까요? 저는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사회문제에 관심이 꽤 많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기지마 가나에는 남성들을 조종할 수 있었을까?


 소설 속으로

주간지 기자 마치다 리카는 일명 꽃뱀 살인 사건의 피의자 가지이 마나코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가지이 마나코는 엄청나게 잘 먹겠지. 뚱보잖아. 그런 뚱보가 용케 결혼 사기를 쳤네. 역시 요리를 잘해서 그런가?"

18쪽

무심코 내뱉는 여성 혐오 발언에 리카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가지이 마나코의 수법이라기보다 그 사건을 낳은 사회적 배경.... 사건 전체에 강한 여성 혐오 분위기가 떠도는 것 같아. 피해자도 가지이 마나코도 관련된 남자들도, 모두 여자를 증오하는 느낌이야." 19쪽


가지이 마나코에게 하나같이 의존했던 피해자들 하지만 그들은 생전 주변인들에게 가지이 마나코를 경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증언합니다. 마치다 리카는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가지이 마나코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게 되죠. 요리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의 레시피에 관심을 가지는 것! 친구 레이코의 조언 덕분에 리카는 가지이와의 면담에 성공합니다. 그녀와의 단독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그렇게 시작된 가지이의 가스라이팅... 뚱뚱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가지이 마나코! 자신의 체형을 숭배에 가깝게 바라보며 욕망에 충실했던 그녀를 보며 리카는 자신도 모르게 가지이에게 동요하게 됩니다. 


소설에서는 세 명의 중심인물이 나옵니다. 살인자 가지이 마나코 그녀는 자신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페미니스트와 마가린을 말이죠. 마치다 리카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결국 홀로 노년을 맞이할 거라며 자신의 미래를 예상합니다. 리카의 절친이자 현모양처인 레이코는 시험관 시술 문제로 남편과 갈등중입니다.


세 사람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혼 후 고독사한 그리고 3일이나 지나 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한 리카, 외향적인 어머니와는 사이가 서먹했지만 어버지와는 사이가 좋았던 가지이, 자유분방한 성의식 때문에 맞바람을 폈던 부모를 둔 레이코... 이 세 사람의 아픔은 가지이 마나코에 의해 의미심장하게 연결되고 세 여성이 바라보는 가정의 의미와 여성의 의미에 대해 유즈키 아사코는 각각의 다른 관점을 들려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에는 가지이의 최대 무기였던 요리가 등장하죠. 가지이가 이용한 요리와 리카가 만든 요리도 이 소설을 재밌게 읽는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본 게시물은 출판사의 지원도서로 작성 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1세기를 사는 저는 20세기의 사건이 흥미롭고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900년대부터 1999년이라는 이 100년의 시간이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화를 맞이한 시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의 운명을 신이 쥐여준 것이라고 본 세계관에서 신이 천국과 지옥을 결정한다는 신 중심관에서 인간의 이성을 중요시 여겼던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20세기에 벌어진 세계 1, 2차 대전은 인류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이끌었지요. 그 흐름들 중 예술인들의 생애. 시대적 아픔 그리고 작품을 다룬 이 책은 조성진 작가의 필력 덕분인지 순식간에 뚝딱 읽어버린 어떤 마력이 있는 듯했습니다.

사실 배경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책을 읽으면 꽤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만 그랬던 걸까요? 저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아티스트, 뮤지션, 화가, 건축가, 영화감독, 발레리나, 사진작가,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등 총 33인이 등장하는데요. 대부분은 제가 처음 접한 인물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마치 할머니한테 우리 마을에 있었던 어떤 전설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화가셨던 나혜석의 삶에 대해서 더 알아서 좋았고, 박남순이라는 최초의 여성 영화 감독의 삶을 통해 그녀가 살았던 한국 사회와 오늘날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를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의미 있었어요. 

스페인의 유명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마지막이 노숙 차림에 전차에 치여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다가 3일 후 사망했다는 사실도 이 글을 통해 알았답니다. 피카소는 부자들의 후원을 받고 건축을 했던 가우디를 무척 비판했다고 해요. 흠... 자기나 잘하지... 참고로 피카소는 여성 편력이 심했다고 해요. 아무튼 가우디의 마지막 모습은 노숙자 차림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사람 됨됨이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특히 그 사람이 살아온 행동의 흔적들은 그의 삶을 대변해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인물이 또 있습니다. 흔히 건축가 하면 남자가 먼저 떠오르는데 우리나라 DDP 건축을 설계한 자하 하디드의 이야기였어요. 그녀는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의 여성 건축가입니다. 그녀의 건축에는 곡선미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데, 마치 그녀가 살았던 사막 지형이 바람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듯 자연의 신비로움을 건축에 그대로 이입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저는 실제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서 우와~~~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또 한번 감탄사를 자아냈지요.

여성 편력이 심했던 피카소, 로댕, 클림트, 디에고 리베라 그들은 여성 편력보다 그들 각자가 일궈낸 예술의 위대함으로 우리들에게 익히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어떤가요? 여성들은 남성들처럼 그런 위치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건지 의문을 자아내게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이 있고, 실수를 하지만 그 욕망과 실수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폄하되거나 조롱당하거나 심지어는 생명의 위협을 받기까지 합니다. 

반면 마르크 샤갈은 따뜻한 감수성과 사랑의 감정으로 사랑하는 연인과의 즐거웠던 생활을 그림에 담아내기도 했지요.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듯합니다. 연인과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좋으면 붕 떠 있는 그림을 그렸을까요? 이런 예술가가 있는 반면 아내의 예술적 재능을 깎아내린 예술가도 있더군요. 바로 에드워드 호퍼입니다.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보모로 살다가 죽었는데, 사후 한 젊은이에 의해 그의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지요. 우리들에게 절규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는 예술가 중 드물게 유명세와 부를 얻었지만 어릴 적 가족들의 죽음을 목격한 경험 때문에 끝없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질 못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포 때문에 그는 유명한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이처럼 저는 재밌게 읽어서 주변 지인분들께 권하고 있는 책입니다. 책이란 것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어 추천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예술인들의 삶에 관심이 많은 분이시라면 추천드립니다. 이 책 정말 재밌어요^^


본 게시물은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전 재밌게 읽었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름이 법이 될 때 - 법이 되어 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변론
정혜진 지음 / 동녘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김용균, 태완이, 구하라, 민식이, 임세원, 사랑이, 김관홍, 그리고 그들과 연결된 모두의 이름에서 발견한 '닮음'이 어떻게 법과 문화와 언어를 바꿔나가는지를 담고 있다. 11쪽


추천인의 글 귀 한 구절입니다. 이 문장이 계속 제 머릿속을 맴돕니다. 하나의 법이 탄생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항이 있었을지, 얼마나 인내하며 긴 세월 싸웠을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법의 보호를 당연히 받아야 하는 이들과 법이라는 이름을 악용하는 이들의 사례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법' 그것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 정혜진 변호사는 기자로 활동하다가 변호사가 되었고, 우리 사회의 이름법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하며, 자문을 얻으며서 책 한 권을 냈습니다. [이름이 법이 될 때]바로 이 책이지요. 저도 언론을 통해 위에서 언급된 7인의 이름은 익히 알고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들 법이 무엇인지, 어디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정되었는지, 그 과정은 적법하였는지, 법 제정에 따른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 등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상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김용균법

IMF 이후 우리의 노동 시장은 비정규직 혹은 하청 근로자가 엄청나게 생성되었고, 그들은 늘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일해 왔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일상처럼 먼지처럼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고, 잊혀져갔습니다. 우리 시대의 젊은 청년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저도 군대간 아들이 있는 엄마라 앞날이 창창했을 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원의 시간 속에 살다 태완이법

처음 태완이 사건을 접했을 때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그 어린아이가 고통 속에서 숨을 거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마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신 분들이 많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 안타까웠던 사실은 태완이 부모님이 16년간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이 기각으로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관련자들은 여론의 몰매를 맞게 되고, 그제서야 태완이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태완이를 위해 노력했던 이 법이 정작 태완이는 혜택 받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16년 그 긴 세월 법 제정을 위해 달려왔을 태완이 어머님의 그 허탈함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요? 


부모의 자격, 상속의 자격 구하라법

이 부분을 읽으면서 법이 참 야속하고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을 낳기만 하면 부모인가? 부양의 의무도 책임도 지지 않은 이가 자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돈부터 챙겨가는 비정한 부모들을 법이 앞장서서 보상해주는 꼴이라니... 


어린이가 어른이 되려면 민식이법

민식이법은 처음 여론의 힘을 입어 크게 방향을 불러일으키다가 가해자가 규정 속도로 달렸다는 CCTV가 공개되면서 여론의 몰매를 맞은 법입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을 터인데 여론의 비난까지 받아야 했을 민식이 부모님의 심정은 오죽했을까요? 법이 과하다 악용의 소지가 있다. 이 책을 읽어보심 법 제정에서 국회의 안일한 태도를 보실 수 있어요. 단순히 민식이 부모님을 비난할 일도 아닐뿐더러 우리 사회는 약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의식 또한 가져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신생아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다들 걱정하면서 아이들의 생명보다 어른들의 편의가 왜 더 우위여야 하나요? 우리의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지 않게 임세원법

강북 성모병원 정신과 의사였던 임세원씨는 정신질환자의 손에 목숨을 잃습니다. 그 죽음이 억울해서 엄중한 법 처벌을 요구해도 모자랄 판에 임세원 유족의 입장 발표는 이러합니다.


"우리 가족의 자랑이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이 지켜지고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150쪽


유족의 심정이 어떠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 그들은 오히려 '아픈 이'들을 걱정했던 유족들... 이런 가족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태어났기에 당연한 것 사랑이법

저는 사랑이 아버지의 방송을 직접 보았습니다. 미혼부가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 그러면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 강인한 부성애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었습니다. 그는 방송 이후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고 딸을 출생 신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어려움에 놓인 미혼부를 돕기 위한 활동을 하고있다고 합니다.


의로움에 대하여 김관홍법

7명의 이름법 중 가장 가슴 아프면서도 분했던 이름이었습니다. 의로운 일을 했다는 대가가 고작 비난과 조롱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거 일제 강점기부터 불의를 보고 저항하는 이들은 늘 죽임을 당하거나 누명을 쓰거나 했었지요. 국가가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 그래서 민간인 잠수부들이 앞장서서 솔선수범 한 일을 이제 와서 그 책임을 묻고 따지는 행위에서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이 생각났습니다. 김관홍씨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고인이 되셨습니다. 승선자 476명 중 구조된 172명을 제외한 304명을 구조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민간 잠수부들... 물에 잠겨 있는 시체를 단 한구라도 찾아내려 애쓴 사람들... 하지만 국가는 그들에게 엄청나게 가혹했고 냉정했으며, 나 몰라라 했습니다. 그 점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위 이름법이 시행되고 있거나 예정이거나 누더기가 되어 제정이 되었거나 그렇더군요.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법'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물음을 던져보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이 법을 만들기 위해 피해자 가족분들이 감당해야만 했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법 제정을 위해 피해자 가족분들 및 관련자분들께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들 이 책을 읽어 보셨음 좋겠습니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의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최수현 낭독 / 오티움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가 된 최초의 한국인 정신과 의사 이유진! 그녀가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의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좋은 삶과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좋은 삶'과 '죽음' 여러분들은 '좋은 삶'은 그렇다 치더라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직업상 그녀는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을 늘 보살피는 생활을 합니다. 삶과 죽음이 불가분의 관계이다 보니 그녀가 임종을 목전에 둔 그들과의 관계에서 깨달은 경험의 공유는 우리에게 값진 앎을 안겨준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갑작스러운 죽음 혹은 죽음이 임박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어디에 삶의 의미를 두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며 누구를 만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누구에게 연락해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 하며 남은 가족들을 위해 어떤 것들을 정리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 환자의 가족들 역시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환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표정과 말투로 대해야 할지,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나의 슬픔은 어떻게 다스릴지 모든 것이 어렵다. ... 죽어가는 과정도 삶의 일부다. 24쪽

사망 선고를 받은 이들의 삶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그녀가 만났던 수많은 환자들 중 일부 자살 충동을 이기지 못하거나 직접 실행에 옮긴 이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까?라는 생각에서부터 환자의 고통을 끝까지 외면한 채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는 것 역시 옳은 생각일까?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진정 환자를 돕기 위해 고뇌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논의도 제법 많은 지분을 할애해서 이야기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죽음 자체보다는 병이 들었을 경우 그 고통과 가족이 부담 가져야 할 트라우마 그리고 경제적 부담이 가장 힘든 점으로 다가옵니다.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는 아직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고통 그리고 남아 있을 가족들이 혹여나 짊어질지 모르는 그 고통이 너무나 두렵습니다.

저희 외할머니께서도 오랜 기간 요양원에서 사시다가 돌아가셨어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셨고, 당뇨병과 치매 외 합병증으로 오랜 시간 고통받으시며 돌아가셨지요. 저는 그 모습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습니다.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서 생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이유진 저자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책에서 다룹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의 삶마저 가치가 없는 것일까? 이미 죽을 목숨이기 때문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것이 그것이 옳은 것일까? 

외할머니 입종을 맞이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외할머니의 임종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떠나는 이와 남은 이가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됩니다. 

주변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으신 분이 계신다면 그리고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가독성도 좋고 좋은 삶과 죽음에 대해 입체적으로 생각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 나는 정신과 의사로 10년이 넘는 삶을 살면서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지 고민하고 배웠다. 25쪽

▶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나를 세상 밖으로 내어놓아야 한다. 그려내고 표현하며 행동해야 한다. 34쪽

▶ 현재에 집중하는 평범한 일상에는 더 많은 고민과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평범한 일상이란 밋밋하고 지루한 삶이 아니다. 지금 내가 맡은 일을 언제나처럼 충실히 하고 건강과 안녕을 돌보며 내 곁의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면서 사는 삶이다. 72쪽

▶ 꿈을 내려놓았지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는 꿈을 품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꿈꾸는 자가 월터에게 알려준 삶의 '본질'을 떠올려 본다. ... 행복은 내 안에 있고 나다움 속에 있다는 것을. 73쪽

▶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소설을 통해 죽음의 실체는 우리를 파괴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 즉 언제든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마음으로 깨닫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제대로 된 삶을 살도록 이끈다고 했다. 이것은 죽음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깨달음의 순간'이다. 죽음의 공포를 통해 내게 주어진 현재를 잘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주어지는 것이다. 184쪽

▶ 당신은 병보다 더 큰 존재이고 당신의 삶은 당신이 앓고 있는 병보다 훨씬 넓고 깊다. ... 남들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삶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당신의 삶이다. 268쪽


이 도서는 다산북스 오티움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