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이경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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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이런 글귀를 봤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란 재난 영화의 주인공이며 삶은 늘 굽이 치는 파도와 같다. 파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고난이 주어지며 삶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인내하느냐에 따라 어떤 가르침을 안겨 준다.' 하지만 이 좋은 글귀도 상황에 따라 단순한 위로 뿐이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모든 삶은 복잡 미묘하기에 상황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아무튼 과거에 비해 우리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 하지만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은 화려한 대열속에 속하는 자와 속하지 않는 자들 중 후자다. 개인적으로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과 소외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소설에서 소외 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는 '소외'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될 대상이 아닌 개인이 해결해야 할 의무로 본다. 마치 앞서 내가 언급한 글귀처럼 말이다.

소설은 '성실성'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안이라는 인물을 통해 성실성조차 배신의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이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다.

몰래 길고양이를 키우던 민용은 고시원에서 쫓겨난다. 같은 고시원 출신인 민용과 연후는 우연히 당구장에서 재개발 아파트 계약을 하게 된다.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안과 저커라는 새로운 입주자도 등장한다. 민용은 오랜 기간 공무원 준비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취준생이다. 연후는 이제 막 공무원 시험에 뛰어든 수험생이다. 저커는 군대를 제대한 예비 복학생이며 이안은 반 평생 한눈팔지 않고 가족을 위해 성실히 살아온 가장이다. 하지만 집안에서 그의 위치는 0의 자리다. 이렇게 4 사람의 기묘한 동거는 시작된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민용과 연후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젊음이 무기인 그들은 매사가 나태하며 열정이 없다. 최소한의 성실함도 보여주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는 꼭대기를 향해 가면 갈수록 경쟁 구도를 이룬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나락으로 떨어진다. 대한민국은 성공이란 열차를 타기 위해 너도 나도 티켓을 사려고 몸부림치는 성난 황소 같다. 그렇다고 해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소설 속 젊은이들은 이것저것 따지며 안전한 길로만 가려고 한다. 하지만 저커는 더 넓은 세상을 배우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 작가는 이들의 대조적 삶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것 같다.

소설은 가족의 의미와 새로운 연대를 제시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결국 이안도 최소한의 도피처를 갖고 있지 않았나... 만약 이안의 건물이 없었다면 나머지 인물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니면 눈에 보이는 결말이 아닌 좀 더 가진자와 가진자의 나눔이란 재해석이 필요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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