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새 - 살 곳을 잃어 가는 모든 생명들에게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14
최협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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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물질만능시대라는 단어의 지칭도 퇴색된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편리'가 주는 혜택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어른인 우리가 이럴진데...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을 향해 자본주의 키즈라고 말합니다.
소비는 인간 삶에 많은 편의를 안겨주지만 그 이면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노랑 할미새와 돌 사이로 돌돌 둘둘 흘러가는 시냇물이 흔한 풍경이였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됩니다.

자연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모른다면 우리는 자연 파괴 속도를 더 과속화 시킬지 모릅니다. 인간 역시도 자연에서 왔기 때문에 자연이 없는 인간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들이 마주할 세상을 위해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늘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은 늘 아낌없이 베풀어 왔으니까요.

기억에 남는 구절

쿵!!! 쾅!!! 자꾸 온다.

ㆍㆍㆍㆍㆍ

물가 흔한 새
노랑 할미새
어디로 갔나.

노란 해 아래 맑은 물 흐르고
작은 물고기들 이리저리
돌들이 올록볼록
나무와 꽃들이 바람과 함께
포근한 물가로 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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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까칠한 백수 할머니 - 마흔 백수 손자의 97살 할머니 관찰 보고서
이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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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이해하려는 사랑의 기록


'에세이'라는 장르에서 명명되듯 이 책은 이인 작가님의 할머니 이야기다. 그는 그의 할머니를 피 여사 그의 어머니를 박 여사라 칭한다. 두 분을 함께 지칭하면 피박 여사님 되시겄다. 그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자신의 피붙이에서 시작한다. 우리 주변에는 남보다 못한 가족 관계가 있다. 이리 적은 후 순간 멈춰 나의 친가와 외가를 떠올려 본다. 본의 아니게 일찍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을 제외하면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살고 계신다. 하지만 그 평범하다는 표현 안에는 온갖 애환이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오래전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홀로 생활하시는 시어머님이 생각났다. 대한민국의 할머니들은 다 이렇게 살아오신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고 계신 것일까? 80세를 바라보시는 시어머니,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 그리고 노년기를 맞이해야 하는 나 자신을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몰입하며 읽었다.


휠체어 신세를 지기 전 피 여사님은 다양한 외부 활동으로 정력적인 인생을 사신 분이다. 꽃다운 십 대 때는 남정네들이 던진 추파도 경험하셨고, 피 여사의 자존감 일등 공신 피부는 오이 꼭지 노하우로 일군 쾌거다. 하지만 드딘 노화 진행과 시원치 않은 치아는 골든 키위와 연어의 참맛을 앗아가버린다. 휠체어 신세가 되시면서부터는 외출도 어렵다. 그러니 자연스레 사람들과의 만남도 뜸해진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수단은 전화요. 말동무는 텔레비전이다. 



인간 모두는 장편소설 같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기 마련이고, 누구의 삶이든 경청하고 존중할 구석이 있다. 여태껏 위인전만 들여다봤다면, 이제 평범한 사람들의 일대기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피 여사의 삶을 경청하면서 그녀의 일대기를 간략하게나마 글로 정리했다. 110-111쪽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손자의 지극한 할머니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봐드리면서 손자는 그녀를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그녀가 어떤 프로그램을 잘 보는지, 그녀가 형제들 중 누구를 더 좋아하고 가까이하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 알고 있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순간 피 여사에게 질투심이 생긴다. 나의 노후는 어떤 모습일까?


이 에세이는 피 여사를 통해 한 인간의 삶을 들려준다. 더불어 과거 여성의 위치와 삶의 궤적도 보여준다. 그 어떤 각색도 연출도 없다. 그들의 관계는 고슴도치가 서로의 바늘에 찔리지 않을 만큼의 관계를 이끌어 낸다. 더불어 피 여사가 점차적으로 노쇠해짐에 따라 '존엄사'에 대해서 '외로움'에 대해서 그리고 '가족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앞서 서문에서 작가가 밝혔듯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이야기다.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온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는 말처럼 이인 작가는 그렇게 한 사람을 이해하고 온전히 사랑한다. 특히 그의 필체에서 편안함이 전해져 온다. 아직 미혼이라는데... 울 여동생이라도 소개해 주고 싶지만 비혼주의자시다. 혹 생각 있으심 연락 좀... (진심 한가득)


이런 이야기는 나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감동을 준다. 노년의 삶과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준 그래서 꼭 권하고 싶은 책 나의 까칠한 백수 할머니였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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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 ‘외곽주의자’ 검사가 바라본 진실 너머의 풍경들
정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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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러니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리얼하면서도 살벌하다는 편견이 자리 잡게 되고 그래서 나는 때로는 염세주의자로 때로는 비관주의자로 그렇게 세상을 바라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 중 '사랑'만큼 가치 있는 단어이며, 이런 생각을 안겨준 책의 만남을 나는 '행운'이라 말하고 싶다.


이 책은 검사가 쓴 책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검사들의 모습은 괴물이다.(너무 심한 표현이라면 양해 바란다. 그런데 현재로썬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질 않는다.) 그들은 합리적 판단과 정당성이란 이름으로 기득권에 아첨하고 입신양명에 몰두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나 몰라라 하는 집단들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그들에 대한 정의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불식시킨 이가 나타났으니 그녀의 이름은 정명원 검사다. 그녀는 현재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부 부부장 검사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솔직히 우리 사회에 이런 검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좀 놀랍다. 내가 너무 암흑의 세계만 봐 온 것일까? 그렇다면 이것은 나의 탓이 아니다. 언론의 탓이 크고 그 책임도 막중하다. 내가 얻은 정보의 9할은 언론 보도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독자인 내가 한눈팔지 않도록 흐름을 숨겨 놓았다. 문맥이 있다는 뜻이다. 어떤 책은 멋지고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책은 뭔가 심오한 내용을 언급하는 듯한데 머릿속에 도통 남는 게 없는 책도 있다.(이것 역시 나의 탓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올수록 뭐지? 양판가? 하는 생각이 든다. 꾸밈없는 화법과 일상 속 에피소드에서 느닷없이 표출된 그녀의 의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 맞닥뜨림에서 나는 놀라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우선 놀라운 이유로는 그녀의 의지가 늘 자기성찰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에 놀랍고,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자기 겸손이 고맙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앞으로 그녀는 더 뿌리를 내리고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지 않을까?


그녀의 소박한 이야기가 나는 참 좋았다. 유부남의 꼬임에 넘어가 두 집 살림을 자청한 어머님의 하소연을 긴 인내심으로 들어주던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초임자의 자세도 인상적이었다. 그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언급한 에피소드는 그녀 고유의 본성을 들여다보게 해준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적어도 독자인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또한 자연의 가치를 모르는 이들과는 친구 삼지 마라는 그녀의 어머님 말씀에 깊은 공감을 한 독자라고도 말하고 싶다. 


이런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어찌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세력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그녀는 온갖 핑계를 들이대며 외곽주의자를 자청한다. 개인의 삶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녀는 꽤 받는 월급으로 그냥저냥 개인의 행복만 보며 살아도 전혀 손해 볼 인생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안타까운 이들의 삶으로 향해 있다. 어머니에게 방치되고 그녀의 학대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소녀가 도움을 청한 삼촌으로부터 성적 위협을 당한 사건을 들려주면서 그녀는 이성에 치우치지도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는다. 


나는 늘 내 인생의 방향에 대해 묻고 답해왔다. 이런 나의 물음에 생각을 더해준 그녀의 말들이 있어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결국 세상이 설정한 표준 사이즈가 뭣이든 간에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굽 높이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굽 높이는 세심히 살피지 않고 남들 하는 대로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절뚝거리며 걷게 되는 것이다. 자기가 절뚝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되는 것이다. ...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를 추상적으로 말고, 아주 구체적으로 하나씩 따져보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마침내 나의 외곽은 스스로 형태를 갖추었다. 스스로 형태를 갖춘 외곽이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이 어디를 중심이라고 하든,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외곽주의자는 다만 원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한 주변인이 아니라 스스로 찾은 외곽의 어느 지점에 머물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자다. 271쪽


외곽주의라는 것은 하나의 이념이라기보다 어떤 취향에 가깝다. 중심을 거부하겠다는 높은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체질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복잡한 곳, 핫한 곳, 관심이 집중되는 곳, 가장 높고 가장 비싼 곳이 좀 불편할 뿐이다. 그 불편함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겠다는 다소간의 고집이 외곽주의의 실체다. 273쪽


누군가를,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런 일이다. 존재하였으되 인식해보지 못한 세계를 인식의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그가 나의 세계로 들어오고, 나의 우물이 조금 더 깊어지는 것이다. 283쪽




-한겨레문학상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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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음 -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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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펴냄)



잊지 않음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은 작가정신에서 출판될 가제본 책이다. 나는 운 좋게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박민정 작가님과 연을 맺게 됐다. 누군가로부터 이 책은 어떤 책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우리 사회 마이너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날 사람들은 성공과 출세 투자에 대한 이야기로 관심을 쏟는다. 돈쭐이라는 말도 존재하지만 그것은 일시적 여론일 뿐... 오랜 시간 마이너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더군다나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예민한 화두의 언급은 더욱 조심스럽다. 그만큼 이런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은 연민일까? 용길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나는 이런 이야기가 반갑고 좋다.


내가 고전을 읽을 때 든 생각이 있다. 왜 남성 작가들은 여성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가?였다. '시대는 정신을 낳고 정신은 시대를 이끈다'라는 말처럼 아마도 우리 모두는 내가 나고 자란 시대정신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미술사에서 다양한 양식의 발전이 앞선 양식에 대한 창조 혹은 비판에서 이뤄진 결과이듯 아마 그녀의 당찬 행보는 앞으로 여성이라는 그리고 여성 작가라는 위치의 새로운 해석을 얻기 위한 건강한 몸부림이 아니겠는가... 


페미니즘적 시각에서부터 부당한 권력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스토리가 있다. 그것들 중 일본 불매 운동에 대해 나 역시도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민족주의와 파시즘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다. 신념이란 것이 때때로는 위대하고 때때로는 저급하다. 나와 타자를 구분 짓는 행위가 얼마나 양면적인가? 역사를 통해서 그 잔혹성을 학습하였기에 그녀의 경각심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희로시마 내 사랑>이라는 영화를 통해서는 국가 권력과 다수의 대중이 한 힘없는 개인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 여자에게 이제 과거의 사랑을 인정하고 그만 괴로워할 것을 종용하는 동시에 폭력의 경험을 망각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 죄 없이 국가의 싸움을 맞고 보낸 보통 사람들은 환부를 들여다보며 그들을 용서하지 말 것' 137쪽


난 그녀의 이 문장을 읽으면서 김옥분씨 이야기가 생각났다. 흔히 우리에게는 북파 간첩 수지 김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수지 김은 홍콩에서 한 사업가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는다. 그러다가 남편에게 살해를 당한다. 남편은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북한 대사관으로 월북 시도를 하고 북한이 그를 받아들이지 않자 남한 대사관으로 가 자신이 북한으로 납치될 뻔했다며 거짓말을 한다. 국정원은 이 남자의 모든 말이 거짓임을 알게 되지만 당시 정권이 풍전등화의 전복 위기에 놓여있었기에 그의 거짓말을 이용한다. 그렇게 죄 없던 김옥분씨 가족은 국가로부터 엄청난 폭력을 당하게 된다. 누가 이 가족의 원통함을 풀어줄 것인가?


이 책은 이렇게 젠더에 대해 민족에 대해 국가 권력에 대해 문학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 글을 적으면서 든 생각이 있다. 하나의 문장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규정 지어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박민정 작가님 파이팅입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 쓸수록 글을 쓴다는 행위는 정말 힘든 작업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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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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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문학을 그리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아니면 내가 우리 한국 현대 문학에 관심이 없고 무지했던 건가...[복고풍 요리사의 서정]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지난날 추억이 떠올랐다. 이 소설은 박상 작가님이 7년 만에 낸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읽었고 그러면서 발견했다. 나는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한사람이 바로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고 있자면 유연한 사고에서 웃음을 찾고 또 삶의 에너지를 받는다. 나이를 먹으면 웃을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나는 진주알 같은 유머를 발견하게 된다. 아무튼 나는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내가 26살이었던 그 시절에는 서점을 가면 책 좌판에 꼭 시집이 있었다. 내가 아는 시인은 이해인 수녀님 용혜원님 윤동주님 등 그 폭이 좁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시집을 펼쳐들며 읽으며 낭만을 즐겼던 시절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서점가에서 시집은 점차 그 위치를 잃어갔다. 파블로 네루다도 언급한 '메타포'가 상실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 시대에 나도 일조한 측면이 있는 듯해 죄스럽기도 하다. 이 소설을 통해 많은 시인을 알게 된다. 함기석, 심보선, 허연, 이승훈, 조연호, 김경주, 김종삼, 최승자, 이현호 등등등...마치 시와 시인을 위한 헌정 소설 같은 느낌도 받을 정도다. 


주인공 이원식은 시인이 꿈인 청년이다. 하지만 시로는 먹고살기 막막하고 재능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엄마의 김밥 요리를 전수받기 위해 요리사로 고군분투한다. 여기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시와 요리의 공통점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두 사물의 공통점은 오감이다. 시에는 심상이라는 시의 요소가 있다. 심상은 시각, 후각, 미각, 촉각, 공감각이라는 심상을 일으키고 우리는 글자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고 시를 음미한다. 요리 역시도 요리사의 미각과 섬세한 후각 그리고 촉각 등에 의해 재창조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 든다. 시와 요리는 내공이 필요하다. 열심히 갈고닦아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물론 다른 요소도 있겠지만, 시의 재료, 요리의 재료 이런 재료라는 단어를 상상했을 때 바로 떠오르는 것이 요리다. 요리는 쉽게 일상에서 만날 수 있으니 시와 요리의 연결은 어찌 보면 익숙하고 또 어찌 보면 멀게 다가온다.


소설을 읽으면서 약간 판타지적인 느낌도 들었다. 여친과의 반복된 인연과 엄마의 정성과 사랑 가득한 김밥 이야기는 다시 한번 '사랑'의 힘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가 시련을 잘 극복했던 이유는 최선을 다해 그의 삶을 살고자 했던 그 열의와 또 사랑 때문이었음을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 이원식은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한 요리 경연 대회에서 수모를 겪게 되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시달리다가 그는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조반니라는 삼탈리아 요리사의 책을 찾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저자의 글을 보고 삼탈리아로 떠나는데, 처음 삼탈리아에 도착하는 과정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무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여친에 대한 반전은 또 무엇이람? 그래서 재밌게 읽었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작가가 던지는 가벼운 농담 속 진지한 물음은 책 읽는 나를 멈추게 만들었고 생각에 잠기게도 했다. 작가정신 출판사를 통해 오한기 작가님 박상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대해 무지했던 내게 이 두 작가님의 발견은 실로 놀랍다. 



출판사 지원도서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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