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1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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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라질 출신 작가 바스콘셀로스는 자신의 불운한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자전적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그 소설이 바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예요. 오늘날까지도 이 소설이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이유는 아마 어린 소년이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사랑에 배고파 했고 외로웠던 소년 더불어 소년의 높은 지적 능력은 또래보다는 어른을 친구로 삼는 방편이 됩니다.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던 소년... 소년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속이 깊습니다. 한창 부모에게 떼쓰고 어리광 부릴 어린아이임에는 불구하고 말이죠.


부모의 가난, 아버지의 실직,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 돌봐야 할 자식들... 그들은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아갑니다. 크리스마스면 하늘의 아기 천사가 착한 일을 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고 철석같이 믿은 제제와 루이스... 하지만 그들에게만 하느님의 은총은 늘 비껴가는 듯합니다. 소년은 자신이 악마의 자식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은혜를 받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아니 하느님의 아기 천사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소년의 깊은 절망감이 소설을 다 읽은 후에도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책 첫 페이지를 보면 제제가 가장 믿고 의지했던 글로리아 누나는 24살에, 막냇동생 루이스는 20살에 스스로 삶을 포기합니다. 이처럼 인간이 한 인격체로 성장해 가는데 있어 환경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빈부격차가 심했던 브라질의 한 조그만 마을 이곳에서 어린 제제는 조숙한 소년으로 성장합니다. 말썽꾸러기에 장난이 심하지만 이는 아무도 소년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제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안타까운지 막냇동생 루이스를 잘 챙깁니다. 고작 6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인데 말이죠. 외로운 소년은 사물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 사물들과 놀이도 하고 마음속 이야기도 나눕니다. 


'밍기뉴' 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마을 뒤뜰에 볼품없이 서 있던 라임오렌지나무 그 나무의 이름입니다. 제제는 속상하거나 신나는 일이 있거나 하면 언제나 '밍기뉴'에게 제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이 부분이 참 마음이 아픈 부분이었어요. 가족 누구도 소년의 마음을 받아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글로리아 누나가 있었지만, 삶이 주는 무게 때문에 오롯이 제제에게 집중하기엔 그녀 역시 어린 소녀였습니다. 


제제의 욕설은 누구에게서 배운 것일까요? 가족들은 제제가 왜 그런 욕을 하는지 왜 말썽을 피우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잘못을 오직 아이 탓만 하며 모진 매질을 할 뿐입니다. 그런 소년의 주변에 따뜻한 어른들이 한 둘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제제의 가장 단짝 친구이자 멘토였던 포르투갈인 마누엘 발라다리스... 몸과 마음에 상처로만 채워진 제제의 삶에 한줄기 빛처럼 다가온 인물입니다.


모든 성장하는 것엔 고통이 수반된다.


소설은 마치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처럼 어린 제제와 소년의 유일한 친구이자 마음의 안식처였던 발라다리스에게 가혹한 운명을 심어줍니다. 두 사람이 함께 영화 보기로 한 날 발라다리스는 기차역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린 제제는 이 사고로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소설에서는 사건 이후에 대한 제제의 독백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어린 제제가 얼마나 충격을 받고 상심이 컸을지 병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죠. 그리고 그 함축적 표현들 때문에 제제의 아픔과 슬픔이 더 짙게 베어 옵니다. 이 소설은 성장 소설입니다. 시간은 늘 앞으로 나아갈 뿐 뒤로 돌아보지 않죠. 볼품없었던 밍기뉴가 꽃을 피운 날 제제는 '현재의 밍기뉴'가 '이전의 밍기뉴'가 될 수 없음을 직감합니다. 


아빠가 나이가 많아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 저도 알아요. 얼마나 속상해하는지도 알고요. 엄마는 새벽에 나가요. 살림에 보태려고 영국 사람이 하는 방직공장에서 일을 해요. 엄마는 압박 붕대를 매고 다녀요. 실타래 상자를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했거든요. 랄라 누나는 공부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공장에 나가요. 이런 일들은 모두 가슴 아픈 일이에요. 230쪽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눈물이 많이 흘렀던 부분은 고작 다섯 혹은 여섯 살밖에 안 된 소년이 어른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속 깊은 마음이었습니다. 소년은 끊임없이 부모의 사랑을 갈망했고, 왜 부모가 자신을 매질하는지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식구들은 (글로리아 누나와 또또까 형이 있었지만) 온전히 소년의 행동을 이해해주지 않죠.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의 보호를 받고 성장해야 합니다. 소설에서 보여준 제제의 가족문제가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의 실직과 가난 제제의 가정 환경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이 도서는 동녘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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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
을냥이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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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부터가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 에세이입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 맞아요. 우리는 대학 진학이라는 목적만을 두고 소중한 10대를 보냈습니다. 막상 일터로 향했을 땐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직장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서 어떠해야 하는지 미쳐 준비되지 못한 채 취업 문이 열리자마자 현장으로 내몰리는 삶을 삽니다.


누구나 실수하고 누구나 고민을 합니다. 걱정 없이 사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런 마음이 들 때는 나와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조용히 책을 펼쳐 나의 경험이나 생각이 비슷한 글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위안을 얻고 희망이 생겨납니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나랑 비슷한 사람도 있구나... 실수가 세상 끝날 일은 아니구나...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고 말이죠.


인생에 있어서 '후회'없는 삶을 살기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후회에 너무 매달려 있다 보면 전진이 필요한 시기를 놓치기도 하지요. 을냥이 작가님도 '후회'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시네요.


후회를 오래오래 담아두면 고여서 썩기 마련이에요. 후회와 고통을 비워내고 흐르도록 놓아두면 순환하며 깨끗한 상태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요. 지나간 불행은 지금의 내게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지만, 그것을 계속 마음속에 머금고 절망하면 나 자체가 불행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겨버려요. ... 실망하고 슬퍼하더라도 내 마음을 절망 속에 오래 가둬두지 말고, 지나간 불행에 미련 두지 말았으면 해요. 34쪽


저는 이 말이 엄청 공감 갑니다. 저도 누군가를 좋아해 본적도 있고, 그것이 내 마음과 같지 않아 쓰라려 본적도 있습니다. 난생 첨 사무직 알바를 했을 때 실수로 퇴사를 한 경험도 있지요. 하지만 그 경험들이 저 자신을 더욱 성숙하게 성장시켜준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제가 만약 그 실수나 아픔에 '후회'로만 머물러 있었다면 현재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고 합니다. 물론 이 말은 모순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에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의미는 경험이야말로 값진 가르침을 준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아니더라도 경험의 외연을 확장 시킬 필요가 있답니다. 평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작가님께서도 딱 이렇게 말씀해주시네요.


가끔은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내키지 않더라도, 다른 것을 선택해봤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넓고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건 무궁무진하거든요. 그런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가 잘하는 것을 찾을 수도 있답니다. 그렇게 시야가 넓어지고 또 다른 새로운 선택지가 내 앞에 펼쳐질 수도 있어요. 117쪽


그러닌까 실패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처럼 말이죠. 을냥이 작가님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일관된 생각을 들려주십니다. 그 '관계'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배려와 이해는 어떤 모습일까요? 작가님의 생각을 책을 통해 직접 들어보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울림'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일단 저는 이런 부드럽고 편안한 문체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문체가 담아낸 따뜻함은 제 가슴에 짙게 새겨지는 듯했고요.



 본 도서는 스튜디오오드리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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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기후가 어떤데요? - 탄소 발자국에 숨은 기후 위기 왜요?
최원형 지음, 김예지 그림 / 동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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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전 여전히 고기도 먹고, 플라스틱도 소비하고, 쓰레기도 배출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저의 인식과 행동에는 분명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 실천하고 있는 것들 중 물티슈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휴지도 소창 와입즈를 사용하면서 휴지 소비가 엄청 줄었습니다. 주방세제 및 목욕제는 비누로 바꾸었고, 칫솔도 대나무 칫솔을 씁니다. 시장 보기는 용기내를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며, 아이랑 지역에서 쓰레기 줍기도 합니다. 그린피스 단체에 후원도 합니다. 가정 내 쓰레기 배출을 최대한 줄이려고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재활용 및 일반 쓰레기 배출의 경우 재활용은 2주 모아서 배출하고 일반 쓰레기는 10리터를 이주 정도 모으는 듯합니다. 어떤 날은 더 나올 때도 있습니다.), 특히 육류 섭취를 많이 줄였습니다. 올 여름은 에어컨 보다는 선풍기로 보낸 일수가 훨씬 많습니다. 신기한 것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육류 섭취 욕구가 자꾸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차차 줄여나가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언급을 하는 이유는 노력하고 의식하면 쓰레기 배출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 하나 한다고 무슨 표가 나겠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라는 생각이 지금은 더 강합니다. 특히 해마다 그린피스에서 활동 보고서를 보내오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활동하고 있구나 결코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상 기후로 인해 재난 사고를 송신해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내가 버리는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해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궁금해서 예전에 아이랑 저희 지역 자원순환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과 더불어 이런 견학도 환경 교육 일환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을 배우면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행위에는 탄소발자국이 남게 됨을 알게됩니다. 환경문제는 어떻게 보면 참 골치 아픈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호주 산불이 6개월간 일어나고,  아프리카에서는 눈이 내리고, 미국은 폭염 후 폭설이, 독일은 집중호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보았습니다. 특히 남극 대륙과 북극 대륙의 빙하 소식은 더욱 경각심을 일으킵니다. 그렇다고 여러분들 보고 금욕주의 생활을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저도 그리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소비를 할 때 우리 모두가 한 번더 생각해서 소비를 하자는 것입니다. 최원형 저자는 지금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행동으로 육류 섭취 금지를 언급합니다.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요? 책에서는 매우 쉽고도 하지만 엄중히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날짜를 정해두고 먹기 등 실천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왜 우리는 그동안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조금 내려놓아야 하는 걸까요? 이유는 이상기후 문제를 외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는 정책 결정권을 가지고는 있으나 시행은 기업이 합니다. 소비를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에서 기업의 의무 그리고 소비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됩니다.


책에서는 말합니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르면 적어도 2030년까지는 2010년 대비 온실가스를 45퍼센트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합니다. 155쪽

산업혁명 이후 약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구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부모라면 자녀와 함께 환경 문제에 대한 토론이나 인식 개선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문제는 한 개인의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라 '공존'의 문제입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쉬운 실천들부터 하나씩 해왔습니다. 누군가는 네 맘 편하려고 위선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일 뿐이라 말할지 모릅니다. 그 말에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매달 구입하는 책들도 제로 웨이스트 운동 측면에서 보면 모순 행동이니까요. 그렇다면 그렇게 말하는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고 있으신가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위선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저는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제 행동과 인식에 있어서 중요한 원동력이 바로 이런 책들입니다. 『왜요, 기후가 어떤데요?』는 왜 우리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기후 온난화가 어떤 원인으로 일어나는지 훗날 각 나라마다 식량난으로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비현실적일 것 같은 이야기들이 왜 나오고 있는지 책을 보시면 아실 수 있어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은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하는 필연적 의무이자 도덕적 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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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 계절마다 피는 평범한 꽃들로 엮어낸 찬란한 인간의 역사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4
캐시어 바디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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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든 느낌은 도대체 이 많은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신거야?였습니다. 문학, 역사, 꽃 원산지, 사회적, 정치적, 예술적 현상들 모두가 총망라되어 있는 책이 이 책입니다. 왜 세계사라 지칭한 것인지 이해가 되었고, 꽃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점도 조금 있었습니다. 저처럼 배경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글 흐름이 산만하다는 인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책 읽는 종종 길을 잃기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언급된 꽃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봄, 여름, 가을하면 떠오르는 꽃이 있는데 겨울은 무슨 꽃을 다룰까? 책 목차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고, 다 읽고 난 후에는 고흐의 아몬드나무라는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캐시어 바디는 계절별로 꽃의 원산지, 생김새 그리고 쓰임에 대해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쓰임이 어떤 유행을 불러왔는지, 사회적 정치적으로는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들려주지요. 그녀는 말합니다.



어떤 꽃이든 의미는 언제나 상대적이다. 일종의 대조를 통해서만 그 의미가 드러난다. 큰 키의 해바라기와 비교하면 제비꽃은 작다. 온실에서 키우는 난초에 비해 들판의 데이지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예쁘게 포장한 장미보다는 난초가 '자연스럽다.' 19쪽



그녀가 서문에서 언급한 바대로 꽃은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또 다른 면에서는 부정적 우리의 삶과 함께 있어왔습니다. 이쯤에서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은 바라보는 이의 기분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의미나 쓰임이 달랐을테니 말이죠. 아무튼 봄하면 떠오르는 꽃이 데이지, 수선화, 백합, 카네이션입니다.



수선화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한 번 볼까요?



수선화를 보니 복잡하고 불필요한 생각을 없애주려는 꽃처럼 단순하고 예쁘다. 바꾸어 말해 수선화를 보면서 "천사의 얼굴을 한 짐승 그리고 짐승으로 보이는 천사"를 모두 떠올린다. 55쪽



여러분들은 수선화를 보면서 이런 연상을 하셨었나요? 저는 수선화의 꽃 모양이 별 모양 같아서 신기해하며 본적은 있지만, 킨케이드처럼 감수성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답니다.



어버이날이 되면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꽃이 카네이션입니다. 우리 눈에 익숙한 카네이션 색은 보통 붉은 계열입니다. 언젠가 제가 스쳐지나가듯 본 녹색 카네이션에 대한 설명도 아주 흥미롭더라고요. 예술적인 꽃이면서도 퇴폐적이고 또는 동성애를 의미하기도 한다나요? 반면에 붉은색 카네이션은 혁명 시절 큰 인기?를 누렸던 꽃이었습니다. 전 카네이션이 혁명의 역사와 함께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답니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꽃은 뭐가 있을까요? 캐시어 바디는 장미, 연꽃, 목화, 해바라기를 언급합니다. 저는 연꽃하면 떠오르는 종교가 있습니다. 바로 불교죠. 불교에서 왜 연꽃을 깨달음의 꽃으로 보았는지 설명해줍니다. 연꽃은 그 뿌리는 흙에서 시작되지만 수면에서 1미터 떠올라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이런 자태 때문에 '깨달음'의 꽃으로 상징되었다는군요. 목화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본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이 생각났습니다. 목화 재배지에서의 노동은 극도로 열악하고 힘들다고 합니다. 흑인 노예들이 끝없이 펼쳐진 목화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영국의 국화가 장미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미국 국화 역시도 장미인지는 몰랐었네요. 참 장미가 미국 국화가 되기까지는 막강한? 경쟁 상대가 있었다네요. 바로 가을의 꽃 메리골드였습니다. 뭐... 장미에 밀려났지만 말입니다.



가을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꽃은 사프란, 국화, 메리골드, 양귀비입니다. 사프란이 향 때문에 사프란 향이 베어있는 옷감은 엄청 비싸게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은 비싸게 주고 산 그 옷의 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옷 세탁을 6개월마다 한 번씩 했다고 해요. 왜냐하면 사프란이 살충 효과가 있었다는군요. 새롭게 안 사실입니다. 양귀비하면 저는 아편이 생각납니다. 교과서에서도 흔히 접해왔던 아편전쟁 말이죠.



겨울 꽃으로는 제비꽃, 제라늄, 스노드롭, 아몬드를 제시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비꽃은 오랑캐꽃이라고도 불리지요. 이유는 이 꽃이 필 무렵에 왜놈이 쳐들어 왔었다고 해요. 그래서 제비꽃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캐시어 바디는 제비꽃을 겨울꽃으로 분류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책 읽어 보심 답이 나온답니다.^^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부터 목화에 이르기까지 꽃을 중심으로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이 책이 주는 가장 강력한 매력인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심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도서는 현대지성 도서를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꼼꼼히 읽고 솔직히 쓴 주관적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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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실루엣 - 그리스 비극 작품을 중심으로 빠져드는 교양 미술
박연실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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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이 책 읽기 전에 '키르케'와 '아킬레우스의 노래'라는 책을 읽고 그 이전에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읽고 또 최근에는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라는 책을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재밌게 읽었어요.



한편으로는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명화 해설을 이런 식으로 풀어주는 책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좋았어요. 고전주의, 신고전주의, 바로크 형식, 로코코 형식, 인상파, 후기인상파 처음 이런 용어들이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었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들도 반복해서 들으니 더군다나 명화 속 인물들이 왜 이런 구도와 설정으로 회화 되었는지 알고 나니 용어도 그림도 더 친근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역시 배경지식은 무시 못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의 희로애락이 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것일까요? 여러분 막장 드라마가 인기 많으신 거 아시죠? 최근에 방영된 팬트하우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이 바로 신화 속 스토리와 그 맥이 같다고 봅니다.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아닌 등장인물들! 그리고 '우연'과 '운명'이 얽히고설켜 개인에게 영달을 안겨주기도 앗아가기도 합니다. 또한 인간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하지요. 적어도 저는 그리 봅니다.



이 책은 총 3극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스 대표 희곡 작가 세 분이 나오시는데요. 바로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이렇게 세 사람입니다. 비극 작가 출신답게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그런 재밌는 이야기들이 한거시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 장면을 그려놓은 명화는 훨씬 몰입도를 높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신화가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다가 글로 남겨져서 그런지 비슷한 스토리에 결론은 다양하게 펼쳐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라본 화가들마다 인물의 피부색이나 머리카락 손짓 등을 통해 의미를 담았고, 각 그림마다 차이가 있다보니 더 그림에 집중 되더라고요. 그리고 익숙하게 봐왔던 그림들은 아... 이 장면은 이런 의미를 담아낸 거였구나 하며 명화에 대한 기본 틀을 잡을 수 있어서 저는 좋더라고요.^^ 자유로운 감상도 좋지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 보는 것도 숨은 그림 찾는 거 마냥 재밌더라고요^^



첫 이야기는 그리스군이 트로이를 가야 하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 배가 출항을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지요. 아참 그리스군이 왜 트로이를 가냐구요? 이게 다 여자의 미모 때문에 벌어진 일... 아가멤논에게는 메넬라우스라는 동생이 있었는데요. 아내 헬레네가 미남인 파리스에게 꼬여서? 아님 눈이 맞아서? 트로이로 도망을 갑니다. 메넬라우스는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게 되지요. 그런데 출항을 앞둔 배들이 몇달째 바람이 안 불어서 나가지를 못하는거예요. 이 상황에서 아가멤논은 신탁을 받게 되고, 결국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죽여 제물로 삼습니다.ㅠㅠ 이 사실을 안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복수의 칼을 갈지요. 네 다들 예상하셨다시피... 자신의 딸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죽음으로 몬 아가멤논은 그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정부인 아이기스토스의 손에 죽임을 당합니다. 여기서 끝나면 좀 양반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막장을 향해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맵니다. 바로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자신의 친 아들인 오레스테스에게 죽임을 당하거든요. 이거 막장 맞죠?



참 하나하나 다 들려드리고 싶지만, 제가 이야기 해드리는것 보다 책으로 보시는게 훨씬 재미있으실거예요. 잔혹하기 그지 없는 메데이아, 고고한 죽음을 택한 안드로마케, 친구와의 우정을 중시했던 헤라클레스. 친 아버지를 죽이고 친 어머니와 결혼하게 되는 오이디푸스, 덩치는 산만한데 늘 꾀돌이 오디세우스한테 뒤쳐져서 결국 열받아? 스스로 자폭한 아이아스 등등 재밌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발을 한번 들여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첫발 내딛기에 딱 좋은 책이 바로 '명화의 실루엣'이 아닌가 싶어요. 일단 이야기 하나하나가 구분 지어져 있고, 이야기 속 장면은 명화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전달됩니다. 그러니 책 읽는 맛이 쏠쏠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야기 주제는 같아도 작품 표현은 다르더라고요. 구도나 해부학을 참고로 한 근육의 표현이나 특히 얼굴... 어쩜 그리도 미남들이 많은지... 읽기도 바쁜 와중에 그림만 수분씩 본 1인이랍니다.^^



명화도 감상하고 신화도 즐기고 이를 두고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라고 하는 거겠죠? 개인적으로는 또 이런 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도서는 이담북스 지원도서로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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