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옌거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저자 무옌거는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라는 책으로 아마존 중국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르면서 그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그리고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를 2년의 시간을 거쳐 출간하게 된다. 이 책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에 도움 요청에 대한 긍정적 경험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 호구가 되기 싶고,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콤플렉스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타인의 욕구 충족을 우선에 두고 사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력에 굴복하기 쉽다고 한다. 


"어떤 사물에 모종의 꼬리표가 붙으면 사람은 그에 대해 더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은 개념에 사로잡혀서 가장 기본적인 탐색 정신과 진상 파악 능력을 잃는 셈이다. 사람에게 붙는 꼬리표도 마찬가지다. 일단 자기 자신에게 어떤 꼬리표를 붙이는 순간, 대개는 그 꼬리표대로 살게 된다. 꼬리표는 일종의 폐쇄적 사고방식이다." 34쪽


나 역시도 저자와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간다. 왜냐하면 그 생각 내부에 가치관이 존재하게 되고, 인생이라는 여러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은 늘 생각을 통해 반영되기 때문이다. 자기가 꿈꾸는 대로 삶은 표출된다고 할까? 하지만 게으름만 피우는 사람들에게서는 어떠한 미래도 없다고 무옌거는 경고한다. 또한 꼬리표 붙이기 즉 라벨링이라는 이 폐쇄적 사고방식이 만약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라면 당장이라도 이 라벨을 떼어버릴 것을 조언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전부 돌보려면 결국 자신의 감정을 무시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도 당신을 괴롭히면서 마음이 불편했겠는가? 상대가 숙이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칠종칠금'의 달인이 되어라!" 64쪽


경제학에는 한계 효용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선행을 베푼 사람에게 무한의 감사를 느끼지만, 그것이 점차적으로 익숙해지면서 나중에는 그 선행이 멈추거나 중단되었을 때 안하무인격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런 딜레마를 정말 무례하게 행하는 사람들이 일부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결국 쓰라린 경험을 한다는 사실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혜안의 눈을 가질 수 있다면 아니 가져야 한다. 그런 지혜를 터득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무옌거가 말하는 호구다. 


무옌거는 자신의 가족과 주변 사건들을 예를 들며 주장을 이어가는데 첫째 선행은 잘못하면 호구의 대상이 된다는 것, 둘째 선행을 베푼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라는 것, 셋째 내가 베푼 선행 때문에 새로운 피해자가 만들어 질 수도 있다는 것!!! 이렇게 세 문장으로 이 책 내용을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그녀의 강한 어조 때문에 반대 의견도 갖게 되지만, 진정 타인에게 선행을 베푼 자만이 말 할 수 있는 주장이다라는 생각에 이르자 그녀의 의견이 수긍이 갔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자기 상처를 보듬을 줄 알아야 사람을 보는 혜안도 기를 수 있다는 것! 여러분들이 살면서 타인의 생각에 휘둘린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은 누군가의 호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책에서 본 인상 깊었던 구절 몇 가지를 적어 본다.


선량함을 말하고 싶다면 먼저 공평함부터 따져야 한다. 만약 상대에게 선량하기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러면서 상대가 은혜를 모른다고 분개하려면 차라리 선량함을 입에 올리지 마라. 남이 힘든 것, 고생스러운 것은 전혀 배려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배려 받을 수 있기를 바라지도 마라.


어떤 사람은 오해를 받으면 무조건 풀려고 애쓰는데 그 끝은 대부분 '하소연쟁이'로 낙인찍히거나 대판 싸우거나 둘 중 하나다. 오해란 생기기는 쉬워도 풀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오해를 풀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오해받는 상황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타인의 신뢰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성숙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맹목적이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으며 언제나 '더 많은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라는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다. 둘째, 언행에 여지가 있다. 100퍼센트 확신하더라도 90퍼센트 정도만 표현하고 10퍼센트의 여지를 남겨둔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은 자폐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생각이 없는 것은 이기주의다. 그래서 사실상 어떤 선량함은 '이기주의'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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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리학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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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리학 |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 페이퍼로드 (펴냄)



공무원 생리학에서 우선 생리학의 뜻과 이 책의 저자 발자크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 발자크는 평생에 걸쳐 글을 써온 프랑스 출신의 사실주의 선구자다. 그리고 그는 나폴레옹 숭배자이기도 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쓴 글 수만 하더라도 90편이 훨씬 넘는다. 소르몬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공증인이 되기를 바랐던 부모의 뜻과는 달리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였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2년간 파리에서 쪽방 생활을 하며 글쓰기에 전염한다. 


발자크가 언급한 생리학은 21세기의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학이나 생리학과는 의미에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생명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미비한 시기였기에 19세기 생리학은 생물의 기능이 나타나는 과정이나 원인을 생명체의 형태를 관찰하고 기재하는 데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공무원 생리학이라는 글 자체도 기록 문학으로 분류되며, 오늘날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사실을 글로 또는 영상으로 올리는 르포도 이와 같은 르포르타주(report) 형식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르포르타주는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닌 보고자(reporter)가 자신의 식견을 배경으로 하여 심층 취재하고, 대상의 사이드 뉴스나 에피소드를 포함시켜 종합적인 기사로 완성하는 것을 말한다.(정의 출처 : 두산백과) 따라서 우리는 기록 문학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그의 공무원 생리학은 조롱과 풍자가 만연하다. 공무원의 필요성에 대해 그 타당성을 적시하면서도 관료주의 사회가 주는 병폐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환경에 기생하는 생물에 대한 관찰 보고에 맞게 그는 공무원 집단 내 환경부터 그곳에서 있는 말단 임시직부터 고위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을 알려 주고 있다. 


사실 생리학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고 내용만 읽었다면 이 글이 주는 참신함과 재미를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발자크가 살았던 시대는 로베스피에르가 이끈 자코뱅당의 공포정치로부터 시작된 의회의 출편부터 혁명파, 왕당파 등 사회적 대혼란을 겪던 시대였다. 더군다나 나폴레옹의 등장은 사태 수습이 아니라 점점 더 첨예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이런 점에서만 보면 나는 『공무원 생리학』이 행정 관료들의 이권만을 챙기는 모습을 비판한 글이라고만 이해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생명체라는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이를 관찰하고 들려주는 재미는 놓치지 않고 보아야 한다. 그래야 이 글의 재미를 한 층 더 깊게 맛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당시 관료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는 현재도 평행이론처럼 병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놀랍지 않다.


특히 그의 글에는 그만의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각 공무원들의 겉모습, 직책, 그들이 보유한 재산, 결혼한 아내, 각자 즐기는 취미 생활 등을 통해 관료인의 특징을 그때나 지금이나 공감가게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날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은 단순히 관료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생각을 확장해 보면,,, 정치는 생물이라는 진부한 표현이 사실은 역사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현재는 과거의 역사가 된다. 그가 던진 화두 작은 정부로 가느냐? 큰 정부로 가느냐?의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발견한 문장 몇 개를 발취해 보았다.


▶낭비는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각 부처끼리 서로 공모하면 된다. 그러면 낭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유출'을 하려면 시급하지도 꼭 필요하지도 않은 공사를 하면 된다. 30쪽


▶분명, 관료주의에는 잘못이 있다. 느려 터졌고 무례하다. 참신한 기획을 방해하고 진보를 더디게 한다. 31쪽


▶법원, 교도소, 치안 다 그만큼 비용이 들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돌려줘야 하는 건 없다. 따라서 관공서 만세! 그리고 그들의 당당한 보고서도 만만세! 32쪽


▶그렇다고 해서 제발 이런 원색적이고 처절하며 잔인한 말은 하지 마시기를. " 우리 아이는 공무원이 될 거야."

아, 나도 안다. 지금 이 시대에 행정직만큼 선망하는 게 없다는 것을. 고등학교에는 이런 꿈을 가진 아이들이 득실하다. 36쪽


▶"아니, 지금이 무슨 정부인데?"

"그러게, 다들 대충 하는데."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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