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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최수현 낭독 / 오티움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가 된 최초의 한국인 정신과 의사 이유진! 그녀가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의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좋은 삶과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좋은 삶'과 '죽음' 여러분들은 '좋은 삶'은 그렇다 치더라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직업상 그녀는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을 늘 보살피는 생활을 합니다. 삶과 죽음이 불가분의 관계이다 보니 그녀가 임종을 목전에 둔 그들과의 관계에서 깨달은 경험의 공유는 우리에게 값진 앎을 안겨준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갑작스러운 죽음 혹은 죽음이 임박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어디에 삶의 의미를 두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며 누구를 만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누구에게 연락해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 하며 남은 가족들을 위해 어떤 것들을 정리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 환자의 가족들 역시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환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표정과 말투로 대해야 할지,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나의 슬픔은 어떻게 다스릴지 모든 것이 어렵다. ... 죽어가는 과정도 삶의 일부다. 24쪽
사망 선고를 받은 이들의 삶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그녀가 만났던 수많은 환자들 중 일부 자살 충동을 이기지 못하거나 직접 실행에 옮긴 이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까?라는 생각에서부터 환자의 고통을 끝까지 외면한 채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는 것 역시 옳은 생각일까?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진정 환자를 돕기 위해 고뇌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논의도 제법 많은 지분을 할애해서 이야기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죽음 자체보다는 병이 들었을 경우 그 고통과 가족이 부담 가져야 할 트라우마 그리고 경제적 부담이 가장 힘든 점으로 다가옵니다.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는 아직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고통 그리고 남아 있을 가족들이 혹여나 짊어질지 모르는 그 고통이 너무나 두렵습니다.
저희 외할머니께서도 오랜 기간 요양원에서 사시다가 돌아가셨어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셨고, 당뇨병과 치매 외 합병증으로 오랜 시간 고통받으시며 돌아가셨지요. 저는 그 모습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습니다.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서 생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이유진 저자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책에서 다룹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의 삶마저 가치가 없는 것일까? 이미 죽을 목숨이기 때문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것이 그것이 옳은 것일까?
외할머니 입종을 맞이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외할머니의 임종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떠나는 이와 남은 이가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됩니다.
주변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으신 분이 계신다면 그리고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가독성도 좋고 좋은 삶과 죽음에 대해 입체적으로 생각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 나는 정신과 의사로 10년이 넘는 삶을 살면서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지 고민하고 배웠다. 25쪽
▶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나를 세상 밖으로 내어놓아야 한다. 그려내고 표현하며 행동해야 한다. 34쪽
▶ 현재에 집중하는 평범한 일상에는 더 많은 고민과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평범한 일상이란 밋밋하고 지루한 삶이 아니다. 지금 내가 맡은 일을 언제나처럼 충실히 하고 건강과 안녕을 돌보며 내 곁의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면서 사는 삶이다. 72쪽
▶ 꿈을 내려놓았지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는 꿈을 품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꿈꾸는 자가 월터에게 알려준 삶의 '본질'을 떠올려 본다. ... 행복은 내 안에 있고 나다움 속에 있다는 것을. 73쪽
▶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소설을 통해 죽음의 실체는 우리를 파괴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 즉 언제든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마음으로 깨닫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제대로 된 삶을 살도록 이끈다고 했다. 이것은 죽음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깨달음의 순간'이다. 죽음의 공포를 통해 내게 주어진 현재를 잘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주어지는 것이다. 184쪽
▶ 당신은 병보다 더 큰 존재이고 당신의 삶은 당신이 앓고 있는 병보다 훨씬 넓고 깊다. ... 남들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삶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당신의 삶이다. 268쪽
이 도서는 다산북스 오티움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