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둥 - 지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10가지 생각의 기둥
얀 로스 지음, 박은결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명한 책이라 할지라도 책 읽는 독자에 따라 '유명한 책'의 평가는 무색해진다. 이 책에 대한 평가도 읽는 독자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일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읽은 <빌둥>은 재독할 책으로 분류됐다. 나는 재독할 책들을 따로 구분해 두는데 그리 보관할 만큼 좋은 책이었다.



교양이 간혹 엘리트 집단의 전유물 혹은 지식의 뽐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얀 로스가 들려주는 교양은 내면에 자유를 안겨주고, 내가 사는 세상과 현실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이해력을 늘리려는 노력이 아니다.우리와 교양 사이를 이어줄 연결고리를 찾는 시도다.
188쪽

내가 독서를 하는 목적이 저자의 생각과 유사했다. 그가 언급한 교양을 독서로 바꾸면 내 생각의 파편들이 고급진 언어로 다듬어진 것 같았다. 굳이 고급진 단어가 아니어도 된다. 내가 왜 책을 읽는지, 고전이 지금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공동체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삐죽삐죽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한 내게 <빌둥>은 친절한 안내서 같았다. <빌둥>을 통해 내가 책 읽는 이유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편협함이 아닌 신뢰와 긍정을 배웠다.​​



의심할 여지 없이 배우고,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과
관련 있는 교양은,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앞으로도 완전한 어른이 되지 말라고 가르친다. 50쪽

그는 상상력과 순진함 그리고 놀라움에 대해 말한다. 교양은 때로는 이런 것들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세상이 낸 수수께끼에 정답을 얻기 위해서는 이 세상이 수수께끼로, 신비로 채워져 있음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을 때로는 아이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두 철학자의 예술에 대한 관점을 들려준다. 교양은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면서 또 완전한 어른은 되지 말라니 이게 무슨 말이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아무튼 피터팬과 롤리타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기까지 흥미롭게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가 눈에 띈다. 책 후반부에 이르면 고전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현대 작품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를 얀 로스를 통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올랜도>가 양성성을 다룬 소설이란 건 알았지만 그 이면에 숨은 울프의 깊은 생각은 미쳐다 보질 못 했었다.



미술과 음악을 읽었을 때는 새로운 걸 알아서 재미도 있었지만, 내가 음악은 정말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음악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 하는 긍정 에너지도 작동됐다. 집에 니체가 쓴 <바그너의 경우>라는 책이 있는데 <빌둥>이 '쌓아간다'라는 의미라면 내가 니체를 만나기 위해 지금 쌓고 있는 중임을 그를 통해 확신하고 그에게서 배운다. 단 한 권의 책으로 수십 권의 책과 수 명의 사람을 만났다. 이것이 <빌둥>이 내게 재독을 안겨준 즐거움이다. 개인적으로는 '쌓아간다'에 관심 있는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리고 싶다.

#협찬도서
#빌둥
#얀로스
#다산북스
#교양도서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놀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졸업 후 오잔 호텔에 입사한 7년 차 직장인 도야마 스즈네는 출산 휴가를 간 가오리의 격려와 그녀의 빈자리 덕분에 희망하던 애프터눈 티 부서로 발령받는다. "스즈네는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스즈네와 비슷한 성향의 기질이 있음을 발견한다. 열정적인 성격인 나는 어떤 일을 하면 주변을 생각하지 않고 그 일에 매몰된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즘 지나치게 '성실' 혹은 '열심'이란 이름 앞에 홀로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은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무슨 이득이 있어 저러는지 어리둥절해 한다. 나도 스즈네처럼 뒤늦게서야 사람들의 반응을 깨닫게 된다.

직장 여성과 잘생긴 디저트 셰프가 주인공으로 나오길래 처음에는 연애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소설은 현대인들의 고민을 담고 있으며 마치 내 이웃 누군가의 이야기를 곁에서 전해 듣는 듯했다. 그만큼 소설이 주는 흡입력은 강했다. 중국인 이민자 시게루는 일본어, 중국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직장에서도 일을 잘하는 능력 있는 사원이다. 그녀는 내심 가오리의 후임으로 자신이 발탁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희망은 절망으로 바뀐다. 능력이 출중한 자신 보다 스즈네의 열정이 이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즈네는 스즈네의 중국어 공부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또한 일하면서 스즈네와 견해 차이를 보이는 두 사람은 손님과 기업 모두를 위하며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들이다.

하지만 시게루는 아무런 말도 없이 오잔호텔을 그만둔다. 스즈네와 루리 그리고 가오리 세 사람은 오랜만에 가오리의 집에서 티타임을 갖는다. 가오리는 육아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직장 내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까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정주부였던 나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힘들었는데 직장까지 다녔다면 그리고 그 빈자리의 시간이 하루하루 더해질 때면 스트레스가 오죽했을까 싶었다. 가오리의 이야기는 같은 여성 입장이라 그런지 공감이 많이 갔고, 미혼인 스즈네의 반응도 쉽게 이해 됐다.

"남성 이상으로 맹렬하게 일해온 여성들이 올라갈 만큼 올라간 사다리를 어느 날 갑자기 치워버렸다는 말인가." 184쪽

"결혼이나 출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일에 매진한 여성들이 직장을 잃으면 대체 어디에서 길을 찾아야 할까." 185쪽

일본이 경제 침체를 맡기 전 직장 여성들은 회사 내에서 제법 높은 지위에서 잘나가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이들의 입지는 좁아졌고 설 곳마저 잃고 말았다. 열심히 일했던 일터에서 쫓겨나고 결혼 적령기까지 놓친 그녀들에게 미래는 없었다. 이 부분에서 세 여성은 말문을 잃는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투자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우리 부모 세대처럼 직장을 위해 목숨 걸고? 일하지 않는다. 그렇게 일해도 회사는 자본의 힘에 의해 명퇴를 권하는 구조니까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선 내가 일하지 않고도 돈이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주식과 부동산 열기가 쉽게 사거라 들지 않는 것 같다.

"한 가지 일에 푹 빠지면 주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점이나 멍하니 있다가 저지르는 실수가 많다는 점, 잃어버리는 물건이 많다는 점 등 마음에 짚이는 것이 꽤 있었다." 192쪽

당시 자신이 혹시 진단을 받았다면 따돌림을 눈치채지 못한 시점에서 발달장애로 의심받지 않았을까."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일까. 곰곰이 생각할수록 잘 모르겠다."193쪽

스즈네는 발달장애와 학습장애 자녀를 둔 부모용 책을 읽으면서 다쓰야가 난독증임을 그리고 과거의 자신이 꽤 유사한 증상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 디저트 메인 셰프 다쓰야는 난독증을 앓고 있다. 그는 오잔 호텔에서 일하기 전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좋지 않은 경험이 있다. 난독증이란 약점을 가지고 뒤통수를 친 동료의 배신은 다쓰야에겐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된다. 그리고 실력이 나아질수록 오잔 호텔에 머물며 안정적인 생활을 해가는 것이 옳은 것일까? 란 고민도 하게 된다. 그는 도전하고 싶지만 자신의 약점과 트라우마가 용기에 제동을 건다.

소설은 은유적으로 이민자와 발달장애 혹은 학습장애자들의 직장 내 어려움에 대해 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위치와 결혼 이후 여성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소설이지만 잔잔하면서 진지하다. 스즈네와 다쓰야의 로맨스를 기대하게 만들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현실적 고민을 돌아보게 만든다.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달콤하고 아름다운 디저트를 메인 주제로 해서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해준 작품 오후 3시 오잔 호텔로 오네요였다.

#도서협찬

#오후3시오잔호텔로오세요

#후루우치 가즈에

#다산북스

#일본소설

#사회소설

#장편소설

#책스타그램 📚

#책리뷰

#북스타그램 📚

#북리뷰

#반달현의숲속책방

#반달현의독서기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선의 고통 - 고통과 쾌락, 그 최적의 지점에서
폴 블룸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통이 최상의 쾌락을 안겨준다는 저자의 논리적인 설득은 사람을 혹하게 만든다. 우리네 인생은 희로애락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최선의 고통』은 인간이 이런 모험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것이 본능적 행위라고 말한다. 내가 못나서 불운한 것이 아니라 더 진실되고 의미 있는 시간을 추구하기 위해 고통을 수반한다는 관점은 내게 의미있게 다가온다.

['행복한' 삶이라는 환상] 이 책 서문은 이 문장으로 시작 된다. 인간의 본성은 쾌락과 안락을 추구한다.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고난과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고 이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경험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의미가 존재한다. 때때로 우리는 고통을 즐기기 위해 매운 음식을 먹고, 공포를 느끼기 위해 놀이 기구를 타며, 죽을 만치 괴로운데도 마라톤에 도전하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걸까?

책은 두 가지 종류의 선택적 고통과 고난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고통과 고난은 다르다고 말한다. 고통의 여러 가지 경험 사례를 예를 들면서 고난과 어떤 점이 다른지를 살펴보고 이를 논증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리고 그 결과 고통은 잘 산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지만, 고난은 그 결과가 항상 재미있게 끝지는 않을 것이라고 콕 찝는다. 실패와 불가능성은 몽상이 지닌 약점 중 하나다.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

행복에 관한 저자의 관점도 상당히 흥미롭다. " 복한 사람은 건강하고, 재정적으로 넉넉하고, 많은 쾌락을 누리며 사는 경향이 있다. 삶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야심 찬 목표를 세운다. 그들의 삶은 더 많은 불안과 걱정에 시달린다. 행복의 핵심은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 나쁜 기분을 피하는 것 욕구와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라면 삶의 의미는 타인이나 결과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행동과 감정으로 예측되며, 이는 걱정과 스트레스로 드러난다." 73쪽


행복도가 높은 나라는 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부자 나라들이 많았고, 삶에 의미가 있다고 대답한 나라는 주로 아프리카와 같은 가난한 나라가 다수를 이뤘다. 이들 나라 중 대다수는 부와 안전 또는 평화가 거의 결여되어 있었다. 또한 삶은 의미가 있다고 주로 대답한 나라는 종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고난이나 고생이 삶의 의미와 관련이 있다면, 이는 부유한 나라들, 특히 강력한 복지 제도를 갖춘 나라들의 경우 국민들의 삶에서 보다 고귀한 목적이 비교적 결여되어 있는 이유가 된다고 책은 밝힌다.

"우리는 건강하고, 잘 먹고, 편안하고, 안전하고, 즐겁고, 많이 알고, 타인들에게 존중받고, 독신이 아니고, 사랑받을 때 더 행복하다. 반대되는 경우와 달리 이 노력의 목표들은 생식에 도움이 된다. 행복은 뇌가 다윈주의적 적합성의 핵심 요소를 추구하도록 부추기는 기능을 한다. 우리는 불행할 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얻으려 노력한다. 또한 우리는 행복할 때 그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298쪽

여기서 냉엄한 진실이 드러난다. 우리는 행복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진화는 우리가 고통 없이 살기를 원치 않는 만큼, 끝없는 환희 속에 살기를 원치 않는다. 고통은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정보이자 상황을 개선하도록 만드는 유도책이다. 298쪽

여러분들은 행복과 삶의 의미에서 고통과 고난이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도대체 행복은 무엇이며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왜 이성적인 사람들은 자심의 삶에서 의미가 결여되어 있다고 걱정하는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많은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에서 뭔가를 잃어버렸으며, 이를 되찾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고통, 난관, 고생이 뒤따르는)가 수반되어야 함을 그리고 그것이 치료제가 될 수 있음을 말이다.

#도서협찬

#최선의고통

#RHK북클럽

#심리

#책스타그램

#북리뷰

#rhkorea-books

#반달현의숲속책방

#반달현의독서기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이경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에서 이런 글귀를 봤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란 재난 영화의 주인공이며 삶은 늘 굽이 치는 파도와 같다. 파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고난이 주어지며 삶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인내하느냐에 따라 어떤 가르침을 안겨 준다.' 하지만 이 좋은 글귀도 상황에 따라 단순한 위로 뿐이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모든 삶은 복잡 미묘하기에 상황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아무튼 과거에 비해 우리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 하지만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은 화려한 대열속에 속하는 자와 속하지 않는 자들 중 후자다. 개인적으로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과 소외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소설에서 소외 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는 '소외'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될 대상이 아닌 개인이 해결해야 할 의무로 본다. 마치 앞서 내가 언급한 글귀처럼 말이다.

소설은 '성실성'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안이라는 인물을 통해 성실성조차 배신의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이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다.

몰래 길고양이를 키우던 민용은 고시원에서 쫓겨난다. 같은 고시원 출신인 민용과 연후는 우연히 당구장에서 재개발 아파트 계약을 하게 된다.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안과 저커라는 새로운 입주자도 등장한다. 민용은 오랜 기간 공무원 준비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취준생이다. 연후는 이제 막 공무원 시험에 뛰어든 수험생이다. 저커는 군대를 제대한 예비 복학생이며 이안은 반 평생 한눈팔지 않고 가족을 위해 성실히 살아온 가장이다. 하지만 집안에서 그의 위치는 0의 자리다. 이렇게 4 사람의 기묘한 동거는 시작된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민용과 연후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젊음이 무기인 그들은 매사가 나태하며 열정이 없다. 최소한의 성실함도 보여주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는 꼭대기를 향해 가면 갈수록 경쟁 구도를 이룬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나락으로 떨어진다. 대한민국은 성공이란 열차를 타기 위해 너도 나도 티켓을 사려고 몸부림치는 성난 황소 같다. 그렇다고 해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소설 속 젊은이들은 이것저것 따지며 안전한 길로만 가려고 한다. 하지만 저커는 더 넓은 세상을 배우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 작가는 이들의 대조적 삶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것 같다.

소설은 가족의 의미와 새로운 연대를 제시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결국 이안도 최소한의 도피처를 갖고 있지 않았나... 만약 이안의 건물이 없었다면 나머지 인물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니면 눈에 보이는 결말이 아닌 좀 더 가진자와 가진자의 나눔이란 재해석이 필요했던 걸까?

#도서협찬

#오로라상회의집사들

#이경란

#은행나무

#신간소설

#현대소설

#장편소설

#책스타그램

#책리뷰

#반달현의숲속책방

#반달현의독서기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일 10분 철학 수업
장웨이.션원졔 지음, 이지수 옮김 / 정민미디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역사와 철학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철학이 좋다. 관련 책들을 읽으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어도 좋다. 누군가그랬다. 좋다란 개념에 대해 이유가 꼭 있어야 하냐고 그냥 좋으니까 좋아하겠지라고... 나의 경우 '철학'이 그렇다. 이 책을 도서협찬 한다는 글을 봤을 때 꼭 읽고 싶었고, 만약 서평단 신청에서 제외되면 사서 봐야지 했었다. 철학 책은 소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배경지식을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고대 그리스철학이 근현대 철학과 과학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때론 엉뚱하지만 어쩔 땐 소름 끼칠 정도로 사물을 꿰뚫어 본 그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을 접하는 이들은 나의 말이 잘 와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근현대 철학 및 과학에 관련된 책을 읽고 이 책을 본다면 내가 닭살이 돋았다고 표현한 문장을 상기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서양철학사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은 사상 체계의 근간을 이룬다.

고대 그리스 철학은 익히 우리가 들어본 세 인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세 사람을 중심으로 초기 그리스 철학과 후기 그리스철학으로 나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이 있었던 시기를 그리스 철학의 황금기라 부른다. 현대인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스토아 철학은 헬레니즘 문화가 형성되는 시기에 에피쿠로스 학파와 함께 존재했던 학파다. 스토아는 주로 강당에서 강연이 이루어졌다 하여 스토아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페니키아 출신인 제논이 우연히 배가 난파하는 바람에 아테네에 머물게 되는데 이때 소크라테스 내용을 담은 책을 접하면서 아리스테텔레스가 세운 학당에 몸담게 된다.

우리는 마케도니아의 왕자 알렉산드 대왕의 이름도 들어봤을 것이다. 그의 스승이 아리스토텔레스인데 알렉산드 대왕이 그리스를 통일 시키면서 그리고 인도 원정대 열병으로 갑자기 사망하게 되면서 그 불똥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전가되고 그는 추방 1년 후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의 사상에 반기를 들었는데, 이에 대해 플라톤을 서운함을 표현하지만,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진리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진리를 지켜낼 것을 강조한다.

이를 언행일치한 사람이 바로 소크라테스다. 그는 자신을 등에에 비유했는데, 당시 그리스는 우리나라의 이이가 10년 후 임진왜란이라는 큰 환란을 예측하였듯 그 역시도 그리스의 젊은이들과 정치가들을 보면서 이런 상황을 우려했다.(실제로 그리스는 스파르타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였고 패전하면서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전쟁에 소크라테스도 직접 참여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찬란했던 그리스 문화는 그 빛을 잃게 되고 15세기가 되어서야 르네상스 운동으로 재현 된다. 아무튼 자신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전제에서 참 앎을 깨우쳐 주었던 소크라테스는 특이한 화법 산파술을 구사했다. 그는 사람들을 귀찮게 했는데, 그 원인은 당시 혼란했던 그리스의 민주정을 비판하면서 지배자들은 그의 그런 행동이 위험하다고 보았다. 소크라테스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 본 많은 젊은이들이 그를 스승으로 삼았다. 그 제자들 중 하나가 바로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를 통해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인물은 과학적 실험이나 검증 없이 직관적으로 세계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 데모크리토스였다. 철학가들은 항상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철학가들이 어떤 가설을 제기하면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그 가설을 증명해 내곤 했다. 그런데 원자가 증명된 지 이삼백 년 밖에 안 된 것을 수천 년 전 사람이 직관으로 알아냈다는 사실이 소름 돋았다.

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유럽의 르네상스 이후 데카르트를 중심으로 한 '합리론'과 베이컨을 중심으로 한 '경험론'의 뿌리가 사실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있다는 새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설명 듣고 보니 왜 아리스토텔레스가 스승인 플라톤의 사상에 대해 비판을 했는지 확연히 구분지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스토아학파를 창시한 키프로스 섬 출신의 제논 말고 엘레아 학파 출신인 제논은 궤변론자로 유명했다. 제논의 유명한 두 가지 역설이 잘 알려져 있는데 하나는 '아킬레스와 거북의 역설' 또 하나는 '화살의 역설'이다. 이는 훗날 운동의 연속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 순간순간 사진 포착하듯 행동 하나만을 두고 궤변을 늘어놓은 그의 주장을 깨드리게 되지만 우리는 왜 이런 인물에까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건지 나는 이 책 읽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왜 제논의 역설을 공부해야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옳고 그름을 가려낼 생각의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0세기 위대한 철학가 비트겐슈타인은 철학 사상을 사다리에 비유했는데 그는 사다리를 오를 때 사다리 자체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아래로는 어떤 다양한 사다리가 있고, 또 사다리가 어떤 갖가지 방향으로 통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149쪽

나는 이 책을 철학 입문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만을 집약해 놓은 책, 원인과 결과를 명백히 규정해 놓은 책, 더불어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다면 매일 10분 철학 수업을 추천한다.

#매일10분철학수업

#장웨이

#션원제

#정민미디어

#인문학

#철학책추천

#철학입문

#책스타그램

#책리뷰

#북스타그램

#북리뷰

#반달현의숲속책방

#반달현의독서기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