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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퍽10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1
빅토르 펠레빈 지음, 윤현숙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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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속 화자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알고리즘이다. 그의 정식 이름은 경찰 문학 로봇 ZA-3478/PH0 빌트 9.3이다. 이 알고리즘은 두 가지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그 첫 번째가 범죄를 밝혀 악을 벌하고 선을 공고히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가 수집한 범죄 자료를 바탕으로 범죄 소설을 쓰는 것이다. 알고리즘 능력이 워낙 광대하다 보니 어지간한 업무는 다 처리 가능하며, 정보 수집을 위해 임대되기도 하고 비서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번에 그를 임대한 사람은 미술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마루하 초였다.


그녀는 소위 '숨긴 석고'를 연구 하는데, 이 연구에서 최종 구매자가 뭘 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포르피리가 해야 할 최종구매 물품과 관련 자료를 복사해 오는 것... 이 일은 불법이 아니며, 기밀 정보는 원상태로 두고, 다른 곳에 유출도 하지 않겠다고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될 정보라며 포르피리를 임대한 목적을 알려준다.


두 사람은 함께 일을하면서 포르피리는 마루하 초의 과거 전력과 그녀의 언행에서 이상한 점을 파악하게 되고, 역시 인공지능답게 과거 그녀와 나눴던 대화를 다시 리셋해서 그녀의 표정 감정상태 등을 파악해 그녀가 하는 일의 진위를 파악하고자 애쓰게 되고, 결국 눈치를 채게 된다. 마루하 초는 여성이지만 고환이 달린 여성으로 포르피리와 연인 관계가 되지만, 그를 이용해 불법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되고, 그는 기억이 지워진채 다시 경찰청으로 돌려보내지게 되는데...


러시아 작가가 쓴 공상과학소설 일단 화자의 시점이 바뀌는 점, 소설 편집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인쇄물이 주는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나름의 시도가 보였다는 점, 상징이나 비유는 알고리즘 영역 밖이라 쉽게 인공지능이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는데, 작가의 상상력은 그 역시도 뛰어넘게 될 것이라 보고 그 가능성을 주목해서 범죄 소설을 쓰는 경찰 로봇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 등이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의 작가 빅토르 펠레빈은 미래가 기대되는 소설가로 모스크바 출신이다. 그는 1991년 단편집 [푸른 등불]로 러시아 소부커상을 수상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SF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소재로 다양한 흥미를 안겨줄 책 아이퍽10을 권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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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레이하 눈을 뜨다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3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지음, 강동희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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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레이하 눈을 뜨다 | 구졜 샤밀레브나 야히나 (지음) | 걷는사람 (펴냄)



 

이 소설은 소련 시대 때 부농들의 강제 이주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으며 유배 문학의 한 장르에 속한다고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이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당시 강제 이주의 시대적 아픔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또한 러시아 내 다양한 민족들의 생활 터전과 삶을 유배라는 새로운 사건을 통해 재조명하고, 우리가 잘 몰랐던 러시아 역사를 이 소설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관계와 권력을 가진 자와 그 권력에 착취 당하는 자들의 수직적 구조를 통해 성 차별과 혁명이 준 다양한 부작용과 현실적 괴리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우리의 역사 역시도 강제 이주를 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아직도 고려라는 말이 남아 있고, 그들의 생활 풍습이 과거의 삶을 담아 내고 있기에 이 소설이 더 정감이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1930년부터 45년 사이에 진행된 러시아 부농들의 시베리아 강제 이주를 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줄레이하는 이 소설 속 여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다. 그녀는 당시 여성들이 그러했듯 식구들의 입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그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남성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 4번의 임신과 아이를 잃는 경험을 한다. 그녀에게는 눈먼 하지만 성질머리는 고약한 시어머니와 그녀 스스로는 좋은 남편이라 평가 하는 남자와 산다. 그녀의 집은 여자들이 갈 수 있는 방과 남자들이 머물 수 있는 방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장님이 된 시어머니는 아들과 그녀 사이를 늘 이간질 한다. 


부농의 재산을 노렸던 당시 권력자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경제적 수탈을 막고자 노력했던 부농들... 줄레이하도 그런 부농의 아내였다. 소설 속 인물들은 과거 극심한 기아를 경험했다. 남편은 그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들의 재산을 지켜야 했다. 특히 남편은 혁명가들에게 강제로 빼앗기느니 차라리 죽여서 그 고기라도 취하겠다고 생각하며 함께 동고동락했던 소를 죽이는 장면은 너무나 소름끼쳤다.


줄레이하는 그런 강인했던 남편을 잃고 그 남편을 죽인 남자와 강제 이주라는 여정에 오르게 되고, 유배를 떠나면서 그와 은근하고도 긴밀한 정을 가지게 된다. 줄레이하는 겨우 얻은 아들을 위해 그 아들의 앞날을 위해 그렇게 긴 여운을 남기는 이별과 다시 그와의 만남으로 소설은 끝난다. 기나긴 서사적 구조에 비해 결코 지루하지 않으며 상당한 가독성을 보여준 줄레이하 눈을 뜨다는 러시아 작품을 한층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준 소설이자 매력을 던져준 책이었다. 앞으로도 자주 러시아 문학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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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채석장 시리즈
필립 라쿠-라바르트.장-뤽 낭시 지음, 조만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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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채석장시리즈 5권 중 가장 최고의 난이도를 보여준 무대라는 작품은 두 석학 분들의 지성의 대화?를 편지로 주고받은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장-뤽 낭시의 경우 문학가이자 철학가이기도 한데, 무대에서는 두 사람의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또 그것이 무대를 비유로 들어 현상으로 볼 것이냐 탈 현상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논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면서 사유가 확장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두 석학의 대화를 이해하려면 그분들이 논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부터 하이데거의 현상학이나 예술 존재론 등 서양 철학 근간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를 해야 두 분 대화를 알아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요. 글자는 읽는데 당최 무슨 소린지 알듯 말듯 알 것 같다가도 갑자기 관념적인 이야기로 빠지니... 특히 라바르트의 경우 탈-현상화를 주장하시는 분이시다 보니 이분의 주장은 낭시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낭시의 경우는 현상을 설명하기에 그나마 노력을 기울이면 간간이? 그의 논지를 따라 흔적이라도 밟아 볼 수 있지만...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다가 엄청나게 커져버린 두 사람의 토론 그런데 편지의 내용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나는 두 사람의 우정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해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점잖게 논리적으로 설득해가는 과정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서로의 지식을 뽐내거나 상대방의 주장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건강하다고 칭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말 진지하게 끝까지 고민하고 고찰하고 설득하는 그 자세가 참으로 인상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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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극우주의의 양상 채석장 시리즈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이경진 옮김, 폴커 바이스 해제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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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극우주의의 양상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채석장 시리즈 5권 중 아카이브의 취향 다음으로 소화하기 무난? 했던 책이다. 유럽 사회에서 세계 1, 2차 대전은 자본주의와 계급(그 내부에는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이 낳은 부당함에 대한 이상적 사유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발생되었고, 이것이 공산주의 사회를 일으켰다. 하지만 공산주의(진정한 의미의 공산주의가 아니었으므로) 사회가 실패로 끝남으로써 유럽 사회는 좌우 진영 논리가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나치즘(혹은 파시즘으로 인한)이 일으킨 대량 학살에 대한 자기반성에 힘입어 후손들은 그와 같은 범죄를 반복해서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교육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럽의 기조가 약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일단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를 하였고, 아도르노는 정치적으로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는 파시즘 성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우려를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오늘날까지도 계급의식 내에서 계속해서 발견되는 가장 기이한 구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의의 의미에서 부르주아적인 계급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스스로를 이상주의자/관념론자로 여기는 반면, 노동자들, 예나 지금이나 다른 사람이 저지른 일의 뒷감당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역시 계속해서 저런 사람들(좌파 지식인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좌파 돈 많은 좌파)에게 모종의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겁니다.  

내가 제대로 이 책을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도르노는 이런 좌파 지식인에 대한 의구심 혹은 공격이 정치적 테크닉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이 말에 공감이 간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에 공감은 가는데 현실적으로 그 구분 기준점을 어디에서 어디까지 둘 것이냐는 점이다. 구체적인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해하기 더 좋겠지만, 아직 사건이 재판 중이기도 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아 이쯤에서 이 책을 이해한 것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사실 이 책은 상당히 깊은 사유를 요구한다. 단순히 수박 겉핥기 식 사유가 아닌 생각에 꼬리를 물게 하는 말 그대로 채석장 다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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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자본>에 대한 노트 + 아카이브 취향 + 정크스페이스|미래 도시 + 신극우주의의 양상 + 무대 - 전5권 채석장 시리즈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알렉산더 클루게 저자, 김수환.유운성 역자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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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의 취향 | 아를레트 파르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아를레트 파르주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를 주로 연구한 프랑스 역사학자로 파리 형사사건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여성, 빈민, 대중 행동 등의 주제를 연구해왔다. 책 소개에 언급된 문장인데, 이 문장이 책 내용을 단 한번에 설명해 주준다. 파르주는 보통 사람들 특히 파리 대중들의 형사사건을 통해 역사의 진실된 파편들을 수거하는 작업을 하는 인물이다. 그가 하는 작업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을 언급해 놓았는데, 역사를 연구한다는 것이 실로 엄청난 시간 여행이자 인내심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더 깨닫게 된다.


보통 우리가 아는 역사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나 사건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를레트 파르주가 관심을 가지거나 주목하는 사건들은 일반 대중들의 형사 사건들이다. 그들이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때로는 거짓으로 때로는 진실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 증언들이 역사를 재평가 해주는 아카이브가 된다.


아를레트 파르주는 말한다.


충돌은 역사가 생기는 장소다. 충돌한 뒤에 생겨난 것은 충돌하기 전에 있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충돌은 다른 곳에 길을 내고 새로운 '상태'를 창조하는 상처다. 그저 의례적인 충돌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사소하고 하찮은 충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중략) 나아가 충돌이 동력이 되는 역사를 써내는 것이다. 60쪽

그의 아카이브에 대한 사랑과 신념 뚜렷한 주관은 그의 철학을 보는 듯하다. 아카이브는 커다란 역사의 흐름이면서 마치 현미경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런 작은 파편들에서 진실을 찾아내고 가려내는 작업을 하는 그가 새삼 위대해 보인다. 그리고 그가 프랑스 역사학자라는 사실이 새삼 부럽기도 하다. 채석장 시리즈 중 『아카이브의 취향』이 가장 가독성이 좋았다. 작가의 생각도 좋았다. 여러분들도 꼭 한번 읽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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