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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1세기를 사는 저는 20세기의 사건이 흥미롭고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900년대부터 1999년이라는 이 100년의 시간이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화를 맞이한 시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의 운명을 신이 쥐여준 것이라고 본 세계관에서 신이 천국과 지옥을 결정한다는 신 중심관에서 인간의 이성을 중요시 여겼던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20세기에 벌어진 세계 1, 2차 대전은 인류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이끌었지요. 그 흐름들 중 예술인들의 생애. 시대적 아픔 그리고 작품을 다룬 이 책은 조성진 작가의 필력 덕분인지 순식간에 뚝딱 읽어버린 어떤 마력이 있는 듯했습니다.
사실 배경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책을 읽으면 꽤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만 그랬던 걸까요? 저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아티스트, 뮤지션, 화가, 건축가, 영화감독, 발레리나, 사진작가,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등 총 33인이 등장하는데요. 대부분은 제가 처음 접한 인물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마치 할머니한테 우리 마을에 있었던 어떤 전설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화가셨던 나혜석의 삶에 대해서 더 알아서 좋았고, 박남순이라는 최초의 여성 영화 감독의 삶을 통해 그녀가 살았던 한국 사회와 오늘날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를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의미 있었어요.
스페인의 유명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마지막이 노숙 차림에 전차에 치여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다가 3일 후 사망했다는 사실도 이 글을 통해 알았답니다. 피카소는 부자들의 후원을 받고 건축을 했던 가우디를 무척 비판했다고 해요. 흠... 자기나 잘하지... 참고로 피카소는 여성 편력이 심했다고 해요. 아무튼 가우디의 마지막 모습은 노숙자 차림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사람 됨됨이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특히 그 사람이 살아온 행동의 흔적들은 그의 삶을 대변해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인물이 또 있습니다. 흔히 건축가 하면 남자가 먼저 떠오르는데 우리나라 DDP 건축을 설계한 자하 하디드의 이야기였어요. 그녀는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의 여성 건축가입니다. 그녀의 건축에는 곡선미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데, 마치 그녀가 살았던 사막 지형이 바람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듯 자연의 신비로움을 건축에 그대로 이입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저는 실제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서 우와~~~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또 한번 감탄사를 자아냈지요.
여성 편력이 심했던 피카소, 로댕, 클림트, 디에고 리베라 그들은 여성 편력보다 그들 각자가 일궈낸 예술의 위대함으로 우리들에게 익히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어떤가요? 여성들은 남성들처럼 그런 위치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건지 의문을 자아내게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이 있고, 실수를 하지만 그 욕망과 실수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폄하되거나 조롱당하거나 심지어는 생명의 위협을 받기까지 합니다.
반면 마르크 샤갈은 따뜻한 감수성과 사랑의 감정으로 사랑하는 연인과의 즐거웠던 생활을 그림에 담아내기도 했지요.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듯합니다. 연인과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좋으면 붕 떠 있는 그림을 그렸을까요? 이런 예술가가 있는 반면 아내의 예술적 재능을 깎아내린 예술가도 있더군요. 바로 에드워드 호퍼입니다.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보모로 살다가 죽었는데, 사후 한 젊은이에 의해 그의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지요. 우리들에게 절규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는 예술가 중 드물게 유명세와 부를 얻었지만 어릴 적 가족들의 죽음을 목격한 경험 때문에 끝없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질 못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포 때문에 그는 유명한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이처럼 저는 재밌게 읽어서 주변 지인분들께 권하고 있는 책입니다. 책이란 것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어 추천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예술인들의 삶에 관심이 많은 분이시라면 추천드립니다. 이 책 정말 재밌어요^^
본 게시물은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