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시 말들의 흐름 3
정지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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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 | 정지돈 (지음) | 시간의 흐름 (펴냄)


총 4분의 작가분들 중 가장 다가가기 어려웠던 작가분이였다. 일단 이분이 언급하시는 영화나 시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데다가 관심사도 다르다보니 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지돈 작가님도 책에 이렇게 언급하셨다.


그러므로 이 에세이는 가십이자 자서전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흐름이나 주제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출판사 지원 도서를 읽으면서 정말 좋은점이 있다. 정말 좋은 작가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사실 이분의 책은 이해가 안가서 동영상을 찾아 보았다. 와... 어쩜 사람이 책이랑 말이랑 완전 다를 수 있지? 인터뷰 내내 그가 보여주는 수줍음을 보며 나는 단박에 호감이 갔다. 내면이 맑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깊은 사람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좀 까칠한 사람이겠다는 인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 까칠함이란 소설가로서의 자기 가치관이 확고한? 자기 생각이 있는? 그런 인상을 받았다. 사실 말들의 흐름을 통해 나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좋은 작가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이 깊어질수록 진위 판단이나 가치 판단이 더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거나 이론적으로 뛰어난 작가들, 의심할 나위 없는 경지에 오른 작가나 평론가도 이러한 상황을 피해가지 못한다. 판단을 취향으로 미루는 것은 업무 유기다. 판단을 보류하는 것은 위선이거나 거짓이다. 비판을 절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글 속에서 은근한 방식으로 선과 악, 옮음과 그름을 대립시킨다. 55쪽

그는 저작권법에 대해서도 짧게 그 역사를 언급하고 있다. 


실제 저작권이 문제가 되는 건 작가와 작가 사이가 아니라 작가와 영화사 또는 출판사의 관계에서다. 카피라이트의 기원은 특정 출판업자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1557년 런던의 인쇄업자 길드인 '인쇄출판업자조합'에게 배타적 인쇄 독점권이 부여되었는데...(중략) 저자의 저작권이라기보다 인쇄출판업자조합의 독점을 깨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지식재산권의 시작부터 착취의 대상에 가까웠다.

사실 나는 몰랐다. 그의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아직도 모호하게 인지하고 있지만 대충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안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소신을 말한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마흔이 넘어가니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정지돈 작가를 주목하기로 했다. 매력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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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말들의 흐름 1
정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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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 정은 (지음) | 시간의 흐름 (펴냄)



정은 작가님의 에세이는 딱 반항아 이미지랄까? 아님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마이 웨이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작가라는 직업 예술을 하는 직열은 다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분의 남다른 담배와 커피 예찬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내게는 더 인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온 듯도 하다. 정은님의 인생 여정에서 가장 부러웠던 점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았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여행!!! 나도 20대 시절 머릿속으로는 많은 나라를 상상하며 떠나고 싶은 공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며 늘 타협했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자신이 꿈꾸고 생각하는 바를 실현시키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고 돈을 모았으며, 인간성은 또 얼마나 좋으신지 친구가 여행 다녀오라고 카드까지 빌려준다.(이런 인간관계가 가장 부러움 누가 친구 여행 가라고 자기 카드를 선 듯 내어주나,,, 그것도 돈이 많은 친구도 아니다.) 요즘 세상에 그런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옛말에 유유상종이라고 했는데... 정은 작가라는 인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대목이기도 했다. 


암튼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커피가 얼마나 평등한 음료인지를 품평? 한다. 그리고 커피를 예찬한다. 사실 나는 정은 작가가 사랑해 마지않는 커피와 담배 둘다 좋아하지 않는다. 커피는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사약 들이키듯 마시는 음료이고... 담배는 ... 냄새조차 혐오해 남편은 늘 아파트 공터에서 전자 담배를 피우고 집 오자마자 양치질을 한 후 방으로 들어온다. 그래도 냄새가 나서 나의 구박을 듣는다. 그렇게 잔소리를 들어가며 담배를 피우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정은 작가의 담배에 얽힌 에피소드를 듣고 보니 남편한테 구박하는 짓을 이젠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복분자를 두고 남편과 두세 시간을 대화하며 보내는 일이 잦아졌는데 남편이 나의 취미 생활을 존중해주듯 나도 남편의 취미 생활이나 그의 기호 식품을 존중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때마침 『커피와 담배』를 시의적절하게 읽은 이유도 있다. 이런 걸 두고 우연의 필연이라고 하나? 암튼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이런 글귀를 보았기 때문이다. 


한 개비의 담배가 매번 하나의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것은 매번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담배를 피우기 전과 나는 조금은 달라져 있다. (중략) 그것이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담배를 피우고 바뀌기를 선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담배는 누군가에게는 해로운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수많은 기회이다. 그것으로 만나게 된 사람, 그것으로 잃게 된 것들, 얻게 된 것들, 무엇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건 각자의 삶에서, 그동안 펼쳐진 삶과 앞으로 펼쳐질 총체적인 삶 안에서 결정된다.

지금까지 못 끊은 것을 앞으로 더 구박해서 얻는 것은 다툼뿐일 것이다. 어쩌다 핀잔은 주겠지만,,, 끊으라고 스트레스는 주지 않으려 한다. 작가의 말처럼... 인생이란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나도 동의하는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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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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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의 에세이에선 편안함이 다가왔다. 금정연 작가님 정지돈 작가님의 무게감 때문에 한정원 작가님의 글이 더 반갑게? 여겨졌는지도 모르겠다.(이렇게 적으면 세분 작가님 다 서운해하시려나?)) 아무튼 지금의 나로서는 이 책을 읽은 소감이 그러하다. 그리고 어릴 적 연애편지를 대필해서 써준 이야기라든지 과일 장수 아저씨와의 추억 이야기라든지 아픈 과거의 이야기라든지... 소소한 에피소드는 사건의 경과가 제법 나타났지만 꽤 진지한 아픈 경험은 구체적으로 언급해 놓지 않으셨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에 공감이 갔다. 이전과는 절대 같을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다는 그 말이...


한정원 작가는 에밀리 디킨슨과 이웃해서 살았다면 꽤 가까운 친구가 되었을 것이라 언급한다. 그녀와 시대도 성격도 격차가 있지만, 왠지 영혼의 몇몇 지점이 겹쳐진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아무런 노력 없이도 그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에밀리 디킨슨의 인생을 살짝 언급해 놓았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녀의 삶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참 관심도 많고 말도 많았던 것 같다. 솔직히 자기 삶 살기도 바쁜데 남 사는 거에 그리 관심이 많다는 게 신기하다. 아무튼 한정원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녀는 혼자 살고 싶어서 혼자 살았다. 바깥세상에 나가봤는데 별 마음을 끄는 게 없길래 은둔했고, 흰옷을 입은 자신이 가장 멋져 보이길래 흰옷만 입었다. 그것뿐이다. 

맞다. 사람들은 때로는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이면의 숨은 뜻을 파악하려고 하려 들 때가 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옷차림 등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그렇게 봐주면 좋을 텐데 말이지... 


한정원이 즐겨 있는 저녁용 시집이 있다고 한다. 릴케가 만년에 10년을 걸쳐 쓴 [두이노의 비가]라는 시인데 한 구절을 언급해 놓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세계란 우리들의 내면에 아니고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삶은 변용하며 떠나간다. 그리고 외부 세계는 시시로 초라하게 사라진다.


'변용'이라는 딱딱한 어휘에는 번역자의 주석이 달려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옮기는 것." 바로 저녁이 하는 일, 저녁에 벌어지는 일이다. 124쪽


사실 이 부분을 완전히 이해하는 건 아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애매하고... 뭔가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렇게 글로 남기고 싶어 언급해 보았다. 한정원의 글은 처음에는 가볍게 다가왔다가 책을 다 읽을 때쯤이 될수록 점점 내면으로 파고드는 그런 느낌과 인상을 받는다. 그의 문체는 편안함이었고, 그 속에서 뭔가 생각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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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영화 말들의 흐름 2
금정연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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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영화 | 금정연 (지음) | 시간의 흐름 (펴냄)





『담배와 영화』는 말 그대로 금정연 작가가 생각하는 담배와 영화에 관한 글이다. 그는 자신이 떠올린 생각의 조각조각들을 이어붙이듯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다. 그러다 작업해오던 모든 것들을 날려버렸고, 지금 내가 읽은 이 최종 결과물이 앞서 피땀?으로 작업한 것의 복사?품인 것이다. 그는 그 일로 눈물이 날 정도로 허망했다고 한다. 작가는 10년간 서평가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서평가는 다른 이의 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재단하는 글을 쓰는 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글에 대해 누군가가 서평을 쓴다면... 그 자신이 그런 대상이 된다면... 그 또한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이렇게 그는 그가 어떻게 글쟁이가 되어 10년의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담담하게 들려준다.


담배... 그가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들려 줄 말은 담배는 백해무익하다는 것이다. 그는 담배와 영화를 사랑한 남자였다. 그렇게 약간은 시니컬한 인생을 살다가 지금은 그의 분신인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그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이제 더 이상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어차피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될 터인데 왜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것일까? 옛말에 말리면 더 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한다. 담배를 사면 담뱃갑에는 흡연이 주는 결과를 경고하고 있고 이 사실을 알면서도 애연가들은 끝까지 자신의 신념? 을 굽히지 않는다. 마치 프로이트가 구강암으로 죽었던 것처럼...


영화를 사랑했던 그다. 그는 아비정전이나 화양연화를 언급하면서 영화 속 줄거리와 영화에 등장하는 담배에 대해 얘기한다. 솔직히 영화에 대해서는 그가 왜 잘 봐오던 영화를 어느 순간 보지 않게 되었는지는 아것 같으면서도 아리송한 결론에 다다른 게 사실이다. 솔직히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왜 이런 서술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인지도 집히는 바가 있지만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는 영화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상징주의의 문제들은 선명성과 날카로움을 다소 상실하고 있다. 특히 야콥슨이 지시한 언어학의 커다란 길들, 즉 은유와 환유 사이에서 현재로선 영화가 환유적인 길, 혹은 이런 표현이 좋다면 통합체적 길을 선택한 것 같기 때문이다. 


통합체는 기호들의 펼쳐지고 배열되고 현실화된 단편, 한 마디로 이야기의 조각인 것이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의 문학과는 반대로 영화는, 그것도 처음에 대중 영화로 자처하지 않은 영화까지도 이야기. 일화. 논거가 결코 없지 않은 그런 담론이다. 일화적인 것의 과장되고 풍자적인 범주인 '기상천외한 것' 조차도 매우 훌륭한 영화와 양립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무언가가 일어나며', 이런 사실은 당연히 내가 관계를 지니고 있다. '좋은 이야기'는 사실 구조적 표현을 쓰면 일련의 성공한 통합체적 배치이다.'


그는 최근에 한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 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그 영화는 청와대에 국민청원이 올라올 정도로 논란거리였으며 흥행에도 실패한 나랏말싸미라는 영화였다고 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한글 창제에 대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그가 감히 함부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대중들의 질타 덕분? 이었다. 이렇게 섬세한 기질을 가진 작가에게 조각조각 이야기를 나열하고 또 그것을 들려주는 작가에게 대중이 안겨준 성적표?는 너무나 처참했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나는 그가 이 책을 쓴 배경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참여한 영화 나랏말싸미에 대한 항변 또한 숨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 왕가위 감독은 즉흥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인물로 유명했고, 아비정전이나 화양연화는 스토리 면에서는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영화였다. 금정연은 왕가위를 만날 때마다 영화에 대해 물었고, 그는 늘 대답이 달랐다. 아무튼 이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왕가위의 영화는 성공했고, 그는 처참한 결과물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아무튼 왕가위 영화가 대중들에게 어필 된 지점은 무엇이었을까? 금정연은 이런 의문에서 『담배와 영화』라는 글을 썼을 거라 짐작해 본다.


그가 영화를 멀리하게 혹은 안 보게 된 이유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는 그가 말하는 선명성과 날카로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결론이다. 그의 글은 사유적이고 그의 세계관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아니 오히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집중할 수 있었다.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어떤 연결고리가 보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해 내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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