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시대 - 로마제국부터 미중패권경쟁까지 흥망성쇠의 비밀
백승종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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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백승종 저자는 정치, 사회, 문화, 사상 등 전방위를 아우르는 역사 저술가이다. 그는 독일 튀빙겐대, 보훔대, 막스플랑크 역사연구소, 서강대, 경희대, 한국기술교육대 등 국내외 여러 대학교 및 연구기관에서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가르쳐온 인물이다. 뒷장에 언급된 미국의 위기는 나도 현장을 목격했기에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이 갔다. 그리고 객관적이고도 중립적인 시각을 가지고 지필하고자 노력한 저자의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인생에는 역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훗날 증명되어야 할 문장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역사의 과잉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법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제일 첫 문장은 니체의 이 말로 시작되고, 이 말은 이 책 모든 것을 담아 내고 있다. 우리가 아는 역사 속 제국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로마, 몽골, 오스만, 영국, 독일, 일본, 미국 그리고 중국이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민주주의를 통해 정치적 안정을 꿰했다는 점과 반대로 독재정치로 경제적 부흥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특히 문화나 과학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지도자가 나라의 리더가 되었을 때 가장 전성기를 누렷다는 점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 정신적 가치인지 절실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제국을 끊임없이 넓히고자 하는 욕망은 그들을 제정 위기에 놓이게 했고 결국 멸망에 다다르게 했다.


왜 하필 로마가 제국이 되었을까? 로마는 개방적 사회였다. 여자나 노예는 예외였지만, 시민들은 자유를 누렸고, 사유재산을 인정 받았다. 로마인이 아니더라도 전쟁에서 업적을 세우면 시민권자가 되었다. 이런 개방적이고도 안정적인 정치제도는 경제 부흥도 함께 일으켰다. 또한 로마인은 실용학문을 중시한 사람들로 도로와 수로 개편에 많은 힘을 쏟았다. 하지만 기후 위기와 전염병 그리고 이민족이 침략하면서 로마 사회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황제들은 반란을 막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기독교 탄압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장기간에 걸친 전쟁으로 국가의 곡간은 날로 줄어만 갔다.


몽골 역시도 넒은 대륙을 차지하면서 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칭기스칸 이후 후손들이 권력 투쟁을 하면서 제국의 힘이 점차적으로 쇠약해져 갔다. 몽골 제국에서 가장 전성기를 이끈 인물은 쿠빌라이칸이다. 그는 비단길을 이용해 이탈리아 상인 마르코 폴로와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이처럼 타민족에 대한 배척이 아닌 수용 혹은 개방을 했을 때 제국은 부흥의 길을 걸었다.
오스만 제국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종교적 자유를 주었다고 한다. 새로 차지한 땅에 거주하고 있는 민족의 관습이나 제도를 허용하고, 관용을 베풀었으며, 특히 술레이만 1세는 문화, 과학 등 전반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로 오스만 제국 최고 전성기를 이끈 인물이다. 거진 1000년의 제국을 이끈 이나라도 근대화의 실패, 권력 다툼, 열강의 침략 등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더불어 흑사병이 돌면서 제국의 쇠략이 가속화되었다. 그 원인으로 처음에는 개방적 태도를 취했던 그들이 이슬람 종교에 심취하게 되면서 점차 배타성을 취하게 되었고, 이 배타성이 제국 몰락에 일조를 하게 된다.


영국은 프랑스 대혁명과 달리 피를 흘리지 않고 시민에게 권력이 이양되어 이를 명예혁명이라 부른다. 이후 이들은 신대륙 발견과 산업혁명을 이끌면서 대영제국이라 이름을 떨쳤다. 영국의 부흥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경제와 정치는 절대 불가분의 관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영국은 의회민주주의를 성립시켰고, 자유주의를 전통으로 삼았으며, 선거법 개정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권리를 취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2016년 6월 23일 , 영국 유권자 51.89퍼센트가 브렉시트에 찬성하면서 유럽연합을 탈퇴한다. 유럽 연합을 이끄는 프랑스, 독일, 영국의 속내를 이 책을 보면 자세히 알수 있다.


저자가 가장 흥미롭게 바라보는 나라는 독일이었다.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 늦게 통일 국가를 이루었으며, 산업화와 식민지 사업에도 늦게 뛰어들었다. 특히 철의 제상 비스마르크에 대한 평가가 흑백논리처럼 첨예한데, 확신한건 그가 독일의 통일을 이끈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 1차 세계 대전에 말려들었고, 패전하면서 전쟁 배상금부터 실업난까지 엄청난 위기에 돌입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 불행은 히틀러의 탄생을 만들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독일은 홀로코스터의 주범자로써 자숙의 자세 반성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근대화를 실패한 나라로 역사는 흘러갔다. 일본은 운 좋게도 16세기 부터 네널란드와 교류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열강의 불평등한 개항 및 개화를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빨리 근대화를 이뤄야 열강의 대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재로 실천에 옮기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로 그들 역시도 제국주의에 합류했고, 특히 중국 난징 대학살 사건은 반드시 제대로 사건의 인과를 밝히고 사과를 받아야 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나라에 저지른 위안부, 강제 징용, 징병, 문화 수탈 등 진정한 보상과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패망 원인도 땅을 넓히기 위해 과도한 전쟁을 시도함으로써 미국의 핵무기에 나라가 망할 경지까지 이르렀지만, 한국전쟁으로 기사회생한 억수로 운 좋은 나라다.


우리는 왜 이런 과거를 알아야 할까? 바로 역사는 큰 틀에서 바라보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지도자가 어떻게 나라를 이끄느냐에 따라 흥하기도 망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우리나라 세종대왕이 문화와 과학을 사랑해서 조선시대 가장 부흥한 임금들 중 한 명으로 기억되었듯, 한 지도자의 개방적 자세, 학문에 대한 열의, 애민 정신, 대외적 외교 관계 파악 등 리더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더불어 오늘날 중국과 미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전쟁 상황 속에서 지리적으로는 해양과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반도국이자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로마 역사를 쉽고도 재밌게 큰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다. 다른 나라 역사도 마찬가지다. 중2 학생들이 세계사를 배우는데 이 책을 읽고 세계사 책을 본다면 맥락 이해해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 그리고 패턴 그래서 예측 가능한 미래의 모습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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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링, 칭링, 메이링 - 20세기 중국의 심장에 있었던 세 자매
장융 지음, 이옥지 옮김 / 까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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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은 돈을, 
한 명은 권력을, 
한 명은 나라를 사랑했습니다.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전혀 몰랐던 중국의 근대사를 배우게 됩니다. 제 기억에 학창 시절 배웠던 이웃나라 역사에 대해서는 주로 근현대사보다 과거사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익혀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배우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근대사를 배우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와 다른 이데올로기를 취하면서 더욱 이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트럼프가 미대통령 재임 시절 중국과의 무역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었다는 점, 현대통령인 바이든이 프랑스와 불편한 관계를 맺으면서까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해가는 전철을 보면서 지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지피지기의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건록을 읽으면서 냉철하게 외교를 펼친 무쓰 무네미쓰의 책을 봐서 그런지 더더욱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솔직히 신해혁명하면 쑨원 정도로 이름만 알고 있던 저입니다만 이 책의 저자 장융은 쑨원에 대해 빛과 어둠을 병행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이링 칭링 메이링 이 세 자매는 중국의 근대사를 호령했던 남자들의 조력자이자 아내로 활동했던 인물들입니다. 쑹씨 부부는 여섯 자녀들 중 여자아이들도 일찍 미국에서 신식 교육을 받게합니다. 이후 중국으로 돌아온 세 자매는  각자 쑨원과 장제스의 아내가 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이링과 메이링은 장제스와 칭링은 마오쩌둥과 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해가게 되죠. 중국이 어떻게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는지 이 과정에서 왜 쑨원이 갑분사로 등장하게 된 건지 장제스가 중국 본토에서 왜 타이완으로 쫓겨나게 된건지 미국은 어떻게 장제스의 구원병이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1908년 서태후의 사망으로부터 40년이 지난 뒤 정권을 잡은 마오쩌둥은 중국을 고립시키고 전체주의 독재체제로 몰아넣었다. 쑨원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 40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중국인들에게 쑨원은 성인군자로 알려져 있다. 중국어권 바깥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이 떠올리는 인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는 정말 성인군자였을까?" 15쪽

『아이링 칭링 메이링』은 제게는 새로운 사실들이 화수분처럼 나오는 바람에 흥미롭게 읽었답니다. 저 역시도 저자가 서론에서 언급한 바대로 쑨원에 대해 좋은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 보이는 쑨원은 인간적인 면에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로 보입니다. 세 자매 중 가장 똑똑한 여성으로 지칭된 아이링에게 연정을 품었던 쑨원 하지만 아이링은 쑨원을 도우면서 그의 진면목을 빨리 간파하고 서서히 멀리하게 되죠. 이상주의자이자 세 자매 중 가장 빼어난 미모를 가졌던 칭링은 쑨원의 영웅적인 면모 때문에 그에게 급격히 끌리게 되고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남편이 탈출 행각을 펼치자 그녀의 그에 대한 사랑을 사라져 버립니다. 메이링은 남편에 대한 사랑에서 레닌주의로 선회합니다. 쑨원은 자신의 전적들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련을 끌어들인 반면 칭링은 열정적으로 레닌주의에 빠져들게 되죠.

서태후는 사치만을 일삼으며 청조를 멸망으로 이끈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녀는 상상외로 개혁을 많이 단행했더라구요. 신식학교를 세우거나 전족 악습을 폐지시키거나 특히 여성 인권에 대해 당시 권력자 치고는 상당히 의식이 깨어있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어떻게 두 쪽으로 나뉘게 되었는지, 쑨원이 왜 소련과 손잡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데 국민의 재산이나 생명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외세와 손잡고 끊임없이 전쟁을 일삼은 쑨원의 모습을 보면서 ... 이것이 영웅의 또 다른 모습이구나 하는 현타가 오기도 했습니다.

쑹씨 자매의 아버지인 쑹자수는 쑨원의 기개에 빠져 그를 엄청 도운 인물이랍니다. 훗날 쑹저수는 쑨원의 본모습을 목격하고는 그와 거리를 두게 됩니다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아죠. 쑨원은 전적을 없애기 위해 암살 지시도 서슴치 않았고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들을 죽이거나 외면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제스와 멀어지기도 권력을 담보로 한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가 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역사의 흐름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오기도 했답니다. 

이 책에선 세 자매와 그녀들의 남자들이 쓴 편지 혹은 일기 등의 내용을 이야기의 근거로 제시합니다. 그래서 장융의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장융 개인의 시각도 당연히 반영되었겠지만,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어떤 인물과도 겹쳐 보였답니다. 오~~~ 소름... 오~~~쑨원한테서 배운건가? 음... 하면서 읽었더랬죠.

전쟁 전쟁 전쟁... 국민들은 죽어나가는데 끝없이 권력 다툼을 일삼은 탐욕자들 그들 중 원리원칙을 지켰던 인물 우페이푸는 결국 쑨원과의 대결에서 패하게 됩니다. 이거 반칙 쓰는 애랑 경쟁할 때 꼭 원칙을 지켜야 할까요? 이 부분 읽으면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장제스가 중국 본토에서 어떻게 타이완으로 밀려나게 되었는지, 공화주의자 쑨원의 아내 칭링이 마오쩌둥을 보좌하는 부주석의 자리에 어떻게 앉게 되었는지 이 책 한 권으로 쉽고도 흥미롭게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해당 게시물은 까치 출판사 지원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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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건록 - 일본의 청일전쟁 외교 비록
무쓰 무네미쓰.나카츠카 아키라 지음, 이용수 옮김 / 논형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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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건록은 1910년 한일병합(경술국치)이란 조선 국권 침탈이 어떤 연유로 일어나게 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묘미는 무쓰 무네미쓰의 외교전략입니다. 이 책은 특히 외교관이나 앞으로 외교관의 꿈을 가진 젊은이들 혹은 세계정세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쓰는 뼛속 깊이 국익만을 생각한 인물입니다. 열강의 무분별한 침략 행위를 보면서 그리고 일본이 지난날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조선을 발판 삼아 북진정책의 꿈을 현실화한 숨은 전략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소름 돋았던 이유는 일본의 꽤 능력 있는 정부 관리가 냉정하게 국제 정세를 읽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자국의 득실에 있어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했었다는 점 등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일본은 동학의 난 이전 운요호 사건을 일으켜 조선과의 강제 수교를 맺습니다. 이때 국내 정세는 반외세. 봉건사상 혹은 개혁 바람으로 말 그대로 혼란의 시기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근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조선은 신식 군대를 세우게 되고 이로 인해 구식 군대가 차별 당했다 여긴 구식군대는 일본 공사관에 불을 지르고 일본인을 해치는 사건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일로 흥선대원군이 청에 볼모로 끌려가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동학농민운동까지 일어나면서 조선은 청에 의존도를 높이게되죠. 더불어 청의 조선 정치 개입은 일본의 심기를 건드리게 됩니다. 

처음에는 책 도입부부터 냉정하게 바라보기 힘들어 책장 넘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각주에서 언급하고 있던 사건들을 하나씩 찾아 읽음으로써 그리고 운요호 사건에서부터 파란만장한 일련의 사건들을 알아가게 되면서부터 역설적으로 책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 눈에 밟혔던 장은 제13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영사재판제도와 전쟁과의 관계라는 제목이었습니다. 바로 치외법권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서구 열강들이 약소국을 어떤 거점으로 서서히 식민지화 했는지를 무쓰는 외교의 관점에서 기록해 놓았더군요. 사실 소름 돋은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일본도 일찍이 경험한 치외법권을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법에는 득과 실이 있고 자국에 득으로 작동되게끔 어떻게 사고하느냐?라는 그의 생각이 무서웠다고나 할까요?

"치외법권이라 부르는 제도의 근원을 찾아보면, 구미 각국 정부가 이른바 기독교 국가 이외 나라의 제도와 법률은 신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 나라와 처음에 조약을 체결할때 반드시 그 조약 안에서 자국민을 위한 영사재판관할을 시행한다는 조항을 만들고, 결국 어떤 나라의 영토 안에 다른 나라의 작은 식민지를 두는 것과 같은 일종의 변형체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189

아무튼 다시 한번 건건록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고종 31년에, 동학당이 난을 일으키자(한국에서는 동학혁명·동학농민운동·동학운동 또는 동학 농민혁명·갑오농민전쟁이라 한다. 동학교도들이 스스로를 '동학당'이라 칭한 역사적 사실은 없다... 역서의 성격상 원저자의 '동학당의 난'을 그대로 인용하여 쓰기로 했다. 17쪽 주석 참고) 조선이 청나라에 군대를 요청하게 되고 일본은 북진정책을 펼치며 경제적 군사적 요충지로 삼으려했던 조선이 청과 긴밀한 관계를 맺자 청일전쟁을 일으키게 된 것이지요. 청일 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끝나고 승전국 일본이 중국의 요동반도를 요구하게 됩니다. 이에 남하정책을 추진했던 러시아와 대립하게 되고 이로써 일본은 삼국간섭을 받게 됩니다. 러시아, 프랑스, 독일의 힘에 의해 승전국 일본은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되죠. 이 이후에 벌어진 을미사변부터 을미개혁까지(청일전쟁시 일어난 갑오개혁이 중간에 중단되었다가 러일전쟁으로 일본이 승전국이 되면서 다시 재개된 3차 갑오개혁)의 이야기는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시하게 다루는 내용은 역시 청일전쟁이죠.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이 일본 침략을 두고 일제가 조선을 돕기 위해 펼친 정책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그분들께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지신 분들께 이 책을 읽고도 변함없으실지 여쭤보고 싶더라고요. 이 책은 꽤 조선을 걱정하는 척, 위하는 척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의 검은 속내가 그대로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기록이 훗날 외교 문제가 될까 싶어 고양이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듯 교묘히 그들의 지략을 후손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인상도 받게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아팠던 점은 조선이 외교 정세에 무지했다는 점... (사실 청과 아라사(현 러시아) 또한 국제 정세에 엄청나게 무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무조건 외세의 힘에 의탁하려 했었다는 점(청일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이후 갑오개혁이 진행되면서 남하정책과 북진정책의 충돌로 러시아, 프랑스, 독일의 간섭), 진정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신하들이 많이 없었다는 점, 조선이 침탈 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목숨 걸고 이를 저지할 인물이 없었다는 점 등등 당시 풍전등화에 놓여있던 조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읽는 동안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역사를 바로 세우려면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냉정하게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외교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국가를 다스리는 자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굴거나 외세의 힘에 무조건 의탁하려고자 한다면 어떤 사단이 나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에도 역사의 굴레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죠.

해당 게시물은 논형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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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 계절마다 피는 평범한 꽃들로 엮어낸 찬란한 인간의 역사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4
캐시어 바디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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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든 느낌은 도대체 이 많은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신거야?였습니다. 문학, 역사, 꽃 원산지, 사회적, 정치적, 예술적 현상들 모두가 총망라되어 있는 책이 이 책입니다. 왜 세계사라 지칭한 것인지 이해가 되었고, 꽃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점도 조금 있었습니다. 저처럼 배경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글 흐름이 산만하다는 인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책 읽는 종종 길을 잃기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언급된 꽃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봄, 여름, 가을하면 떠오르는 꽃이 있는데 겨울은 무슨 꽃을 다룰까? 책 목차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고, 다 읽고 난 후에는 고흐의 아몬드나무라는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캐시어 바디는 계절별로 꽃의 원산지, 생김새 그리고 쓰임에 대해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쓰임이 어떤 유행을 불러왔는지, 사회적 정치적으로는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들려주지요. 그녀는 말합니다.



어떤 꽃이든 의미는 언제나 상대적이다. 일종의 대조를 통해서만 그 의미가 드러난다. 큰 키의 해바라기와 비교하면 제비꽃은 작다. 온실에서 키우는 난초에 비해 들판의 데이지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예쁘게 포장한 장미보다는 난초가 '자연스럽다.' 19쪽



그녀가 서문에서 언급한 바대로 꽃은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또 다른 면에서는 부정적 우리의 삶과 함께 있어왔습니다. 이쯤에서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은 바라보는 이의 기분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의미나 쓰임이 달랐을테니 말이죠. 아무튼 봄하면 떠오르는 꽃이 데이지, 수선화, 백합, 카네이션입니다.



수선화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한 번 볼까요?



수선화를 보니 복잡하고 불필요한 생각을 없애주려는 꽃처럼 단순하고 예쁘다. 바꾸어 말해 수선화를 보면서 "천사의 얼굴을 한 짐승 그리고 짐승으로 보이는 천사"를 모두 떠올린다. 55쪽



여러분들은 수선화를 보면서 이런 연상을 하셨었나요? 저는 수선화의 꽃 모양이 별 모양 같아서 신기해하며 본적은 있지만, 킨케이드처럼 감수성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답니다.



어버이날이 되면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꽃이 카네이션입니다. 우리 눈에 익숙한 카네이션 색은 보통 붉은 계열입니다. 언젠가 제가 스쳐지나가듯 본 녹색 카네이션에 대한 설명도 아주 흥미롭더라고요. 예술적인 꽃이면서도 퇴폐적이고 또는 동성애를 의미하기도 한다나요? 반면에 붉은색 카네이션은 혁명 시절 큰 인기?를 누렸던 꽃이었습니다. 전 카네이션이 혁명의 역사와 함께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답니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꽃은 뭐가 있을까요? 캐시어 바디는 장미, 연꽃, 목화, 해바라기를 언급합니다. 저는 연꽃하면 떠오르는 종교가 있습니다. 바로 불교죠. 불교에서 왜 연꽃을 깨달음의 꽃으로 보았는지 설명해줍니다. 연꽃은 그 뿌리는 흙에서 시작되지만 수면에서 1미터 떠올라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이런 자태 때문에 '깨달음'의 꽃으로 상징되었다는군요. 목화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본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이 생각났습니다. 목화 재배지에서의 노동은 극도로 열악하고 힘들다고 합니다. 흑인 노예들이 끝없이 펼쳐진 목화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영국의 국화가 장미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미국 국화 역시도 장미인지는 몰랐었네요. 참 장미가 미국 국화가 되기까지는 막강한? 경쟁 상대가 있었다네요. 바로 가을의 꽃 메리골드였습니다. 뭐... 장미에 밀려났지만 말입니다.



가을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꽃은 사프란, 국화, 메리골드, 양귀비입니다. 사프란이 향 때문에 사프란 향이 베어있는 옷감은 엄청 비싸게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은 비싸게 주고 산 그 옷의 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옷 세탁을 6개월마다 한 번씩 했다고 해요. 왜냐하면 사프란이 살충 효과가 있었다는군요. 새롭게 안 사실입니다. 양귀비하면 저는 아편이 생각납니다. 교과서에서도 흔히 접해왔던 아편전쟁 말이죠.



겨울 꽃으로는 제비꽃, 제라늄, 스노드롭, 아몬드를 제시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비꽃은 오랑캐꽃이라고도 불리지요. 이유는 이 꽃이 필 무렵에 왜놈이 쳐들어 왔었다고 해요. 그래서 제비꽃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캐시어 바디는 제비꽃을 겨울꽃으로 분류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책 읽어 보심 답이 나온답니다.^^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부터 목화에 이르기까지 꽃을 중심으로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이 책이 주는 가장 강력한 매력인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심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도서는 현대지성 도서를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꼼꼼히 읽고 솔직히 쓴 주관적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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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세계사
가와기타 미노루 지음, 장미화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총 페이지 수가 192쪽에 달합니다. 저는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세계사는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의 고리 때문에 독자 개개인이 지닌 배경지식에 따라 평가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적절한 정보와 새로운 관점을 안겨준 책으로 기억되는 반면 또 어떤 이들은 달리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니 말이죠. 꼭 세계사 책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암튼...


설탕의 세계사를 집필하신 가와기타 미노루님은 근대 세계가 하나의 생물처럼 성장하고 발전되었다는 세계체제론과 과거 사람들이 사용한 상품이나 습관 등을 통해 역사인류학적 관점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특히 설탕이 고급 식품에서 일반 대중 식품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실재 있었던 사건을 근거로 설명해 가는데요. 아주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커피하우스의 등장이 영국 사회 이면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 저... 저만 모르고 있었나요? 


설탕이 유럽 사회로 전해지게 된 배경에는 '십자군 원정'으로 인한 이슬람 문화와의 접촉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불규칙적인 식사로 소화불량(음식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이 있었는데 설탕이 약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소화제 역할뿐만 아니라 감기 등에도 활용됐다죠. 유럽에서 발병된 페스트는 설탕 의존도와 명성을 높이는데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설탕의 순백색은 당시 크리스트교의 영향으로 성스러운? 존재로 취급됐다는군요. 또한 쉽게 구할 수 없었기에 주로 왕족이나 귀족 혹은 대부호들이 사용했는데, 이런 고급 상품이 어떻게 대중의 품 안으로 스며들 수 있었는지를 논리적으로 꽤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거든요. 특히 영국의 커피하우스의 등장은 실로 흥미롭습니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살롱과 같은 의미인가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7년 전쟁, 영국과 미국의 보스턴 차 사건, 크롬웰의 청교도 혁명, 찰스 2세의 등장 등등 역사의 인과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답니다.


가장 슬펐던 것은 플랜테이션 농업에 대한 교수님의 해석인데요.


대량의 값싼, 때로는 노예처럼 강제로 동원된 노동자를 이용하여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대량 생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카리브 해의 설탕 생산은 실로 이 조건에 딱 들어맞았다. 53쪽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과거의 사건이 오늘날 비슷하게 그려지는 것을 보게 되고, 또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하게도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서두요.ㅎㅎㅎ 나름의 시각을 가지게 된다고나 할까요? 저는 이런 점이 역사가 주는 매력이자 읽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세계사는 참 흥미로운 분야 같습니다. 


참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알고 싶은 부분도 생겼어요. 그것은 사탕수수는 인도네시아 혹은 뉴기니라 칭해지는 지역의 토종식물로 알고 있는데 이 토종식물이 어떻게 이슬람 사회에 진입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수당시대, 실크로드, 1000년의 오스만 제국까지 살펴봐야 할까요? 끙... 암튼 정말 재미있게 읽은 설탕의 세계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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