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둥 - 지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10가지 생각의 기둥
얀 로스 지음, 박은결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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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책이라 할지라도 책 읽는 독자에 따라 '유명한 책'의 평가는 무색해진다. 이 책에 대한 평가도 읽는 독자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일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읽은 <빌둥>은 재독할 책으로 분류됐다. 나는 재독할 책들을 따로 구분해 두는데 그리 보관할 만큼 좋은 책이었다.



교양이 간혹 엘리트 집단의 전유물 혹은 지식의 뽐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얀 로스가 들려주는 교양은 내면에 자유를 안겨주고, 내가 사는 세상과 현실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이해력을 늘리려는 노력이 아니다.우리와 교양 사이를 이어줄 연결고리를 찾는 시도다.
188쪽

내가 독서를 하는 목적이 저자의 생각과 유사했다. 그가 언급한 교양을 독서로 바꾸면 내 생각의 파편들이 고급진 언어로 다듬어진 것 같았다. 굳이 고급진 단어가 아니어도 된다. 내가 왜 책을 읽는지, 고전이 지금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공동체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삐죽삐죽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한 내게 <빌둥>은 친절한 안내서 같았다. <빌둥>을 통해 내가 책 읽는 이유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편협함이 아닌 신뢰와 긍정을 배웠다.​​



의심할 여지 없이 배우고,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과
관련 있는 교양은,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앞으로도 완전한 어른이 되지 말라고 가르친다. 50쪽

그는 상상력과 순진함 그리고 놀라움에 대해 말한다. 교양은 때로는 이런 것들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세상이 낸 수수께끼에 정답을 얻기 위해서는 이 세상이 수수께끼로, 신비로 채워져 있음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을 때로는 아이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두 철학자의 예술에 대한 관점을 들려준다. 교양은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면서 또 완전한 어른은 되지 말라니 이게 무슨 말이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아무튼 피터팬과 롤리타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기까지 흥미롭게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가 눈에 띈다. 책 후반부에 이르면 고전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현대 작품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를 얀 로스를 통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올랜도>가 양성성을 다룬 소설이란 건 알았지만 그 이면에 숨은 울프의 깊은 생각은 미쳐다 보질 못 했었다.



미술과 음악을 읽었을 때는 새로운 걸 알아서 재미도 있었지만, 내가 음악은 정말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음악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 하는 긍정 에너지도 작동됐다. 집에 니체가 쓴 <바그너의 경우>라는 책이 있는데 <빌둥>이 '쌓아간다'라는 의미라면 내가 니체를 만나기 위해 지금 쌓고 있는 중임을 그를 통해 확신하고 그에게서 배운다. 단 한 권의 책으로 수십 권의 책과 수 명의 사람을 만났다. 이것이 <빌둥>이 내게 재독을 안겨준 즐거움이다. 개인적으로는 '쌓아간다'에 관심 있는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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