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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형제의 숲
알렉스 슐만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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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이름에선 왠지 보살핌과 안전함이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세 형제의 숲은 한 가족의 상처 그것도 각자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형제들의 어릴 적 성장 과정은 순행적으로 구성되지만 과거 회상 부분에선 역행적으로 전개된다. 이런 독특한 진행 방식 때문에 독자들은 과거의 상처에 대해 궁금증을 일으킨다. 하지만 소설을 이해하는 측면에선 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주는 여운은 정말 길다. 스웨덴 작가인 알렉스 슐만의 독창적이고도 섬세한 묘사 방식은 소설 속 배경과 심리 표현에 탁월함을 가진다. 작가의 이런한 글쓰기는 은유적 아픔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자갈길 호수가 있는 별장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닐스, 베냐민, 피에르가 부모님과 함께 지낸다. 아버지와 낚시를 하기도 하고 수영을 하기도 한다. 숲엔 아름다움 은빛 자작나무가 있고 아버지는 자작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준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이들 가족에겐 조금씩 아픔을 가지고 있다. 엄마의 장례식 그리고 그녀의 부탁으로 세 형제는 유년기를 보냈던 별장으로 오게 된다.


'아빠는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지만 베냐민은 다 알았다. 베냐민은 부모님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알아차렸다. 언제나 평화롭고 조용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부모님이 하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두 사람의 분위기와 기분을 주시했다. '16쪽​



늘 부모의 기분을 살펴봐야 하는 아이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부모님이 고성방가를 지르거나 몸싸움을 벌일 때 형 닐스는 상황을 무시하거나 외면해 버린다. 하지만 베냐민은 동생 피에르가 자신과 같은 불안을 느끼지 못하도록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며 웃게 만든다.



'부모님이 다투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었다. 베냐민은 한 마디 한 마디 새겨들으면서 이 싸움이 미칠 악영향을 재어보곤 했다. 때로 부모님은 도저히 상상하지도 못할 잔인한 말을 외치고, 주워 담을 수 없을 가혹한 말을 했다. 그런 밤이면 베냐민은 몇 시간이고 잠 못 이룬 채 누워서 머릿속으로 부모님이 했던 말을 몇 번이나 곱씹었다.' 19쪽



타임캡슐에 10크로나 지폐가 필요했던 아이들, 베냐민은 엄마의 가방에서 돈을 꺼내다 들통나고 엄마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도 어둡고 축축한 식품 저장고에 들어가라는 벌을 내린다. 베냐민이 식품 저장고로 갈 때 닐스와 피에르는 그를 못 본 척한다. 식품 저장고는 불도 없고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이 모습을 발견한 아빠는 '문간에 선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엄마를 한 번 보고, 어둠 속을 한 번 보았다. 그러더니 자리를 떠나버렸다. 식품 저장고 안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한 시간? 두 시간?'100쪽​



숲엔 허름한 발전소가 있다. 발전소엔 강력한 전기가 흐른다. 이 위험천만한 장소는 아이들의 호기심 대상이 된다. 그곳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 하지만 형제들의 기억은 제각기 다르다. 회피하고 외면하기에 급급했던 닐스와 늘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그리웠던 베냐민 그리고 반항기가 많았던 피에르... 베냐민은 피에르에게서 그날의 진실을 듣게 되는데...



어른이 되어서 심리치료를 받게 된 베냐민은 자신의 고통을 형제들에게 알린다. 자신과는 달리 아무렇지 않은 듯한 형제들. 하지만... 다들 괜찮은 걸까?



어린 시절에 입은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도 족쇄처럼 따라다닌다. 소설을 다 읽은 나는 세 형제와 부모님 사이의 아픔을 보면서 나의 가정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내 아이에게 형제들이 받았을 아픔을 주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유년기도 살펴보게 된다.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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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주)안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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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나도 모르게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던져버린 매력에 나는 풍덩 빠져버린다. 그리고 그 매력이 더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어지는 그런 묘한 심리를 받는다. 박완서 선생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시작으로 다정소감을 만나면서 산문집이란 장르와 김혼비 작가에게 반하고 만다. 그리고 이 책을 완독하자마자 나는 그녀가 쓴 책 전권을 구매했다.(그렇다 나는 책에 있어서는 충동구매자다.)

농담을 잘하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생기가 돌고, 즐겁다. 인간관계에서 이런 사람들은 윤활유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지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 웃음 코드도 지나치면 가벼운 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혼비 작가는 유머를 겸비한 나름의? 개념녀이자 진지녀다.(개념을 장착한 진지한 사람이란 뜻)

이 산문집은 세상을 조금은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김혼비 작가의 조용하지만 단호한 외침이 담겨있다. 나는 늘 비슷한 매일을 맞이한다. 하지만 바닷가를 거닐다 모래에 감춰져 있던 예쁜 조개껍데기를 발견한 것 마냥 다정소감은 내게 어떤 센세이션(sensation)을 일으켰다. 특히 '가식에 관하여'에서의 주장은 신선하고도 놀라움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녀는 <더 스퀘어>라는 영화를 보면서 '현대인의 위선과 가식을 까발린다'라는 주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감독의 의도와는 다르게(아니, 아마도 의도와는 정반대로) 모두가 위선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 사실은 얼마나 바람직한지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역설 말이다. 54쪽

어쩌면 '위선이 사라지고 인간의 솔직한 본심만이 남은 세상'은 형용모순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본심만이 남았을 때 세상은 붕괴되고 말 테니까. 55쪽

선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면 우리는 세상이 선으로 규정한 어떤 모델을 위조해 보고 모방도 해보면서 습득하는 '위선'의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 55쪽

다정소감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혼비 작가의 의도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녀가 주장하는 위선은, 위악과 다르다. 우리 모두는 사회관계 속에서 페르소나를 쓰고 생활한다. 그러나 나는 쿨한 사람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상대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배려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의 위악과 그녀가 주장하는 위선은 분명히 다르다. 핵심은 선을 모방하려는 위선이 그리고 그 연습이 진정한 나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이 된다는 점이다. 그녀가 주장하는 위선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직접 읽어 보길 추천한다.

이렇게 나는 하나의 에피소드만을 예로 들었다. 이 산문집에선 그녀만의 유머와 긍정 에너지가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그녀의 첫 직업은 스튜어디스로 치장 때문에 늘 지적 당했다. 첫 비행을 앞둔 그녀에게 늘 잠이 부족한 동료들이 우정 방문을 한 것이라든지, 이직한 새 직장에서 승진이 준 몸살 훈장 때문에 친구로부터 정성껏 우려낸 사골국을 접대받은 이야기라든지, 어머니를 일찍 여읜 탓에 독립적이고도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그 아이만이 지닌 장점은 외면하고 어머니의 부재가 어머니 탓인마냥 여성을 낮은 시각으로 바라본 당시 어른들의 편협한 시선이라든지 ... 이런 모든 그녀만의 생각이 나의 뇌리에 생생히 새겨졌다. 축구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그녀는 젊은 나이에 많은 경험을 한 사람 같다. 그리고 그녀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행복과 감사를 우리들에게도 공유함으로써 나도 모를 미소를 짓게 만든다. 여러분들도 다정소감을 통해 행복을 공유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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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직 안 죽었다 - 낀낀세대 헌정 에세이
김재완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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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응답하라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렀을 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나의 젊은 날들이 아쉬움으로 다가와... 어찌나 맴이 찡해 오던지... 내게 김재완 작가님의 책 『나 아직 안 죽었다는 응답 드라마에서 느꼈던 감동 그대로를 재현해 주었고 새로운 꿈​을 찾게 해준 책이다. 그리고 책 속에 묘사된 타인의 삶을 보면서 동시에 나의 삶도 재점검해 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나는 평소 생각지 못했던 부모님의 소중함과 고마움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고, 그가 나열해둔 노래들을 찾아 들으며 때로는 향수에 젖기도 때로는 따라 부르며 그 시절을 돌아보기도 했다. 아이러브스쿨을 통해서는 나도 배 나온 첫사랑을 만났었고, 어이없게도 그의 결혼 고민을 상담?해준 경험이 있다. 여름날 쑥 연기 자욱한 마당 편상에 누워 이웃집 할머니의 무릎을 베개 삼아 밤 하늘의 별을 보고 뻐꾸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포도와 복숭아를 먹던 시절의 기억도 있다.

나는 이런 유년 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의식적인 버팀목이 되어 준다고 믿는다. 그날을 생각하고 떠올릴 때면 마음이 무한한 행복감으로 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다 이 책은 나의 아름다웠던 유년 시절을 소환 해주었고,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해주었으며, 미래의 내게 꿈을 갖게 해주었다. 그리고 지난 반세기 나름 잘 살아왔는지 내 인생을 점검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자연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는지 모른다. 짧은 문장에는 유머가 담겨 있고, 깊은 삶의 통찰도 심어 놓았다. 자신의 가장 아픈 곳과 마주하는 모습에서 그의 진정한 용기를 보았고, 자신을 담금질하며 나아가는 성실한 삶의 자세도 볼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몰라도 나를 아는 지인들에게 내 치부를 드러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자아와 마주 보려는 용기만 있다면 그 안에서 평안의 길과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재확인 받은 기분이다.

처음 출판사 때문에 이 책이 끌렸고, 책의 프롤로그와 목차를 읽으면서 꼭!!! 사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에세이 작품을 왜 가까이하지 않고 살아왔나 후회가 들 만큼 나는 타인의 삶에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타인으로부터 반드시 배울 점이 있고, 공감 가는 부분이 있으며, 위안 받는 부분이 있다. 나는 에세이가 주는 이점이 바로 이런 점들이라 생각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책을 쓴 목적이나 방향을 어쩜 이리도 일목요연하게 잘 담아내셨는지... 글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에 그분의 노고와 용기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모든 연령이 읽어도 좋을 책이지만 특히 70년 대생과 80년 대생들이여! 젊은 날 우리들의 모습을 만나보고 싶다면, 인생에서 고난과 그 극복 과정을 살펴보고 싶다면 김재완의 [나 아직 안 죽었다]를 추천한다. 


[문장 수집]
▶오늘날의 청춘들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취업이 어렵다. 이건 정말 시스템이 잘못된 것 아닐까? 청춘들이 뭘 더 해야 한단 말인가. 더 슬픈 것은 이런 노력이 결국은 개인들이 가진 차별성을 잃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131쪽

▶ 인생이 이렇다. 포기만 안 하면 된다. 164쪽

▶ 꿈을 가지는 일은 한 번뿐인 내 인생의 행복에 대한 중요한 문제다. 꿈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아미 행복하다면 그 행복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 168쪽

▶ 꼭 사회적 성공과 부를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꿈만은 남과 비교도 말고, 돈에 종속되지도 말자. 우리 그러기로 하자.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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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법정
조광희 지음 / 솔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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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법정] 책을 읽을 때마다 파편처럼 떠올랐던 무수한 생각들이 윤곽을 보일 듯하면서도 흩어지곤 했습니다. 작가의 생각이 많이 함유된 책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만난 [인간의 법정]이 그랬습니다. 조광희 작가분의 오랜 사유의 흔적들이 소설 곳곳에 담겨져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줄거리

때는 2110년 미래,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인공 지능을 탑재한 인간 복제 로봇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이르게 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한시로는 혼자 사는 생활에 지쳐 반려동물과 가정 로봇 중 무엇을 들일까 고민하게 됩니다. 그는 늘 보아왔던 안드로카인드의 동영상을 기억해 내고는 가정용 로봇을 구매하기 위해 안드로카인드로 방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과 똑닮은 한시로 X를 만듭니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한시로 X, 즉 (자신이 붙여준 이름) 아오의 한계에 불만을 가지게 되고, 한시로는 인공지능도 스스로를 의식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불법적으로 아오에게 의식 생성기를 탑재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부작용 때문인지 아오는 자신이 진짜 한시로라 착각하게 되고, 한시로의 여자친구 미나가 아오에게 성적 위협을 당한다 여기며 그를 살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인 로봇은 자신의 주인을 살해한 사건으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


감상

이 소설은 인간의 욕망, 본성, 무료함, 성적 욕구, 존재의 의미와 범위, 인간중심주의 등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의 많은 장르들 중 SF를 선택한 이유로는 자신의 오랜 범민의 사유들을 가장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인간중심주의 사회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한번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 소설은 다가오는 미래의 인간 삶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현시대의 문제점을 은밀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동물에 대한 잔인한 행위, 로봇에 대한 애매하고도 모호한 태도 등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소설입니다. 


▶ 인간이 느끼는 무료함과 외로움 과학 기술이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한시로는 미나라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 피곤하도고 책임을 져야 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여자친구는 단순히 성적 욕망을 채워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줍니다. 물질적 풍요로움 조차 인간에게 완전한 행복을 안겨주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 오늘날 결혼 기피 현상이 소설 속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 인간중심주의 사회, 우리는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두 변호사의 변론들에서 작가분께서 오랜 시간 인간과 존재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인공 지능을 탑재한 AI 판사가 재판을 하는 세상, 하지만 인간들의 다툼을 논리로만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물음을 던지는 듯합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보여지는 인공지능 판사의 판결 역시도 결국 인간의 개입으로 판결이 달라집니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아오는 의식 생성기를 빼앗기고 그의 육체는 수면 모드로 경찰 창고에서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아오를 향해 윤표가 던지는 사과의 말은 참 심오하게 다가옵니다.



"저곳은 결국 인간의 법정이었을 뿐이었네. 미안하네, 정말 미안하네."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분의 인간중심주의 세상에 대한 자각과 반성적 시각이 담겨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이상기후 징후들과 무분별한 벌목 그리고 인간의 식탐으로 인해 과잉 생산되고 있는 육식 환경, 그 환경적 조성으로 인해 다른 생명들이 죽음에 놓이는 환경에 대해 일침을 놓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미래 사회에서는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될까요? 인간만의 행복을 위해 다른 생명의 생활 터전과 그들의 생존 권리를 마음대로 훼손해도 되는 것일까요? [인간의 법정]은 제게는 다양한 철학적 물음을 던질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코로나 19로 자유를 억압?(인간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억압인 것인데도 말이죠.) 당하는 요즘 '공존'과 '인간 중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이 소설을 통해 가져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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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 The Old Man and the Sea 원서 전문 수록 한정판 새움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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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의 스토리는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들려 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노인은 85일 동안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하는 상황이고 그런 노인의 곁에는 그의 일을 돕던 소년이 있다. 하지만 소년은 부모님의 만류로 노인과 더이상 함께 일하지 못하게 된다. 노인과 소년이 나누는 대화에서 야구 이야기가 등장하고 노인이 젊은 시절 세계 바다를 누비면서 만났던 대륙과 사자의 이야기는 좀 더 시간이 지나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소설은 본의아니게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꽤 다양한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연령층에 따라 책이 주는 감동이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노인과 바다 그리고 청새치와의 대결에서 헤밍웨이의 남성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며, 대자연의 위대함과 겸손함 그리고 한 인간의 치열하고도 성실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삶의 여건에 따라 성실히 그렇게 노인처럼 살고 있다. 엄청난 노력과 육체적 고통을 감수하였음에도 그 결과가 보잘 것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반복적인 삶 속에서 우리는 다음날을 기약하며 노곤한 몸을 이끌고 깊은 잠에 빠졌던 노인처럼 그렇게 또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노인은 청새치를 쉽게 잡지 못하자 그 대상을 향해 전하는 말들도 노인의 연륜이 묻어 나오는 듯했다. 또한 겨우 잡은 청새치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상어 떼와의 고군분투에서는 생존이란 잔혹하지만 경의로운 어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흥을 느끼게도 했다. 이 소설은 복잡할 것 없는 단순한 스토리를 안고 있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이라 일컬어지고 또 그 스스로도 그리 칭한 자타 공인의 작품 노인과 바다는 알면 알수록 인생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으며, 왜 이 작품을 두고 명작이라 일컫는지 알 수 있었다.


새움 출판사에서는 작품 고유의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번역에 각별한 신경을 쓴 것이 보인다. 또 독자들이 번역의 뉘앙스를 재확인할 수 있도록 영문을 그대로 실어둔 것도 독자들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말미에서 상어라는 표현이 나와서 그래서 결국 노인이 잡은 어종이 청새치인가 상어인가 헷갈릴 수도 있었는데, 명백히 청새치를 일컫는다는 사실을 책 말미에서 구체적인 논리를 통해 확인해주고 있다.


노인과 소년으로 번역된 부분에 대해서도 소년의 나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추정해 보자는 번역가의 제안과 그 근거들을 하나씩 살펴볼 수 있었으며, 그의 견해를 따라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 역시도 또 다른 묘미였다. 직관적으로 노인의 배와 청새치의 크기를 책 표지 그림을 통해 알 수 있어서 출판사의 나름의 고심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노인과 바다는 스토리만으로는 그 의미가 가볍지만 노인의 삶을 인간의 삶에 녹아내어 소설을 들여다본다면 얼마나 많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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