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채석장 시리즈
필립 라쿠-라바르트.장-뤽 낭시 지음, 조만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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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채석장시리즈 5권 중 가장 최고의 난이도를 보여준 무대라는 작품은 두 석학 분들의 지성의 대화?를 편지로 주고받은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장-뤽 낭시의 경우 문학가이자 철학가이기도 한데, 무대에서는 두 사람의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또 그것이 무대를 비유로 들어 현상으로 볼 것이냐 탈 현상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논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면서 사유가 확장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두 석학의 대화를 이해하려면 그분들이 논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부터 하이데거의 현상학이나 예술 존재론 등 서양 철학 근간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를 해야 두 분 대화를 알아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요. 글자는 읽는데 당최 무슨 소린지 알듯 말듯 알 것 같다가도 갑자기 관념적인 이야기로 빠지니... 특히 라바르트의 경우 탈-현상화를 주장하시는 분이시다 보니 이분의 주장은 낭시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낭시의 경우는 현상을 설명하기에 그나마 노력을 기울이면 간간이? 그의 논지를 따라 흔적이라도 밟아 볼 수 있지만...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다가 엄청나게 커져버린 두 사람의 토론 그런데 편지의 내용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나는 두 사람의 우정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해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점잖게 논리적으로 설득해가는 과정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서로의 지식을 뽐내거나 상대방의 주장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건강하다고 칭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말 진지하게 끝까지 고민하고 고찰하고 설득하는 그 자세가 참으로 인상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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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극우주의의 양상 채석장 시리즈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이경진 옮김, 폴커 바이스 해제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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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극우주의의 양상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채석장 시리즈 5권 중 아카이브의 취향 다음으로 소화하기 무난? 했던 책이다. 유럽 사회에서 세계 1, 2차 대전은 자본주의와 계급(그 내부에는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이 낳은 부당함에 대한 이상적 사유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발생되었고, 이것이 공산주의 사회를 일으켰다. 하지만 공산주의(진정한 의미의 공산주의가 아니었으므로) 사회가 실패로 끝남으로써 유럽 사회는 좌우 진영 논리가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나치즘(혹은 파시즘으로 인한)이 일으킨 대량 학살에 대한 자기반성에 힘입어 후손들은 그와 같은 범죄를 반복해서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교육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럽의 기조가 약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일단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를 하였고, 아도르노는 정치적으로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는 파시즘 성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우려를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오늘날까지도 계급의식 내에서 계속해서 발견되는 가장 기이한 구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의의 의미에서 부르주아적인 계급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스스로를 이상주의자/관념론자로 여기는 반면, 노동자들, 예나 지금이나 다른 사람이 저지른 일의 뒷감당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역시 계속해서 저런 사람들(좌파 지식인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좌파 돈 많은 좌파)에게 모종의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겁니다.  

내가 제대로 이 책을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도르노는 이런 좌파 지식인에 대한 의구심 혹은 공격이 정치적 테크닉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이 말에 공감이 간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에 공감은 가는데 현실적으로 그 구분 기준점을 어디에서 어디까지 둘 것이냐는 점이다. 구체적인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해하기 더 좋겠지만, 아직 사건이 재판 중이기도 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아 이쯤에서 이 책을 이해한 것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사실 이 책은 상당히 깊은 사유를 요구한다. 단순히 수박 겉핥기 식 사유가 아닌 생각에 꼬리를 물게 하는 말 그대로 채석장 다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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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자본>에 대한 노트 + 아카이브 취향 + 정크스페이스|미래 도시 + 신극우주의의 양상 + 무대 - 전5권 채석장 시리즈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알렉산더 클루게 저자, 김수환.유운성 역자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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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의 취향 | 아를레트 파르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아를레트 파르주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를 주로 연구한 프랑스 역사학자로 파리 형사사건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여성, 빈민, 대중 행동 등의 주제를 연구해왔다. 책 소개에 언급된 문장인데, 이 문장이 책 내용을 단 한번에 설명해 주준다. 파르주는 보통 사람들 특히 파리 대중들의 형사사건을 통해 역사의 진실된 파편들을 수거하는 작업을 하는 인물이다. 그가 하는 작업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을 언급해 놓았는데, 역사를 연구한다는 것이 실로 엄청난 시간 여행이자 인내심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더 깨닫게 된다.


보통 우리가 아는 역사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나 사건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를레트 파르주가 관심을 가지거나 주목하는 사건들은 일반 대중들의 형사 사건들이다. 그들이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때로는 거짓으로 때로는 진실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 증언들이 역사를 재평가 해주는 아카이브가 된다.


아를레트 파르주는 말한다.


충돌은 역사가 생기는 장소다. 충돌한 뒤에 생겨난 것은 충돌하기 전에 있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충돌은 다른 곳에 길을 내고 새로운 '상태'를 창조하는 상처다. 그저 의례적인 충돌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사소하고 하찮은 충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중략) 나아가 충돌이 동력이 되는 역사를 써내는 것이다. 60쪽

그의 아카이브에 대한 사랑과 신념 뚜렷한 주관은 그의 철학을 보는 듯하다. 아카이브는 커다란 역사의 흐름이면서 마치 현미경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런 작은 파편들에서 진실을 찾아내고 가려내는 작업을 하는 그가 새삼 위대해 보인다. 그리고 그가 프랑스 역사학자라는 사실이 새삼 부럽기도 하다. 채석장 시리즈 중 『아카이브의 취향』이 가장 가독성이 좋았다. 작가의 생각도 좋았다. 여러분들도 꼭 한번 읽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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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대한 노트 채석장 시리즈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알렉산더 클루게 저자, 김수환.유운성 역자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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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본에 대한 노트 |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펴냄)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영화를 보았다. 대략 20분 좀 넘는 짧은 영화라고 하기에는 영상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걸까? 에이젠슈테인은 소련의 영화감독이자 영화이론가 출신이라고 한다. 혁명이 터졌을 때 가담을 한 인물이라고도 한다. 그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영화로 만드는 게획을 세웠는데, 이 프로젝트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고 한다.

책 서문을 쓴 옥사나 불가코바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자신을 매혹했던 [율리시스]의 내적 독백을 사용해 영화로 만들어보겠다는 에이젠슈테인의 생각은, 요란한 농담이거나(스탈린이 바로 그렇게 반응했는데, 그는 에이젠슈테인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중략- 에이젠슈테인의 기획은 마르크스주의를 구현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7쪽


에이젠슈테인의 이 프로젝트를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문화비평가, 사회학자, 변호사 분야를 넘나드는 알렉산더 클루게가 흥미를 가지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게 이르렀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당시 박물관이었던 겨울궁전은 마치 영화 스튜디오의 소품 보관소처럼 보인다. 에이젠슈테인이 거기서 본 것은 거대한 백화점, 말하자면 '뮤어와 미릴리즈'였다. 그는 권력이 축적해온 물건들의 무의미함 속에서 권력의 악덕과 부조리함을 열어 보였다. 혁명이란 부조리한 세계로부터 불필요한 대상들을 해방시키는 일이다. 11쪽

 젊은 시절 마르크스는 급격한 산업의 발전과 그 속에서의 빈곤을 보면서 과연 자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본론]이라는 책을 집필하기에 이르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우선적으로 읽어봐야 하는 책이 바로 자본론이다. 자본주의는 서양의 봉건주의가 무너지자 절대왕정 시대가 도래하면서 입헌제와 돈과 돈으로 명예나 권력을 산 상인들이 점점 의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점점 그 힘의 영역을 넓혀가게 된다. 


마르크스는 잉여물이 공장에 산처럼 쌓여있으면서도 사람들이 거리에서 굶주려 결국 죽음으로 내몰리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고, 에이젠슈테인도 '겨울 궁전'을 보면서 아마 이런 부분에서 공감이 갔기에 혁명에 가담하고 저와 같은 표현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혁명이 일어났던 나라들 대체로 대륙이 넓었던 것을 고려했을 때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으면 하는 마음과...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게 된다.


이로써 채석장시리즈 마지막 책까지 마무리를 했다. 어려운 책이었지만, 나름 보람도 있고, 출판사에서도 이런 책들을 출판해 주신 것에 대해 그 노고와 정성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인기 많은 책보다는 이런 양서에 관심을 기울이는 문학과 지성사 딱 출판사 이름에 걸맞은 시리즈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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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스페이스 | 미래 도시 채석장 시리즈
렘 콜하스.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임경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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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스페이스 | 렘 콜하스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 렘 콜하스는 저널리스트이자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가 영국 런던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정크스페이스』는 그의 이런 약력을 집약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건축 양식에 대해 현대 자본주의 민낯과 합리주의 그리고 편리함 이라는 이름으로 길들여지는 건물 내부의 무질서와 혼란을 알 수 있었다.

 

생태정크스페이스까지 확보한 현대 건축 양식은 건물 재료의 출발부터가 문제가 있음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또한 그의 글에서 마치 의식의 흐름을 읽는 듯한 착각도 들었었는데 그의 약력에서 살펴보았듯이 문학적 기풍이 스며들어 그리 느껴진 것임을 알게 됐다.

 

그는 네널란드 출신이며, 영국에서 수학한 인물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건축물도 변화를 이어왔고, 지금 역시도 그 변화의 물결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과거의 변화와 오늘날의 변화는 그 차이가 너무나도 명백하다. 이제는 더이상 개성을 갖춘 독특한 아름다움도 뛰어난 조각품도 화려한 벽화도 그 어떤 창의력도 없는 정크스페이스가 되어버린 시대...

 

그 시대가 바로 오늘날 건축 양식이다. 혁명을 통해 전쟁을 거쳐 우리는 새로운 해방을 맞이하였지만 그 해방은 이름없는 권력의 힘으로 다시 우리 앞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책 전반에 걸쳐 그가 말하고자 하는 명백한 의도를 파악하기엔 난해하였으며 내게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건축양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같은 시기에 전쟁을 경험한 그들과 우리... 하지만 건축 재료의 차이 때문인지 우리 문화재는 거진 폭탄이나 화재로 손실되고 그 곳에는 우후죽순 무질서한 건물들만 들어섰다.

 

옛날에는 팔도라는 이름으로 각 고장의 고유한 음식과 문화가 구분되어 내려져 왔었고, 각 지역마다 한옥 모양이 달랐으며, 지역마다 집 지붕의 모양과 재료도 달랐다. 하지만 서양의 문물이 급하게 들어서면서 우리의 것들이 조금씩 잠식 당해갔고 서서히 잊혀져 갔으며 현재는 유실되어 버렸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난 렘 콜하스의 저런 창의적인 건축 비평의 글이 프레드릭 제임슨이 평한 미학적인 그의 글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건축 양식을 비판할 수 있는 그 근거의 토대가 현재에도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비교 대상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이런 미학적인 새로운 글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정크스페이스』는 건축가 출신인 그가 마치 건축물을 쌓아 올리며 쓴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글이며, 공간적인 느낌이 드는 글이다. 짧은 글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뼈있는 말들이 함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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